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뀐 전장연 지하철 시위
‘판‘ 바뀐 전장연 지하철 시위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1.02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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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지연 원칙 대응에 일단 ‘주춤‘
여론악화 정점·내부 반발 조짐도 작용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시위 해산 후 귀가를 위해 지하철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좌)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시위 해산 후 귀가를 위해 지하철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우)지하철 시위 라이브 방송 채팅 창 ⓒ전장연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 화면 갈무리.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해가 바뀌면서 장애인 단체 지하철 시위도 새 국면이다. 지자체가 원칙 대응에 나섰고, 시민 피로감은 정점에 달했다. 하루 시위도 10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내부 반발 기류까지 있다. 특히, 대화보다 대결구도 위주 시위방식에 대한 이견이 나온다.

2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활동가 등 15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10분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로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는 선전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조정안을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공사는 시위 중단과 퇴거를 요구하는 안내방송을 했다. 2년 여간 지속된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한 첫 원칙 대응이다. 구기정 삼각지역장은 마이크를 잡고 수 십 차례 “역 시설 등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등은 철도안전법에 금지돼 있다”며 “역에서 퇴거하지 않을 경우 지하철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전장연은 이런 원칙 대응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을 자극해 마찰을 유도한다며 맞섰다. 박경석 대표는 “서울시가 경찰력을 동원하고 경고방송까지 하며 활동가들을 자극해 의도적으로 마찰을 유도하고 장애인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이라고 했다.

오후 9시40분께 해산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탑승 시도는 계속됐다. 오후 6시 퇴근시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시민과 전장연 활동가, 공사 직원, 경찰이 뒤엉키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관 1명은 전동차로 돌진하던 활동가 휠체어에 부딪혀 다리를 다쳤다. 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상자 9명은 병원으로 후송하거나 현장조치 했다.  

그러자 공사는 사전 고지대로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상행선(당고개행) 열차 13대가 삼각지역을 지나쳐 운행했다. 결국 이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만 또 골탕먹은 셈이다. 이후 전장연은 허겁지겁 방침을 바꿔 이날 시위 해산을 선언했다. 이들은 당초 지하철 역사 안에서 하룻밤 묵고 농성할 계획이었다.

사정이 이렇자 시민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전장연의 SNS 라이브 중계에 비판여론 일색이었다. 한 채팅 참가자는 ‘장애인 전체 목소리인 것 마냥 떠들지 말고, 무고한 시민들에게 피해 주지 말라‘고 썼다.

또 다른 참가자는 ‘(열차를) 5분 지연시키면 그 5분때문에 뒷차까지 밀린다. 여기에 환승 열차를 못 타는 부분까지 더하면 연착시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데도 서울시 원칙 대응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할 수 있나‘라고 했다. 이밖에 ‘이 정도면 (전장연은) 사회적 강자고, 사회적 약자는 일반시민’, ‘너희가 먼저 공정과 상식을 보여야 시민들도 공감한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전장연 내부에서조차 반발 조짐이 일부 포착된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활동가 A씨는 “장애인권리예산은 반드시 반영돼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일부 시민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지하철 시위방식에는 합리적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 내부엔 자칫 대결구도를 앞세워 권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시위 해산 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열차 지연에 대한 여론 악화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박경석 대표는 “법원 조정안인 5분 내 탑승을 지키면서 열차 안에서 선전전, 문화제 등을 통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시민 공감을 구하겠다”며 “1분 이상 지체되면 큰일 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언급도 무겁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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