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에도 외면받는 ‘장애인 급식‘
경제한파에도 외면받는 ‘장애인 급식‘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2.23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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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장애인 급식지원 지방정부 천차만별
노인·아동과 달리 관련 제도 및 법적 근거 없어
전남의 한 장애인복지관 구내식당.
전남의 한 장애인복지관 구내식당.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애인 급식 지원사업이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뤄지며 장애인복지관 등 현장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23일 장애계에 따르면, 아동이나 노인과 달리 저소득 장애인 급식을 위한 제도적 근거가 미비해 장애인복지관 등 이용시설 소재지에 따라 지원사업이 달리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 재원으로 급식비 지원 근거를 규정하는 ‘저소득주민 생활 안정 지원 조례’를 들여다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울산‧충남‧전남 등 4곳만이 급식 단가를 정해 저소득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도 지원 대상으로 ‘등록장애인’을 포함한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광주는 올해 7개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 804명에 한정해 급식비를 지원한다. 예산액은 3억8천500만원으로, 1인당 지원되는 급식 단가는 2천원 수준이다. 기초지자체와 분담 없이 시비 100%로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물가 인상 압박에도 단가를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 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 설명이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에 아동·노인·장애인 등 지자체 복지시설 이용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포괄 규정했다. 광주를 포함해 인천‧울산‧전남 등 4곳이다. 전남에서는 장애인 관련 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급식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고, 울산은 민선8기 공약으로 삼고 시행 전 검토 단계다.

지난 2019년부터 급식 사업을 시작한 전남은 올해 18군데 장애인복지관 이용자 2천800명을 지원한다. 당사자는 물론 동행인 1인까지 지원되며 급식 단가는 4천원이다. 사업비는 28억원 규모로 22개 시·군이 예산액의 70%를 부담하는 구조다.

도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경로식당 등 급식 지원이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저소득 어르신들과는 달리 장애인에 대해선 지원책이 없다 보니 이용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22개 시·군과의 협의를 거쳐 주간보호센터, 직업재활시설 등까지 지원 범위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광역지자체 지원이 없을 경우 장애인 급식 예산은 오롯이 기초지자체 몫이다. 복지관 운영비는 지난 2005년 지방이양 사업으로 전환돼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게 돼 있다. 예산 부담이 크다 보니 장애인 급식 지원의 필요성을 느낀 지자체조차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거나 일부만 선별해 지원하는 형편이다.

서울의 A 장애인복지관은 매년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 당사자 30명만을 한정해 지원하는데, 구에서 지원하는 급식 단가는 3천원으로 복지관에서 판매하는 식권(3천5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상이 늘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A 복지관 관계자는 “지난해 물가 때문에 4천원까지 식비를 올리려 했으나 서울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500원만 인상한 상태”라며 “구에서 지원하는 급식 단가는 오죽하겠냐. 이마저도 이용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머지 금액은 복지관에서 자체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복지관을 비롯한 장애인 이용시설의 급식 지원을 위해 광역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태한(국힘·사상1) 부산시의원은 지난 8일 시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시 일괄 지원으로 전역에서 무상 지원되는 경로식당과 달리 저소득 장애인은 공적 지원에서 배제돼있다”며 “사상구 복지관을 비롯해 대부분 복지관이 자체 수입과 후원금으로만 식당을 운영하며 만성적인 운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후원금 모금도 어려운 가운데 급격한 물가 상승까지 겹치며 식단이 초라해지고 불만이 커진다. 그런데도 시는 근거가 없다는 핑계로 수수방관하는 중”이라며 “조례에 저소득장애인 무료 급식 지원 근거를 규정해야 한다. 제도 마련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장애인 급식 지원 규정을 담은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조차 넘어가지 못한 채 계류된 상태다. 지금은 국토교통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맹성규(민주·남동갑) 국회의원이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진 2021년 대표 발의한 법안인데, 이동식 급식 차량을 포함해 저소득층을 위한 급식시설 설치·운영·지원 등의 근거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당시 검토보고서를 보면 “국가와 지방 재정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대상자별 특성을 고려한 급실시설 설치·운영 규정을 개별 법률에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에선 지금껏  장애인 급식 지원과 관련한 어떠한 후속 논의도 진행된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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