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협, 새 활력소로 재기하는 계기“
“지장협, 새 활력소로 재기하는 계기“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2.17 18: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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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춘 성남한가람보호작업장 원장 인터뷰
양병춘 성남한가람보호작업장 원장.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끝없이 원망하고 좌절한다고 해서 장애가 지워지는 게 아닙니다.  장애·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 그들과 더 적극적으로 어울리며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려는 강인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정년퇴임한 양병춘 성남한가람보호작업장 원장 얘기다. 앞선 말처럼 그의 생애는 한 마디로 ‘불굴의 의지’로 요약된다. 직업군인에서 장애계 맏형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이다.

그는 지난 2000년 불의의 사고를 당해 중도 장애인이 됐다. 경기 수원에서 특수부대 군인으로 복무하던 때였다. 당시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해 흉추, 슬개골, 갈비뼈를 크게 다쳤다. 철심 고정 등 수술도 여러 번 했고, 치료·재활기간만 3년여 걸렸다. 갑작스런 사고와 오랜 병원생활로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고나선 스스로 위축돼 잔뜩 풀 죽어 지냈다.

그러다 지인 소개로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를 처음 알게 됐다. 장애인 당사자도 장애인을 위해 일하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그간 움츠러든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회로 여겨져 설레기까지 했다. 그래서 당장 집 근처 지장협 서울협회 성북구지회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장애계에서 20여년간 몸 담고 활동해 온 긴 여정의 시작이다. 이후 지장협 산하 조직과 위탁시설에서 주요 보직을 충실히 수행했다.

최근 지장협 중앙회 회의실에서 양병춘 원장을 만나 인생철학, 장애인 직업재활 발전방향, 향후계획 등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년퇴임을 맞는 소회는

“중도장애인 당사자로서 2003년 3월26일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입사해 지장협 중앙회 조직국장, 성남시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지원팀장, 고양시설문동장애인직업재활원 원장, 북부장애인직업재활시설 원장, 성남시한가람보호작업장 원장 등으로 18년 9개월을 근무하며 지장협 설립이념에 맞춰 소속감과 사명감을 갖고 장애인 복지에 매진했다. 정년의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도 지장협과 장애인 복지를 위해 기회와 임무가 주어진다면 더 노력하겠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배려해주신 지장협 중앙회장님과 임직원 그리고 시도협회 시군구지회 복지관 시설 종사자 여러분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리며, 모두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   

지금껏 스스로를 지탱한 철학과 이념은

특전사 직업군인출신으로 강인한 정신력으로 생활하던 중 교통사고로 지체3급 판정을 받고 의기소침해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있을 때 지장협을 처음 알게 됐다. 2003년 3월 지장협 중앙회에 입사해 회원 여러분들이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해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었고 오늘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다. 나보다 더 중증인 어려운 장애인들과 함께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장애인을 위해 보람있는 활동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웠다. 이 과정에서 삶의 철학으로 자리잡은 건 삶을 향한 강인한 의지와 노력이다. 스스로 지치지 않고 모두 함께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장 재임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점과 아쉬운 점은

“장애인의 날 행사 때 현판식을 하고 송년잔치 때 포상을 강화하고 장애인 친구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하며 참여기회를 확대해 나가자 장애인 근로자들이 보인 밝은 표정과 자신감, 당당함에 가슴 한편으로 뭉클했다. 또, 종사자들과 소통과 배려, 사기진작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역량강화에 힘써 시설 소득증대로 근로장애인들의 급여 상승과 복지지원 시설환경개선에 기여한데 대해서도 보람을 느낀다. 다만, 경기복지재단의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지원사업’으로 추진한 성남한가람보호작업장 발전 5개년 계획을 이제 막 수립했는데 직접 실천해 나갈 수 없어 마음 한 켠에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성남시와 한가람의 무궁한 발전과 근로자 및 종사자들이 잘 해 줄거라고 믿는다.”

코로나19 여파로 장애인 고용시장이 많이 위축됐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제시할 수 있는 타개책은

“정부 지원과 정책의 변화만 바랄 게 아니라 시장과 사회의 변화 흐름에 맞춰 장애인 고용과 직업재활시설의 운영, 생산품도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과 기민성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생산제품 품질은 기본이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코로나19, 환경, 안전 등을 중요시 하는 시대 변화에 발맞춘 직업재활시설 운영이 장기적으로 볼 때 장애인 일자리를 위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고용과 직업교육을 저해하는 요소를 꼽는다면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과 배제가 고용과 교육을 분리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우선시된다면 장애인인식개선교육도 따로 필요 없게 된다. 또, 우리 사회나 기업들이 장애 특성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부족하다.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같은 기준으로 직무능력을 평가하고 요구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우선 장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 다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고민해야 한다. 미래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인공지능, 로봇 등의 출현으로 사람의 노동 기여가 점점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때문에, 하루빨리 제도적으로 장애인의 고용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장애인 인권이 생활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존중받을 수 있는 성숙된 사회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장애인 직업재활 및 고용지원과 관련한 정부에 대한 기대와 향후 계획은

“현재 제도적으로는 근로사업장, 보호작업장, 직업적응훈련시설 등 3개 유형으로 구분돼 있지만, 실제는 그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다. 하루 빨리 직업재활시설의 경영·지원의 유연성이 보장돼야 장애인과 시대가 요구하는 직업재활시설의 새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같은 지원을 하고 월등히 나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비현실적이고 종사자들의 무조건적인 헌신만 강요하는 처사다. 이밖에 비경제활동 활동인구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편입,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비율 상향조정, 장애인 보충급여제 등도 전향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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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취 2023-04-21 09:43:48
양병춘 원장님... 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한가람보호작업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