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15주년, 바뀌어온 사회 변화상도 담아내야”
“장차법 15주년, 바뀌어온 사회 변화상도 담아내야”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4.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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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첫 제시한 ‘장차법 전부개정안’, 장애 범위 확대와 재난 차별 등 명시
법 시행 15주년 맞아 장애계 여러 현안 제시되기도, 노동권이 주된 이슈로
1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5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개정할 결심’이 열렸다. ⓒ소셜포커스
1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누리홀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5주년을 기념하는 토크콘서트 행사가 열렸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조계 등이 도출한 전부개정안이 처음 발표됐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2007년 4월11일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장차법)이 첫 시행된 이후 달라진 사회상,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등을 반영한 전면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장차법 전면개정 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함께 도출한 장차법 전부개정안 초안으로, 그동안 장애계에서 제기한 한계점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헌법과 국제인권협약 등을 근거로 장애·장애인에 대한 범주를 넓힌 게 눈에 띈다. 유엔협약과 동일하게 장애에 대해 사회적인 정의를 내림으로써 ‘장기간 신체·정신·지적·감각 손상이나 기능 저하’ 등을 겪는 이들까지 차별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자 했다. 현행법상 등록장애인이 아닌 이들에 대한 차별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은 까닭이다.

지적장애 경계에 놓여있는 경계성 지적 지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른바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이들은 지적장애 척도인 IQ 70 미만에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낮은 인지능력으로 암기 능력, 판단력 등을 요하는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제도적 지원책은 물론 차별에서도 이들은 사실상 ‘사각지대’다.

또 이번 전부개정안은 다른 법률보다 우선 적용함으로써 소송이나 차별시정 과정에서 실효성을 높이고, 재난 상황이나 괴롭힘 등 사회환경 변화를 반영한 장애인 차별 행위를 명시한다. 편의제공 등에 있어 법이 아니라 시행령에 위임해 취지를 훼손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지자체의 편의제공 의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 변호사는 “당초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담기지 못하는 내용들을 주로 담으려 노력했다”면서 “(발생한 손해의 10배를 이하 범위에서 책임을 무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이번 초안에 포함됐으나 장애계 주요 관심 사안인 단체소송의 경우 구조상의 문제로 넣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계각층 입장에서 개정안의 추가 손질 의견들이 나왔다. 우주형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유엔협약 내용을 그대로 가져올 게 아니라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할 필요도 있다”며 “나름대로 장애를 정의한다면 ‘환경적 요인과 신체·정신·지적·감각 손상이나 기능 저하 등으로 완전하고 동등한 사회 참여에 제약이 있는 경우’로 표할 것이다. 앞뒤만 바뀐 것 같아도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서원선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근로환경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 있어 회사에서 사용하는 내부망 접근성 보장 등도 규정해야 한다. 시각장애 노동자들은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해 주체적인 업무처리를 못하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상당히 반가웠다. 악의적인 차별에 대한 배상 제도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사회를 본 안은자 인권위 장애차별조사1과장은 “인권위 장애 차별 진정 조사는 모두 장차법을 근거로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밝혀내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은폐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를 밝혀내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발표된 내용이 인권위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 개정안이 발의되면 인권위 차원에서 내용을 들여다보고 입장 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셜포커스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장애인최저임금법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토론 패널로 참여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장차법 시행 15주년을 맞은 이날 장애계 현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국회도서관에서는 최저임금법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노동 현안을 논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정의당 소속 강은미(비례) 국회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다.

참여한 이들은 최저임금 제도 정비를 통해 장애인 노동권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후속 대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공감 변호사는 “해외에 달리 국내에선 장애인 노동권이 인정되기는커녕 최저임금 적용조차 안 돼 기본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비장애인과의 분리 고용 등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 상황인 만큼,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 폐지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장애계에서 제시하는)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폐지 이후 장애인 고용책을 보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증장애인 위주인 데다 공공만으로는 커버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다양한 (후속)방안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장애인 노동은) 자율경쟁 시장 내에서 장애인차별금지 조항과도 연계돼있는 만큼 장차법 내부에서 (규정하는 노동 관련) 제도적인 분석을 면밀히 진행해, 나아갈 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시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돌봄노동자 노동 실태 증언대회’가 열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처우 개선 문제도 제기됐다. 

발언자로 나선 이문인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 장애인활동지원사지부장은 “지원사들은 동일 이용자에게 8시간 서비스를 제공해도 활동지원서비스제공기관 등의 이른바 ‘쪼개기’ 운영으로 연장근로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활동지원 급여비용’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올해 복지부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비용은 1시간당 1만5천570원이다. 인건비성 경비인 99.4%, 1만5천442원을 제외한 128원만으로 지원기관은 다른 부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활동기관이 운영을 포기하거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이유”라며 “복지부가 제대로 제도를 설계하지 않아 의도치 않게 활동기관과 지원사가 대립 구도를 형성한다. 그 피해는 장애인에게 돌봄 공백으로 전가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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