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1.02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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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명 수필집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첫눈에 반한 그 남자는 장애인이었다.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당신은 장애를 가진 사람과 사랑할 수 있나요? 보통의 삶이 어려워도 한 남자와 여자일 뿐입니다. 첫눈에 반해서 주변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때는 이혼을 갈망하며 부르짖었습니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는 후회의 말이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사랑으로 고백합니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작가의 말이다.

“이상한 일이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휠체어에 의존하는 중증장애인과의 평범하지 않았던 결혼, 그리고 이혼위기와 다시 화해로 이어지는 거듭된 반전은 안타까움과 감동이 교차한다. 가슴 뭉클한 스토리와 함께 속도감 있는 문장, 생생하고 진솔한 묘사는 216페이지를 모두 읽을 때까지 잠시도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중간중간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작가는 근육장애인을 남편으로 선택했다. 근육장애인은 UN이 정한 주요 희귀질환인 ‘진행성 근이양증’이라는 근육병으로 장애를 갖는다. 치료법은 없으며, 전신에 걸쳐 근육세포가 조금씩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에는 식사와 수면, 배설에 이르기까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남편 역시 이처럼 극한 상황에서도 훌륭한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온갖 내조를 아끼지 않는다. 남편은 한때 근육장애인들의 권익을 돕고 희망을 주는 근육장애인협회 회장을 했으며, 지금도 장애인 여행을 돕는 공기업에 근무중이다.

총 32꼭지의 이야기가 수록된 이 책은 크게 4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는 남편과 작가의 성장과정, 비장애인으로서 중증장애인을 만나 첫인상에 반했고, 주변의 반대를 설득하여 결혼한 이야기다. 제2파트는 결혼 후 신혼여행, 임신과 출산, 육아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세 번째 파트는 살아가면서 새롭게 부딪치는 갈등과 고뇌, 이혼 직전까지의 안타까운 이야기, 화해의 과정 등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불완전하고 찜찜한 화해는 남편이 코로나에 걸리는 뜻밖의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극적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완전히 하나가 된다. 그 이야기는 제4부에 그려진다.

작가가 남편을 처음 만나 구애작전을 펼치는 과정은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하지만 양가 가족들의 훌륭한 인생이야기도 감동을 불러내기에 충분하다.

남편은 20대에 고향인 강원도 인제에서 수해를 만나 살림살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홀어머니가 산사태에 매몰되어 시신으로 발견되는 처절함을 겪는다. 그러나 남편에겐 부모나 다름없이 지금까지 보살피고 지켜준 작은아버지가 계셨다. 애틋하고 감동적인 숙부모의 조카사랑 이야기도 작품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작가가 가장 존경한다는 작가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사업마다 실패하고 공사현장의 막노동과 호떡장사로 연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는 어린 시절 ‘호떡집 딸’로 불렸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노숙인을 집으로 데려와 목욕을 시켜줄 만큼 천성이 따뜻한 아버지는 최고령 검정고시 합격자라는 만학으로 사회복지가가 되었다. 그리고 고아원 총무를 거쳐 복지관 관장이 되었고, NGO를 이끌며 인생 후반을 사회적 약자들을 지키는 사업에 헌신했다. 10년간 소록도를 찾아 자원봉사도 했다고 한다.

작가도 이런 아버지를 따라 사회복지사가 되어 여러 복지시설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사회복지사인 남편도 그런 일을 하다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책은 2022년 12월 30일 슬로디미디어그룹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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