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어려운 7788… 개선 필요한 철도역 장애인 서비스
통화 어려운 7788… 개선 필요한 철도역 장애인 서비스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3.06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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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역 전화번호 미공개… 역무원과 직접소통 불가능
전화 연결 기다리다 기차 놓치기도
휠체어 이용자 탑승을 돕기 위해 리프트를 설치하는 모습 ⓒ소셜포커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기차 타는 절차는 좀 복잡하다. 해당 열차가 출발하기 전 최소한 20분 전까지 미리 역사의 고객지원실이나 매표창구에서 리프트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리프트 서비스는 승강장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통해 안전하게 열차에 탑승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리 신청해야 역무실 직원도 차질 없이 준비를 할 수 있다. 역무실에서 운행 중인 해당 열차의 승무원이나 기관사와 미리 교신을 통해 승무원이 휠체어 탑승 칸으로 미리 이동하고 정차지점 조정 등 열차도 준비 할 수 있다.

코레일 톡에서도 기차표 예약하면서 리프트 신청을 할 수 있는 메뉴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당일 예약인 경우 서비스 신청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결국 철도역에 미리 도착하여 구두로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내 도로 사정이나 장애인 콜택시 배차지연, 지하철 지연도착 등 이유로 역사에 미리 도착하기 곤란한 경우 전화로 요청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다.

개별 철도역 전화번호는 114에서도 확인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코레일 고객센터 대표번호인 1588-7788이나 1544-7788(이하 7788)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7788 상담원과 즉시통화는 웬만한 행운이 아니면 통화가 어렵다.

적어도 열차출발 20분 전까지는 출발역 역무실 전화번호를 확인하여 리프트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7788 번호는 통화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결을 기다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대기하는데 “기다려달라”는 기계음만 반복하다가 끊어져 버리기 일쑤다. 여러 차례 시도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열차출발 15분 전이 지나가 버리고 리프트 신청을 못해 열차 출발 전 도착하고도 예약한 열차를 포기해야 한다.

열차가 드문 노선에서는 그야말로 낭패다. 필자도 이런 이유로 기차를 놓쳐버린 적이 몇 번 있다. 7788 통화 연결지연으로 불편을 겪는 일은 장애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이런 일을 겪는다.

또 어쩌다가 7788번과 연결되었어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지루한 ARS 녹음안내를 한참이나 들어야 한다. 이용할 역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면 그냥 알려주는 법이 없다. 긴급한 일로 역무원과 통화하고 싶으니 빨리 알려달라고 해도 “문의사항이 있으면 저에게 하십시오”라며 몇 초가 아쉬운 시간을 잡아먹는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데 역무실에 리프트 신청을 해야 하니 빨리 좀 알려달라고 하면 그때서야 마지못해 알려준다.

아니면 “제가 전달하겠습니다”라며 출발역과 출발시간, 열차번호 등을 묻는 경우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해당 역의 역무원과 직접 통화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할 것이다. 그렇지만 7788 상담원과 입씨름을 할 겨를도 없을 만큼 시간이 촉박할 때는 그냥 7788 상담원에게 맡기기도 한다. 그럴 때는 가끔 전달 착오 등으로 열차 이용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개별역의 역무원이 처리할 사항까지 7788에서 모두 처리해줄 수도 없으면서 도대체 개별 역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코레일에 각 철도역 전화번호 공개를 건의하면 “코레일 운영 정책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돌아온다. 그렇다면 7788 상담원이라도 충분히 증원시켜서 고객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할 게 아닌가?

과거에 지하철역 전화번호도 7788외에는 공개되지 않은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하철 앱에서 지하철역 정보에 들어가면 역사 전화걸기와 유실물센터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동약자가 도움을 요청할 때도 언제든지 역무원과 직접 통화를 할 수 있다.

휠체어를 상시 이용하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전국의 모든 철도역에는 이동약자를 위한 휠체어가 비치되어 있다. 노약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역무원이나 사회복무요원이 시내교통편 환승지점까지 휠체어를 가지고 마중을 나오거나 배웅을 한다. 이때도 해당 철도역에 역무원과 직접 전화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서로 만나는데도 착오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굳이 전국 대표번호인 7788을 거치도록 했기 때문에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전국 철도역은 지하철역에 비해 그 숫자도 훨씬 적다. 기차표 휴대폰 예약시스템인 코레일 톡에서 각 철도역에 대한 전화번호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 전면공개가 부담스럽다면 [전국철도역 전화번호부]를 만들어 장애인 단체 등을 통해 장애인에게 만이라도 배포하면 어떨까?

어느 날 긴급 상황에서 1544-7788에 약 20분간 4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총통화시간은 10분22초였다. 그러나 모두 안내사항과 대기하라는 음성만 반복하다 끊어졌기 때문에 실제 상담원은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열차 출발 전에 역에 도착했어도 열차를 타지 못했다. ⓒ소셜포커스

 

철도역에 비치한 이동약자용 휠체어, 고객과 역무원의 소통이 제대로 안되면 이런 것도 무용지물이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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