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 빈곤’ 자초한 장애인 고용정책
‘풍요 속 빈곤’ 자초한 장애인 고용정책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3.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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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장애인 경제활동, 길을 묻다 ①직업재활기금의 허와 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의 장애인 고용정책이 주먹구구식 운용으로 또 말썽이다. 공룡조직을 두고도 정작 장애인 취업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그러면서 관련기금의 60% 정도는 금융 및 투자기관 등에 맡겼다. 이들 금융기관에 쌓아 놓은 여유재원만 2조원에 가까울 정도다. 노동당국이 ‘풍요 속 빈곤’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7회에 걸쳐 장애인 고용정책 재정운용 구조 및  주요 사업별 성과와 과제를 차례로 들여다본다. 싣는 순서는 ①직업재활기금의 허와 실 ②장애인 취업지원 ③장애인 직업능력개발 ④장애인표준사업장 ⑤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 ⑥장애인 고용연구 ⑦장애인 인식개선 등이다.

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 기금의 총 지출 규모는 1조8천755억5천600만원이다. 장애인 취업과 재활교육을 위해 1991년부터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 사업에 쓰이는 건 절반을 크게 밑돈다. 총 7천762만6천800만원으로 전체 지출액의 41.3% 규모다. 이 가운데 69.8%(5천424억4천만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투입됐다. 우선, 공단 인건비로 697억9천500만원이 쓰였다. 올해 1월1일 기준 공단의 전체 직원 수는 1천452명이다. 임원 3명, 일반직 696명, 별정직 62명, 연구직 17명, 교사직 178명, 직업평가직 114명, 특정업무직 384명 등이다.

직원 평균 연봉으로 치면 4천806만8천181원이다. 이사장 등 임원들은 평균 1억2천687만8천원씩 챙겼다. 정부 주요 부처 장·차관 연봉과 맞먹는다. 각 부처 장관(급)은 1억3천580만원, 차관(급)은 1억3천189만원 수준이다.

공단 청사 및 무연고 직원 사택에도 9억5천만원이 쓰였다. 모두 건물 임차보증금 형태다. 또, 공단 사업운영비 100억9천400만원, 대외협력비 10억4천500만원이 각각 투입됐다.

이를 뺀 실제 사업비는 5천303억5천100만원이다. 구체적으론 ▲장애인고용관리 지원 2천106억7천100만원 ▲장애인직업능력개발 705억9천700만원 ▲장애인 표준사업장 지원 364억3천700만원 ▲장애인취업 지원 306억3천만원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 지원 206억원 ▲보조공학기기 지원 166억6천만원 ▲장애인고용증진융자 90억2천500만원 ▲장애인인식개선 지원 49억7천500만원 ▲장애인고용정보화 45억2천600만원 ▲장애인고용연구 39억8천200만원 ▲최저임금 적용제외 근로장애인 전환 지원 37억4천400만원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27억6천800만원 ▲중증장애인근로자 출‧퇴근비용 지원 26억1천만원 등이다.

나머지는 금융·투자기관, 정부관리기금 등에 맡겼다. 정부 정책사업 등에 쓰지 않고 남아도는 여유자금이다. 전부 합치면 1조992억8천800만원 규모다. 해당 기금 전체 지출의 58.6%다.

먼저,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에 6천억원을 예탁했다. 이 기금은 각종 기금과 특별회계에서 남는 걸 한데 모아 놓은 것이다. 주로 재정융자나 국채 발행 및 상환 등에 쓰인다. 또, 비통화금융기관에도 4천989억8천800만원을 맡겼다. 비통화금융기관은 개발·투자, 저축·보험 기관 등을 말한다. 산업·수출입은행, 투자신탁·증권금융사, 신협·새마을금고, 생명보험사 등이 있다. 이밖에 한국은행에도 3억원을 예탁했다.

반면, 기금 조성 목적인 장애인 취업은 하세월이다. 취업률이 해마다 들쭉날쭉하며 쳇바퀴만 돌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1%다. 전체 인구 경제활동참가율(64.9%)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5년 수치를 봐도 제자리 걸음을 되풀이하고 있다. ▲2018년 37%▲2019년 37.3% ▲2020년 37% ▲2021년 37.3% ▲2022년 38.1% 등으로 집계됐다.

기금 절반이 여유자금으로 놀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당초 기금 조성 및 도입 취지와도 정면에서 배치된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제1조와 제68조에서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금 설치 목적을 못 박았다.

그러자 일각에선 기금 부실운영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다. 수도권의 한 직업재활시설 원장 A씨는 “현재 장애인 취업률을 고려하면 수 조원대 여유자금을 둘 때가 아닐텐데, 정부가 현실따윈 아랑곳없이 장애인 취업과 직업재활 목적의 기금 대부분을 나라 빚 내고 빚 갚는데 쓸 목적으로 곳간에 잔뜩 쌓는데에만 혈안”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정년퇴임한 장애인보호작업장 원장 B씨도 “2조원에 가까운 기금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기회비용만 발생시켜 결국 국가재정만 낭비하는 꼴”이라며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기금 사용범위 확대 등 좀 더 전향적인 고민과 논의가 절실한 때”라고 짚었다.

반면, 정부는 해당 기금 활용에는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목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 중이라고 맞섰다.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 기금은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고 직업훈련 및 재활을 지원해 민간기업으로 이직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쓰이고 있다”며 “현재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건립 등 기금 용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폭 넓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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