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사업 철회(?)
정부,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사업 철회(?)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3.22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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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버스 휠체어 탑승지원 시범사업 지원자 ‘0’
국토부, 이용수요·경제성 등 이유 들며 속수무책
16일 광주지법 앞에서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 고속버스 이용에 관한 차별 구제 재판의 신속한 진행과 버스 휠체어 리프트 설치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광주지법 앞에서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 고속버스 이용에 관한 차별 구제 재판의 신속한 진행과 버스 휠체어 리프트 설치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휠체어 이용자의 장거리 이동을 위한 버스 운행 시범사업이 뒷걸음질이다. 2년 넘게 지원자 하나 없어도, 정작 관계당국은 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되레 이용수요, 경제성 등을 들먹이며 해당 사업에서 한 발 빼는 분위기다. 그러자 한편에선 적당히 시늉만 보이다 뭉개는 전시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르면 이 달 ‘2023년 휠체어 탑승 가능 시외버스 지원 사업’ 공고를 내고 휠체어 탑승객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버스 운송사업자 모집 절차를 시작한다.

시민들이 휠체어를 탄 채 버스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설치비용 11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공모에 선정되면 버스 내에 휠체어 탑승 공간을 마련하고 고정을 위한 안전장치와 탑승을 위한 승강장치 등을 설치하게 된다.

이는 장애계의 끈질긴 요구에 따른 것이다. 2021년 교통약자 이동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1순위 운송수단 승용차(65.7%) 다음으로 고속·시외버스가 16.5%로 두 번째를 차지한다. 하지만, 장애인 이용률은 유독 낮다. 교통약자로 함께 묶여있는 고령자 이용률은 24.7%로 평균치를 상회하는 반면 시각장애인은 7.1%, 지체장애인은 10.6% 등이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 보장할 것을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지난해 2월 대법원도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정당한 편의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장거리 버스 이동 지원을 목표로 공모 사업을 진행해왔다.

문제는 올해 3년 차인 시외버스 지원 사업 참여자가 지금껏 없다는 점이다. 2021년 3월 첫 공고를 시작으로 여섯 차례 사업자 모집이 있었지만, 버스 운송업자는 물론 지자체 누구도 손 들지 않았다.

국토부는 ‘실효성’ 문제라며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애계 요구와 달리 버스를 통한 장거리 이동 수요 자체가 낮아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앞선 휠체어 탑승 설비 장착 고속버스 시범 사업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지난 2019년 10월 서울과 부산·강릉·전주·당진 등을 오가는 4개 노선을 대상으로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버스 10대를 갖추고 시범 업을 시작했는데, 이후 1년간 실제 이용객 수는 16명에 불과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은 물론 휠체어 승차·이용 등에 필요한 물리적 기회비용까지 더해지며, 운송업자들도 버스 운행을 결국 포기했다. 현재는 서울~당진간 1개 노선에만 인프라를 갖춘 버스가 투입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버스에 휠체어 전용 승강구와 승강장치, 가변형 슬라이딩 좌석, 휠체어 고정장치 등을 갖췄음에도 실제 이용자가 사실상 없었다”며 “이보다는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이나 저상버스 등이 현실적으로 수요도 있고 지출 효과도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용역을 통해 장애인 등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 등에 따라 추진된 2개 연구용역 결과에 맞춰, 이르면 하반기 중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올해도 시외버스 공모는 변경 없이 진행한다.

이를 두고 장애계는 정부의 의지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사업 효과를 높이고 추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미적지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정부의 미온적인 반응을 보면 당장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한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광주에선 지역 대표 운수사업자인 금호고속과 지자체·정부 등을 상대로 뇌병변 장애인 5명이 제기한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 광주장애인철폐연대는 지난 16일 2차 변론기일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금호고속의 휠체어 리프트 버스는 단 한 대도 도입되지 않았다“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의지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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