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마린센터 주변 보도는 위험시설
부산 마린센터 주변 보도는 위험시설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2.19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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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통행 가로막는 통행로 곳곳에 단차
이동약자 위험 내몰려도 당국은 나 몰라라

부산 중구 중앙동은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같이 구도심의 중심가다. 가까이에 부산역은 물론 부산항 여객부두와 대형백화점 등이 있어 차량과 보행자가 비좁은 골목길까지 붐빈다.

그런데 중앙동4가의 중심 골목인 충장대로9번길 마린센터 건물 주변 보도의 경우 중간중간에  휠체어가 이동할 수 없는 단절구간이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동약자에게는 그 단차 하나가 거대한 장벽일 수 있다. 누군가 밀어줄 수 있는 수동휠체어라면 어렵게나마 단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혼자서 이용하는 전동휠체어가 대세다.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은 보도가 있어도 할 수 없이 위험한 차도로 통행을 해야 한다. 그 골목은 차량 통행도 매우 많다.

보도를 통해 한 블록에서 다른 블록으로 이동할 때 차도를 건너야 하는 상황에서는 항상 횡단보도가 필요하다. 이때 관계 법령은 모든 횡단보도는 보도와 차도의 경계부분에 단차가 생기지 않도록 연석을 사용하거나 경사형으로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로 폭이 넓지 않아서 굳이 별도의 횡단보도를 만들지 않더라도 보도와 차도가 이어지는 양쪽 경계 부분은 단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휠체어나 유아차가 아예 이동할 수 없거나 큰 불편을 주게된다.

부산지방보훈청이 있는 블록에서 마린센터가 있는 블록으로 넘가는 보도는 단절되어 있다. 휠체어를 타고 보도를 통해서 이동했다면 다시 진입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위험한 차도를 통해 모든 구간을 이동해야만 한다. 단차가 위험하다기 보다는 단차라는 장벽에 막혀 이동약자는 보도를 포기하고 차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말이다.

마린센터 정문 앞 양쪽 보도는 단차가 있다. 불과 5cm 정도의 높이지만 휠체어로 이동하는 사람에게는 큰 장애물이다. 이런 장애물은 보도에서 마린센터 건물 안으로 출입하는데도 불편을 준다.

이런 경우 차량이 진입하는 구간의 차도를 양옆 보도와 같은 높이로 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차도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인식이 차량보다는 보행자가 바라보는 쪽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그런 인식이 아직 미치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보도의 턱을 낮춰서라도 단차를 없애야 하는데 그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필자는 작년 8월에도 부산 중구청장에게 민원을 제기했다. 마린센터 주변 보도에 대한 단차 해소 조치를 건의했었다. 당시 중구청 건설과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교통약자 보행환경 개선을 위하여는 보도 곡각부 낮춤시공이 필요하나, 해당 보도가 민간소유의 토지라서 소유자 동의서 징구 및 정비예산을 확보하여 시행토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최근 다시 방문하게 됐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중구청에 연락해 봤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행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민간소유라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었다.

사실 이곳 보도가 민간소유라고 해도 한 곳은 국가기관인 부산지방보훈청에 속한 토지다. 또 한 곳은 마린센터로 비영리법인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 시설이다. 그리고 주변 보도는 모두 50년이 넘도록 시민들이 상시 통행을 해온 사실상 공용시설이다.

부산시가 매입을 해서라도 통행인의 불편이 없도록 정비를 해야 한다. 그럴 형편이 못되면 소유주에게 행정지도나 지원을 통해서라도 위험하고 불편한 시설을 개선토록 해야 한다. 중구청이 소유주인 보훈청이나 선원노련에 행정지도를 할수 있다. 단차해소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며, 공익적인 사항이라서 굳이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토지 소유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17층 규모의 마린센터에는 음식점과 웨딩홀, 약국, 이용원, 사우나 등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생활편익시설도 많다. 건물주변의 불편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오히려 시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답답한 필자는 마린센터에 있는 선원노련을 방문해 국장급 관계자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개선의사를 타진했다. 그랬더니 ”이동약자들에게 그러한 불편사항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면서 ”건물 앞을 지나는 행인이나 방문자의 불편이 없도록 검토해보고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해야죠“라고 말했다.

지나가는 행인의 한마디로도 개선할 수 있다는데, 관할 구청에서는 대책마련을 건의했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오랜 세월 그곳을 지났던 얼마나 많은 이동약자가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했을까?

그리고 보훈청 및 마린센터 앞 구간은 보도에서 지자체 소유의 차도 쪽으로 경사로를 덧붙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해결 방법이 전혀없는 것도 아닌데 "민간시설"이라는 것도 결국은 핑계에 불과하다. 또한 민간시설이라 해도 당국의 인허가 과정에서 제대로 검토를 하지 않은 것과 수십년간 도로관리를 부실하게 한 공무원의 책임도 면할 수는 없다.

엄연한 공공시설임에도 당국은 언제까지 민간소유라는 핑계만 반복할 것인가? 민간시설에 화재가 나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민간소유라서 방치할 것인가?

부산보훈청 앞 보도(위)에서 바로 옆의 마린세터 앞 보도(아래) 사이에 횡단보도가 없다. 더구나 단차로 단절되어 있어 휠체어 등 이동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사람은 이동할 수 없다. ⓒ소셜포커스
마린센터 차량 출입구와 양쪽의 보도는 불과 5cm 높이의 단차로 인해 휠체어가 지나가기 어렵다. 위험시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보도를 포기하고 차도로 이동해야 하는 이동약자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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