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판 치는 의원 ‘입법표절’
국회에서 판 치는 의원 ‘입법표절’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3.03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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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새 장애인 휴대폰 사기 피해방지법 중복발의
대안법안 폐기 74.8% 역대 최고…정치혐오 확산 지적
지난달 27일 열린 제403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 모습.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제21대 국회 막바지에도 의원 표절입법은 여전하다. 이제 중복 법안을 일주일새 다시 내놓는 대범함까지 보인다. 그새 내용이 비슷해 폐기되는 수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질’보다 ‘양’ 중심의 물량공세식 입법실적에 혈안인 모습이다. 이미 만성화 돼 정치혐오만 더 확산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3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장애인 대상의 휴대폰 판매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취지다. 이동통신 사업자와 대리점, 판매점이 장애인에게 고가 스마트폰을 팔 때 차별을 금지하고, 비용, 요금제, 서비스 조건 등 관련정보를 정확히 고지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같은 당 동료 의원이 낸 법안과 판박이 수준이다. 강선우 의원은 지난 달 23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장애인 스마트폰 개통 피해사례를 막는 게 입법취지다.

이 법 개정안에 이동통신사업자의 금지행위로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불합리한 계약을 추가했다. 이동통신 사업자, 대리점, 위탁점이 장애, 질병, 노령 등 사유로 서비스 내용 및 거래조건, 이용자 특성 및 기존 서비스 이력을 고려한 통상적인 서비스 분량을 현저히 초과하는 것임을 알고도 이를 권유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걸 금지했다. 또, 이런 내용의 안내자료를 계약 체결 장소에 두도록 했다.

내용상 두 법안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불과 1주일 간격을 두고 중복법안이 잇따른 셈이다. 특히, 김 의원은 앞선 법안의 공동발의자 명단에도 올랐다. 그러면서 1주일여 지나 유사법안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놨다. 반면, 이 법 공동발의자 명단에 강선우 의원은 빠져 있다. 더 이상 주변 눈치도 안 보고 점점 대범해지는 모양새다. 

비슷한 내용인만큼 대안법안으로 모두 폐기될 운명들이다. 이런 식으로 사라진 법안도 이미 역대 국회 최고치를 기록했다. 입법 실적 부풀리기로 치면 역대급이란 얘기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분석결과, 제21대 국회에서 처리한 의원입법 4천592건 중 3천435건(74.8%)이 대안법안으로 폐기됐다. 지난 19~20대 국회의 3배를 훌쩍 넘는다. 20대 국회는 총 2만1천594개 법안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대안반영 폐기는 5천130건(23.7%)이다. 19대 국회의 대안반영 폐기율도 27.4%를 기록했다. 1만5천444건 중 4천238건이 대안법안으로 폐기됐다.

그러자 부실입법에 대한 무책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정치혐오를 자초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국회의원 서로 품앗이 해가며 입법 내용보다 전체 발의 건 수 늘리는데에만 핏대를 올리고 있어 시민들의 정치 혐오만 더 깊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수도권 재선 출신의 A 전 의원도 “단순 실적 위주의 의정활동 측정도구부터 다시 정비해 입법 품질에 기초한 꼼꼼한 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김상희 의원 측은 “두 법안이 내용상 차이는 없지만 큰 틀에서 장애인 차별 해소가 입법취지인만큼 전기통신안전법이 아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개정내용을 포함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강선우 의원 입장을 확인하지 못해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강 의원을 넣지 못했지만, 어느 쪽이든 법안 심의·통과에는 큰 장애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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