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포츠 선구자 하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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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10.1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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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근회 전 한국척수협회장 6일 타계
장애인 전용 휠체어 최초 도입·활성화
2017년 ‘척수장애, 아는 만큼 행복한 삶’ 출판기념회 모습.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구근회 전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장이 지난 6일 타계했다. 그는 장애인 휠체어를 우리나라에 최초로 보급한 장본인이다. 병원용과 구분되는 장애인 전용 휠체어가 소개된 건 처음이다. 그 결과 스포츠 등 장애인의 사회활동도 본격화 했다는 평가다.

고인은 1967년 학교에서 농구를 하던 중 농구대에 깔려 장애인이 됐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를 다니며 독학으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했다. 88 서울 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선 조직위 테니스 분과위원 겸 성화 봉송 주자를 맡았다. 이 때 장애인용 휠체어 필요성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는 2019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88 서울 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독일 휠체어 레이싱 선수들과 한 달 정도 같이 생활하면서 굉장한 충격과 함께 '장애인으로 사는 삶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고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장애인 전용 휠체어를 신문명에 견줄 정도였다. 고인은 “장애인이 테니스를 어떻게 치는 줄도 몰랐는데도 테니스 분과 위원이 됐을 만큼 환경이 열악했다”며 “그때까지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타던 휠체어는 '병원용 휠체어'로 장애인용 휠체어와는 전혀 달랐던 터라 당시 외국 장애인 선수들이 사용하는 휠체어를 타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 병원용 휠체어는 스테인리스 재질로 무거웠다. 장애인 혼자선 결코 차에 싣고 내릴 수 없는 정도였다. 특히, 바퀴나 발판도 분리되지 않아 애초 엄두도 못 냈다.

반면, 외국산 장애인 전용 휠체어는 제품 소재부터 달랐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가볍고, 바퀴와 발판이 쉽게 분리된다. 또, 욕창 방지용 방석까지 장착돼 이용편의 면에서도 좋았다.

장애인 휠체어를 국내에 들여오게 된 직접적인 동기다. 1993년 이를 위해 우선 장애인용품 판매회사부터 세웠다. ‘리컴 메디컬’을 창립해 장애인 휠체어 수입·판매에 나섰다. 휠체어도 빨강, 노랑, 파랑 등 다양한 색의 제품을 선보였다. 부담스런 주변 시선을 피해 이용편의를 높이겠다는 생각에서다. 장애인보다 휠체어에 먼저 관심을 가게 해 부담을 덜어주는 식이다.

이후 리컴 메디컬은 장애인 스포츠 선두주자 역할을 했다. 창립 이듬해 휠체어 농구팀부터 창단했다. 재활기관을 빼면 국내 최초 시도다. 창단 후 2년간은 거의 전승으로 질주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휠체어 테니스까지 배우며, 국내 장애인 스포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다. 

2013년 6월에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투병 탓에 물러날 때까지 5∼7대 회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2017년 ‘척수장애, 아는 만큼 행복한 삶’을 펴냈다. 2019년엔 그간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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