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특별한 우리 이야기"
"평범하지만 특별한 우리 이야기"
  • 임보희 수습기자
  • 승인 2022.10.08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장협, 장애인가족 수기 수상작 시상
고난, 역경 극복사례에 청중 감동물결
장애인가족 수기 수상자 단체 기념촬영 모습.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임보희 수습기자] = 웃음과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5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주최의 ‘2022 장애인가족 행복 페스티벌’ 시상식에서다. 이날 협회는 참가자들에게 수기 수상작 모음집을 전달하고 관련 축하영상을 상영했다. 

이 때 소개된 장애인 가족 사연 모두 애잔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감동과 응원의 박수로 화답했다.

정운철 씨는 건설현장 노동자였다. 벽돌을 올리고, 시멘트를 만들며 힘들 때마다 사진 속 아내와 아들을 보며 견뎠다. 그러던 중 건설현장에서 두 번 다시 없을 사고를 겪는다. 일을 끝내고 쉼터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날아든 컨테이너에 다리가 깔려 정신을 잃었다. 크레인 기사가 실수로 컨테이너를 놓치면서 사고가 났다. 당시 의사는 ‘회복 불가능한 장애’라고 했다.

그는 재활운동을 본격 시작하면서, 더 이상 걷지 못함을 실감했다. 못 움직이는 다리를 보면서 우울증과 패배의식에 빠졌다.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자 결국 재활치료를 중단했다. 아내와 아들이 만류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가족들에게 화풀이만 했다.

그러다 문득 사고 당시 옷 속 낡은 가족사진을 꺼내 들었다. 사진을 보자 지금 자신을 보며 자책의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항상 곁에 있어준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서다. 이후 병원과 집을 오가며 다시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꾸준한 재활로 지금은 놀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 파크골프와 낚시로 취미생활을 만끽할 정도다. 사고 직후엔 꿈도 못 꿨던 일들이다. 취미활동으로 전국을 돌며 매일 활력이 넘친다. 정운철 씨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을 때 붙잡아준 가족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어떤 역경에도 힘들고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가족과 함께 슬기롭게 장애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윤정문 씨는 2002년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됐다. 처음엔 모든 게 원망스러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화풀이만 했다. 하지만, 지금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 덕분에 고비를 넘겼다. 이후 주변 권유로 아산장애인복지관 휠체어농구단에 입단했다. 1년 반 만에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기쁨도 누렸다.        

그러다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주경야독한 결과 2010년 7월 공주시청 일반행정직 9급에 임용됐다. 공직에 들어가선 안정된 삶보다 변화와 혁신, 정의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결국 공직사회 부조리 개선에 역할을 하고 싶어 공무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주시지부장을 맡은 지도 벌써 5년째다.

또, 스포츠 해설가, 선수위원장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도쿄패럴림픽 등 휠체어농구 해설가, 충남장애인농구선수위원장, 공주시장애인체육회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장애가 있는 사람은 조금 불편하고 다를 뿐, 그 길을 만들어 가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때론 무던하게, 때론 담대하게 내 꿈을 펼쳐 나갈 계획”라고 했다.

행사 참가자들이 팝아트를 함께 그리고 있다.
행사 참가자들이 팝아트를 함께 그리고 있다. ⓒ소셜포커스

이날 지체장애인 한부모 가족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김형자 씨는 두 아이 엄마이자 소아마비 지체장애인이다. 학창시절 받은 놀림으로 성격이 소심해지고 열등감만 생겼다. 결혼 후엔 남편의 폭력에 못 이겨 결국 이혼해 한부모 가족이 됐다. 주변에선 ‘앞으로 아이와 함께 어떻게 살겠느냐’는 걱정이 쏟아졌다. 악몽같은 가정폭력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 별 대책은 없었다. 우선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며 하루 하루 보냈다.

그 때 ‘학원 다니고 싶다’는 딸의 말을 듣고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다. 당장 지인에게서 일자리를 소개받아 그 날부터 새벽 출근길에 나섰다. 건물 안 장애인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지 점검하는 일이었다. 장애인전용 주차장,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설치 여부를 차례로 살폈다. 

안정된 벌이로 아이 학원비 부담은 조금 덜게됐다. 덕분에 큰 아이는 영어학원, 수학학원 두 곳을 다닌다. 특히, 영어 학원비 내는 날은 김형자 씨 어깨가 으쓱해진다. 또, 천안시복지재단에선 수학학원비 6개월치를 선뜻 내줬다. 요즘 아이 성적도 단숨에 상위권까지 올라 기쁨은 두 배가 됐다. 김형자 씨는 “떨어지는 별을 보고 마음 속 소원을 빌면 영화처럼 현실이 된다는 얘기가 실감나는 요즘”이라며 “벅차오르는 기쁨과 눈물겨운 감사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우리 가족 모두 아카시아 향처럼 달콤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들 사연에 참가자들은 여기저기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박영실 씨 가족은 “수기모음집을 읽으면서 같은 가족인데도 그동안 몰랐던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로써 새롭게 알게되어 뜻깊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또, 조민숙 씨 가족은 “생각보다 많은 장애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저희 가족 뿐 만 아니라 각자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광환 중앙회장도 “이 행사에 참여하는데 용기 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늘 장애인을 지켜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장애인복지가 나아진다는 것은 장애인 가족에게도 행복한 나날이 온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단체사진 촬영 후 만찬을 즐긴 뒤  팝아트 이벤트에 참여했다. 이후 행사장 호텔에서 하루를 묵으며 가족 간 추억을 쌓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