대통령의 비속어일까? 외교참사였을까?
대통령의 비속어일까? 외교참사였을까?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22.09.27 14: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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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과 정치인 ‘호들갑’이 더 큰 문제

대통령이 영국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오기까지 우리나라 뉴스는 대통령의 부정적 측면을 많이 다뤘다. 이를 빌미로 야당의 정치공세가 거셌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매우 잘못됐다. 취재기자의 자질도 그렇지만, 이를 정치문제로 키우는 정치인 자질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뉴스가 정점을 찍었다. 매체가 뉴스를 찾아내는 능력이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야당이 주장하는 ‘외교참사’라는 용어는 억지주장이다. 왜냐하면 외교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상대국의 반응이나 입장이 있어야 한다. 상대국에서 지적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일거수일투족 분석하고 비판꺼리를 찾아내려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뉴스를 생산할 수 있을까?

“손가락 끝이 아니라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핵심을 외면하고 본질에서 벗어났을 때 하는 말이다. 미국 대통령과 40여초 대화를 나눈 것이 정상회담이었냐며 다투었다. 이후 대통령이 측근 참모들과 나눈 대화 속 내용을 MBC뉴스가 보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관련 영상에 들어 있는 대화 내용은 무슨 내용인지 해독이 쉽지 않다. 그런데 MBC뉴스는 친절하게 영상 화면에 자막을 달아서 ‘대통령의 비속어’ 뉴스를 만들어 냈다. 상대국에서 알지 못했을 내용을 “우리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으니 잘 알아두시오”라고 알려준 꼴이다.

물론 대통령은 국가의 상징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위치에 서 있다. 언행은 늘 조심스러워야 하며 진중하지 못한 모습은 올바르지 않다. 그러니 빌미를 만든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

그 다음은 언론의 잘못된 태도다. 대다수 매체가 이렇다 할 확인이나 비판도 없이 MBC뉴스를 베꼈다. 관음증을 유발하는 선정적인 보도행태가 잠시나마 의도한 흥행을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가십거리가 중요 뉴스로 바뀌는 것은 지나치다.

현장 소식을 전하는 취재기자보다는 뉴스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때문에 뉴스의 품질은 그 언론사의 위상을 보여준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언론사가 취하는 편향성은 결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질 낮은 뉴스는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을 서로 이간질하는 결과를 빚어낸다. 삐딱한 의도로 갈등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어떻게 공공성을 지키는 바른 언론사라고 할 수 있을까?

쟁점을 만들어 내거나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려는 정치권은 더 기가 막힌다. 한마디로 정치가 가장 후졌다. 유치하고 저급한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한 채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 헐뜯고 싸우기만 한다.

정치행위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 값이 달라진다. 정치인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며 평소 언행을 다듬어야 한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열려 있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하여 가장 시의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야당 핵심 정치인이 “대통령은 언행을 조심하시오”라는 한마디에 그쳤더라면 어땠을까? “명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으니 문제를 키우는 지나친 확대 해석은 말라” 했다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외교참사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하수(下手)를 선택한 것은 우리 정치가 어떠한지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여당 정치인은 달랐을까? 심지어 대통령을 보좌하는 측근조차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응급처방을 찾느라 허우적거렸다.

함량 부족한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며 설치는 모습은 지겹다 못해 역겹다. 상대방 약점 찾는 게 능사가 아니다. 더 좋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진검 승부가 아닐까?

언론조차 정치성향에 따라 치우친다면 더욱 암담해진다. 요즘 주요 매체에서 일하는 중견 기자 퇴직이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심지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차장급 기자의 이탈이 가장 심하다고 한다.

우리 언론사 환경이 눈앞의 이익이나, 특정 의도의 보도행태를 강요하지는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기본으로 돌아가 정론(正論)을 펼치는 것이 오래도록 생존하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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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2022-09-28 13:30:15
기사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