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지하철 이용, 좀 더 편해진다
교통약자 지하철 이용, 좀 더 편해진다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12.26 08: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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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公, 세이프로드 시범사업
승강기 쉽게 찾아주는 유도선 개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 9개 역에 시범설치된 교통약자 세이프로드. ⓒ소셜포커스

A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다. 며칠 전 광화문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수인분당선을 타고 온 그는 왕십리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을 했다. 5호선 왕십리역에서 광화문역까지는 14분 걸린다. 그런데 왕십리역에서 환승에만 약 40분이 걸렸다.

왕십리역은 2호선, 5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4개의 노선이 겹치는 곳이라 어느 역보다 복잡하다. 4곳의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 등 환승에 어려움이 따른 것은 사실이지만 40분은 너무하지 않는가? 동선별로 승강기를 찾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중간에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복무요원 역시 헤매기는 마찬가지였다.

장애인이나 유아차 이용자, 노인 등 이동약자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자주 이용하지 않은 역에서는 승강기를 찾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필자도 자주 겪는 일이다. 위 A씨의 사례도 실은 필자의 경험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러한 어려움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하 공단)과 함께 교통약자가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승강기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Safe-Road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이프로드’란 장애인, 노인, 유아차 이용자 등이 지하철에서 승강기를 가장 안전하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유도선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지난 7월부터 이 사업을 계획하고 시범적으로 9개 역을 선정하여 유도선 설치공사를 하였다. 그리고 이 시범사업 공사를 끝내고 지난 23일 광화문역 세마나실에서 공사 김석호 영업본부장과 공단 강희중 이사 등 40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하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행정안전부 성기선 승강기안전과장은 격려 인사를 통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훌륭한 시스템을 기획한데 감명을 받았다”며, “사례전파는 물론 본사업으로 확대되면 예산지원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기념식을 진행한 공사 영업지원처 유제평 부장은 이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데 한국승강기안전관리공단의 지원은 물론, 한국지체장애인협회(회장 김광환), 장애인 이동권 컨텐츠 제작 공동체인 ‘무의’(이사장 홍윤희), 한국장애인문인복지후원회(대표 김호종) 등으로부터도 많은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무의’의 경우 오래 전부터 시민들과 함께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역 환승 지도를 제작해오는 등 이 분야에 상당한 노하우를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프로드’는 포스터나 스티커보다 눈에 더 잘 띄며 직관적으로 승강기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안내 방식이다. 지하철역에 이미 부착되어 있는 환승 띠나 주차장의 출입구 유도선 등 다양한 선형 부착물을 교통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 위치 안내에 활용한 것이다.

유도선의 색깔을 선택하는데도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다. 이번 행사를 실제로 기획하고 실무를 담당했던 공사 양정렬 대리의 설명에 의하면 “색약자나 색맹자에게도 불편이 없도록 색각이상 유형별로 각각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적합한 색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기념식 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이동하여 세이프로드의 안내에 따라 2·4·5호선으로 환승 체험을 하면서 여려가지 의견을 나눴다. 이날 체험행사에서 수렴된 의견은 향후 더욱 향상된 모습으로 본 사업을 시행할 때 참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이프로드 시범운영 기념행사 참석자들이 광화문역 사무실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김지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역장이 기념행사 참석자들에게 동 역에 설치된 세이프로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휠체어에 타고 있는 사람은 본지 논설위원이자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 조봉현 기술위원이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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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 2022-12-27 16:09:21
기사 잘 읽었습니다. 세이프로드사업이 미진한 부분은 더 보완되고 지하철역사에 확대설치되어 많은 분들에게 편리하게 이용되길 바랍니다.

유*한 2022-12-26 09:09:37
오랫만에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희소식을 접하게 되네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진않지만 가끔 이용할때는 자주 가는곳이 아니면 환승역의 승강기 찾기가 쉽진않았는데요. 이제 그런 어려움은 조금씩 덜어질것 같네요. 앞으로 광화문역을 기점으로 각 환승역에는 세이프로드가 시공되어 장애인들의 이동편의 증진에 많은 도움을 줄수 있으면 좋겠네요. 광화문지하철 세이프로드 시공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