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민과 함께 20년 달렸어요!"
"아산시민과 함께 20년 달렸어요!"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5.08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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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장애인 복지 현장을 찾아서⑬ 아산시장애인복지관
ⓒ소셜포커스
충남 아산시장애인복지관 전경.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선택이 주체적인 장애인, 보다 풍요로운 장애인, 투명하고 행복한 복지관”

충남을 대표하는 아산시장애인복지관의 운영 목표다. 지역 내 유일한 장애인 복지관인 이곳에선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교육은 물론 직업재활·운동재활·여가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복지 서비스 전달 기관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복지관 이용자 수만 26만5천11명, 중복 이용자 수를 제외한 실인원 수는 985명가량이다. 지난해 아산 전체 장애 인구 1만6천319명 가운데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 중·경증 장애인 수 7천878명과 비교하면 절대 적지 않은 숫자다. 여기서도 경증으로 분류되는 아산 경제활동 장애 인구수는 4천324명가량이다. 

그간 눈에 띄는 성과도 잇따라 냈다. 지난해 11월엔 복지관 민간 일자리 취업 연계사업으로 아산우체국에서 일하고 있는 양승진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양 씨는 2019년부터 우편번호를 암기하고 우편물을 분류하는 재능을 살려 장기근속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의 재능을 발굴하고 육성한 우수 취업 사례로 꼽혔다.

올 2월 복지관 소속 스마트라이노 슬레이지하키팀이 전국 단위로 열린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11월엔 라이노스야구단이 대한장애인야구소프트볼협회장배 휠체어소프트볼대회에서 1위로 우승했다. 또 9월엔 전국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충남 대표 선수로 출전한 권은정 씨가 화훼 분야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그는 복지관 평생학습 프로그램으로 처음 꽃꽂이를 접한 이후, 2년 연속 충남에 이어 전국 지방경기대회에서까지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또 비슷한 시기 충남 지자체들이 출전하는 장애인체육대회에서는 아산휠스파워·아산빅스 농구단이 농구 종목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아산휠스파워는 장애·비장애 선수들이 휠체어를 탄 채 농구를 하는 성인팀을 가리키고, 아산빅스는 자폐성·지적 장애를 통칭하는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꾸려진 농구 팀이다. 

지난 9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충남 대표로 출전한 아산장애인복지관 소속 권은정씨가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대회 화훼분야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소셜포커스
지난 9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화훼장식 종목 충남 대표로 출전해 금상을 받은 아산장애인복지관 소속 권은정 씨. ⓒ소셜포커스

‘행복한 일상’, 20년 관록의 아산 장애인 스포츠

아산복지관과 장애인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장애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을 만드는 동시에 건강한 평생을 보내기 위한 재활의 영역이기도 하다. 앞서 2006년 충남 최초 기초 지자체 기반 장애인체육회를 결성한 이창호 관장이 복지관을 맡으며 스포츠 프로그램은 계속 늘어났다. 올해까지 복지관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매년 대회에 출전하는 전문 팀은 농구·아이스하키·야구 등까지 5개 팀에 이른다.

이 중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팀은 역시 아산휠스파워다. 2003년 5월 성인 농구팀 창단 이후 무려 20년이 흘렀다. 창단 직후인 2003년 6월 ‘제2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대회’에서 2부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함은 물론 ‘제14회 충무기 쟁탈 전국휠체어농구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직장운동경기부가 아닌 만큼 선수들이 각자 경제활동과 병행하며 훈련에 임했던 휠스파워의 저력은 국제대회 속에서 더욱 빛났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열린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와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대표 팀은 각각 6위와 금메달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금은 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 리그에 참가하는 코웨이블루휠스 팀의 김호용·오동석 선수, 제주삼다수 팀 황우성 선수 등이 당시 휠스파워 소속 국가대표들이다.

이들의 우수한 성적은 휠체어농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아시아 최초 프로리그 창설까지 이르게 된다. 2015년 개막한 리그엔 ‘제주도 농구단(제주삼다수 전신)’, ‘고양시홀트’, ‘서울시청 농구단(코웨이블루휠스 전신)’, ‘대구시청 농구단’ 등 4개 팀만 참가했으나 9년 차를 맞은 올해 실업팀은 6개로 늘어났다.

그사이 휠스파워 출신 선수들은 농구코트 외에도 눈밭이나 트랙 위를 뛰는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패럴림픽 최초로 금메달을 딴 ‘평창 영웅’ 신의현 장애인노르딕스키 국가대표와 휠체어마라톤 경기를 뛰고 있는 유병훈 육상 국가대표 등이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휠스파워는 다가오는 20년을 맞이하며 매주 꾸준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이달 13일 열리는 충남장애인체육회장배 농구대회에서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정문 아산휠스파워 주장은 “한 번도 팀을 이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냥 조금 더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한다. 혹시나 힘들까 서로 배려하며 챙겨주는 동료 선수들이 있어 고마울 뿐”이라며 “다만 좋은 훈련 여건을 찾아 떠난 선수들이 많은 상태라 휠스파워 팀 경기력 향상이 남은 과제다. 협업할 수 있는 좋은 신인 선수들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8일 충남 아산시 실옥동 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복지관 농구팀인 아산휠스파워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전·현직 휠스파워 선수들과 대전휠체어농구단 선수 등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지난달 8일 충남 아산시 실옥동 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복지관 농구팀인 아산휠스파워 창단 20주년을 기념행사에서 전·현직 선수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성장하는 우리’, 모두가 행복한 장애인 복지공동체로

여가스포츠 지원팀에선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동호회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하도록 지원하는 스마일배드민턴·스마트당구 동호회 외에도 보치아·수영·스케이트 등 다양한 종목에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용자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장애인 사회 진출과 자립을 지원하고자 장애 유형별 직무를 개발해 일자리로 연계하는 사업 외에도 장애학생, 중증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세부 지원도 이어가는 중이다.

장애학생 현장중심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특수학교 고교 3학년이나 전공과 등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지역 업체 인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교육부·한국장애인개발원 공모 사업 선정으로 시작됐으며, 첫해 장애 학생 12명을 상·하반기로 나눠 계림농장, 디와이오토, 비클시스템, 성모신나는일터 등 4개 사업장에서 3개월간 실무 훈련을 받도록 했다. 일주일 가운데 하루는 복지관에서 대인관계·급여 관리·인권·직업탐색 등의 기초 교육을 받고, 나흘은 현장에서 일한다. 2019~2021년 참여 장애 학생 수는 모두 43명이고, 직장 취업까지 연결된 이들 수는 31명이다. 

중증장애인 고용위탁 사업은 19~45세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고용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역 사업체 현장에 우선 배치한 후 직무훈련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루 평균 4~8시간 직무지도원과 함께 배치돼 20일간 훈련한다. 지난해 복지관이 개발원 위탁 사업으로 시작한 이후 중증장애인 16명이 참여했고, 올 3월까지 11명이 취업했다.

김상희 아산장애인복지관 직원지원팀 부장은 “지역사회 내 취업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2007년부터 현재까지 별도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 중인데, 매년 참여기회 확대를 위해 관내 직무수행이 가능한 배치기관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며 ”지자체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매년 참여자도 늘어나 올해에만 지역 장애인 55명이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행 중이다. ⓒ소셜포커스
아산장애인복지관의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위탁사업 참가 중증장애인이 자동차 부품 조립 업무를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가치있는 동행’, 함께할 20년을 향해

현재 아산시복지관 종사자 수는 44명으로, 모두 7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복지관을 방문하는 장애인 이용자 상담과 사례 관리 등 기초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복지팀을 비롯해 기능향상·평생학습·직업·여가스포츠·기획운영 지원팀과 주간보호시설 팀 등이 있다.

기능향상 팀에선 장애 유형에 따라 재활서비스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물리 재활을 비롯해 심리·언어·인지·음악·미술 재활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하고 있다. 평생학습 팀에선 나이와 관계없이 배울 수 있는 ‘한 살매 배워서 익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올해에만 바리스타·캘리그라피·노래·요리·손뜨개·요가·화훼·한글·제과제빵 수업을 월별로 진행하고 있다. 또 장애아동과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센터, 아동·청소년 대상 방과후학교 등도 신청받아 진행된다.

복지관 별관에선 장애인 낮·주말 돌봄 등을 맡는 주간보호시설도 운영한다. 본 건물과 떨어져 시내에 자리잡은 부설 공동생활가정인 ‘사랑터’도 있다. 여성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해당 시설은 지난 2020년 이뤄진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받았다. 

아산 유일 장애인복지관이 처음 들어선 2000년부터 제 역할을 다해온 복지관은 이제 ‘다음’을 바라보고 있다. 시민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복지관이 안고 있는 시급한 과제다.

시민 민원이 이어지면서 복지관 신축 이전을 계획 중이다. 시는 현 위치에서 300m가량 떨어진 아산국민체육센터 주변으로 반다비체육센터와 복지관 등 장애인 관련 시설들을 모은다는 구상이다. 체육센터와 수평으로 연결하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등 편의시설 추도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반다비체육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를 거쳐 2024년까지 만들어지는 장애친화형(BF·barrier-free) 체육시설이다. 아산시 실옥동 368-42번지 일원(연면적 2천956㎡)에 장애인 재활 운동이 가능한 수중운동실과 다목적체육관 등을 만들게 되며 이를 위해 국비 40억원과 시비 60억원 등이 투입된다. 


다음은 이창호 관장과의 일문일답.

이창호 관장.
이창호 관장. ⓒ소셜포커스

복지관 개관 23주년을 맞았다. 올해 목표를 소개해달라

“‘함께하는 마음으로’라는 복지관 관훈 아래 모든 장애인 이용자와 시설 종사자, 그리고 아산시민까지 함께 만들고 누리는 복지를 실현하고자 노력 중이다. 올해는 보건복지부 시설 평가가 있는 해다. 개관 이래 다섯 차례 연속 우수기관으로 분류돼 왔던 만큼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이어가는 게 목표다. 앞으로도 지역 장애인 모두가 이용하고 싶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복지관이 됐으면 한다.”

복지관이 고생하는 만큼 그간 주목할 성과도 눈에 띈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만큼 좋은 성과를 낸 것에 감사할 뿐이다. 지난해 전국장애인기능대회 화훼장식 분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권은정 씨나, 전국 장애인 일자리 우수사례로 선정돼 복지부 장관상을 받은게 기억에 남는다. 복지관에선 장애인 당사자 수요 맞춤형 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장애학생과 지역 사업체를 연계해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으로 장애인들의 안정된 직업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휠체어농구팀 아산휠스파워 외에도 발달장애농구팀과 아이스하키,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 구단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실업팀으로 진출한 선수들도 여럿이다. 패럴림픽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딴 신의현 선수도 우리 복지관에서 여가스포츠에 참여한 바 있다.”

취임한 지도 어느새 15년차다. 관장 취임 후 집중한 과제는

“장애인에게 가장 큰 과제는 취업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복지관은 중증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다양한 이용자별 맞춤형 일자리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장애인들의 신체 기능을 향상하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가스포츠 저변 확대에 애쓴 것도 성과로 꼽고 싶다.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는 매우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다. 여가와 취미 생활을 통해 장애인 개개인이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관 업무 특성상 지역사회와의 탄탄한 네트워크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성과는 

“우리 복지관은 매년 아산지역 장애인들이 모이는 ‘한마음명랑운동회’를 지역 장애인 단체와 유관기관 등과 공동 주최해왔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확산 방지 정책으로 개최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꼭 개최하려 한다. 이같은 네트워크를 토대로 유관기관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매우 협력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산에 기반을 둔 사업체나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복지관을 후원하고 있다. 어느 지역보다도 장애인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크고 많은 사랑을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더욱 큰 책임과 사명감으로 장애인 복지 발전에 정진하려 한다.”

건물 노후도가 심각하다. 현재 신축 논의 진행 단계는

“올 초 아산시의회에서 복지관 현장 방문도 진행했다. 내부를 돌아보며 복지관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하더라. 앞서 1989년 지어져 공공기관으로 쓰이던 건물을 1999년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장애인복지관으로 개관했다. 벌써 30년 이상 된 건물이다. 중부권에서 중추도시 역할을 하는 아산은 빠르게 성장하며 인구도 지속해서 늘어왔다. 지역은 발전해 왔지만 정작 시민들을 위한 복지관은 그에 맞추지 못한 것이다. 노후화와 열악한 공간으로 이용자 수요 대응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신속하게 복지관 신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제6차 장애인종합계획 등을 통해 개인예산제 시범 사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바뀌는 복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지금까지 대부분 복지서비스가 그랬듯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서비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원됐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장애인 당사자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용하는 데 찬성한다. 이용자 욕구를 반영하고 각자 복지 수요를 충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산시 사회복지 분야 정책은 갈수록 좋아지는 추세다. 특히 사회복지시설 처우개선 지원계획 등을 통해 종사자에게 건강검진비와 복지포인트를 지원하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종사자에 대한 지원은 시민 전체를 위한 복지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진다. 민선8기 시 정부를 통해 ‘함께 나누어 그늘없는 따뜻한 복지도시’가 실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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