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개편 3년째 ‘난맥상’
장애등급제 개편 3년째 ‘난맥상’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11.22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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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비스지원조사 항목 점수 비공개
국회, 법원 눈치 보며 부랴부랴 입법 추진
국민연금공단(CG).
국민연금공단(PG).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장애등급제 개편 부작용이 여전히 난맥상이다. 장애인활동지원시간 판정이 베일에 가리면서다. 판정기준은 있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도통 알 수 없다. 그래도 정부와 국회는 제도 도입 3년 넘게 ‘모르쇠’다. 최근에야 국회가 법원 눈치를 보다 관련법 정비에 나섰다. 재판부가 정보공개 쪽에 손을 들어준 지 5개월 여 만이다.

21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장애등급제 개선안이 발표됐다. 장애 등급을 장애 정도로 바꾸는 게 골자다. 기존 6개 등급을 경증과 중증으로 단순화 했다. 장애인 수요자 중심 지원체계로 바꾸는 차원이다.

이 때부터 장애인활동지원시간 판정이 논란이었다. 그 근거인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이 조사를 통해 매 달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시간이 정해진다. 하지만, 활동지원시간이 줄어도 그 이유는 알 수 없게 돼 있다. 단순히 장애구간(기존 등급)이 어떻게 조정됐는 지만 안내된다.

특정구간에 무더기로 몰려도 설명 따위는 없다.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최상위 구간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현상은 공단 자료를 봐도 쉽게 발견된다. 2019년 7월~2022년 3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는 총 5만5천598명이다. 이 중 절반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이다. 전체 중 43%(2만4천386명) 정도다. 이들 대부분이 13~15구간에 집중돼 있다. 전체 중 91.7%(2만2천380명)다.

모두 하루 4시간 이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다. 한달로 치면 13구간은 120시간, 14구간은 90시간, 15구간은 60시간이다. 반면, 한달 450~480시간씩 받는 1~2구간 판정자는 없다. 5구간 이상도 전체 중 0.12%(31명)에 불과하다. 10구간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1.4%(362명) 정도다.

그러자 서비스종합조사결과에 대한 의혹만 증폭됐다. 이후 관련정보 공개를 두고 민·관의 법정 분쟁까지 갔다. 앞서 A씨(뇌성마비 1급)는 2019년 10월 관할 지자체에 활동지원수급자격 갱신을 신청했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다음 달 6일 서비스지원종합조사를 기초로 A씨의 활동지원등급을 기존 1등급에서 6구간으로 조정했다. 이 처분으로 A씨의 활동지원시간은 월 440시간에서 330시간으로 줄었다. 당장 종합조사의 구체적인 항목별 점수를 요구했지만, 비공개 통지를 받았다.

결국 A씨는 지난해 3월 서울행정법원에 관할 지자체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정부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정보공개 요구 쪽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1월 15일 서울행정법원은‘이미 공개된 종합조사표의 세부항목 및 평가기준에 따라 판단한 점수에 불과해 종합조사 업무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측 소송 취지를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도 지난 6월 23일 관할지자체와 국민연금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정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거나 조사자에게 부적절한 방법으로 부당한 항의를 하는 등 관할 지자체와 국민연금공단의 공정한 업무 수행에 객관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고 판시했다.

이런 부작용은 장애등급제 개편 후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앞선 2심 판결 후 반년이 지나서야 입법 추진이 있을 정도다. 서비스지원종합조사의 조사항목별 결과를 공개하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최근 이런 내용의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면, 정부는 장애등급제 개선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일부 구간에서 왜곡된 현상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수급자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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