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역 장콜존 더 이상 미룰 일 아냐
순천역 장콜존 더 이상 미룰 일 아냐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6.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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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빈도 낮은 주변 버스 승강장 활용 필요
시티투어버스, 하루 이용시간 10여 분 불과
순천역 앞에서 교통약자 탑승을 위해 대기하는 장애인 콜택시. 그러나 전용공간이 아니라서 언제든 자리를 내줘야 한다. ⓒ소셜포커스

최근에 순천을 방문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먼 거리를 이동할 땐 철도가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순천은 전라선과 경전선이 교차하는 철도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장애인이 순천을 방문하거나 순천의 장애인이 나들이를 하는 경우 순천역에서 장애인 콜택시(이하 장콜)와 열차를 환승하게 된다. 비장애인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천역에서 내려 택시나 시내버스, 승용차 등과 환승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순천 시내에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순천역으로 와서 KTX 등 열차로 환승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순천역 주변에는 시내버스 정류장과 광역버스 정류장, 택시 타는 곳, 택시 내리는 곳, 승용차 주차장이 각각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2시간 간격으로 1대씩 지나가는 시티투어버스 전용 승강장도 따로 있다. 버스 2대가 동시 정차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그러나 장콜전용 승강장(장콜존)은 없다. 그로 인하여 장콜 이용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역간 이동의 거점이 되는 기차역 주변에 지정된 장콜존이 없으면 교통약자는 적당한 차도에서 승하차를 하게 된다. 당연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장콜이 먼저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리는 장애인을 기다리거나 교통약자가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는 과정에서도 불편이 따른다.

아무데나 적당한 장소에서 정차를 하다보면 택시·버스 등 다른 차량으로부터 항의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때로는 수시로 불법주차로 취급당해 감시카메라에 찍혀서 소명을 해야 되는 등 교통약자는 물론 장콜 기사들의 고통도 심각하다. 장콜차량과 이용자가 만나는 과정도 복잡하다. 장콜기사가 운전 중에도 임의의 장소에서 기다리는 장애인과 여러차례 통화를 해야 서로 만날 수 있다.

장애인들이 순천시가 운영하는 공용 교통수단인 장콜을 정당하게 이용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왜 기사가 눈총과 항의를 받아야 하나? 조금만 개선하면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모두가 안전한 상생의 공간이 될 텐데도 말이다. 그래서 순천역에 장콜존이 꼭 필요하다. 승용차 1대 정도 정차할 공간이면 충분하다.

서울역, 대구역, 대전역, 천안아산역, 광주 송정역 등 도시의 철도역 있는 곳은 대부분 장콜존이 지정되어 있어서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용차량인 장콜 운영의 효율성 면에서도 꼭 필요하다.

이처럼 당연한 것임에도 순천에서는 장콜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들과 이를 운행하는 기사들의 숙원이 되었다. 그렇다고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승용차 1대 정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페인트로 구역만 표시해주면 될 일이다.

순천에서 장콜을 이용할 때마다 기사들에게서 들은 얘기다.

“순천역으로 장애인을 모시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고객님이나 장콜이 안전하게 대기하거나 승하차를 할 전용공간이 없어서 참 불편해요. 시에 여러 번 건의를 했지만 기사들이 말해서는 소용없어요. 장애인들이 자꾸 민원을 넣으면 개선이 될 수도 있겠죠.”

사실 필자는 6년 전에도 순천시장에게 순천역에 장콜존 개설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적당한 장소에 손님을 내려주고 장콜이 바로 떠나면 되지, 전용 승강장이 왜 필요하느냐?”는 식이었다. 공무원들은 교통약자의 안전과 편의에 대한 관심이 1도 없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올해 5월 16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순천시장에게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처리기한을 넘긴 6월 1일자로 회신이 왔다.

“현재 순천역 앞 도로구역은 시내·시외버스 승강장 등 여러 가지 시설로 인해 장콜 전용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곳엔 시내버스, 광역버스, 시티투어버스 승강대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 승강대를 제외하고는 주로 비어 있다. 특히 시티투어버스 승강장의 경우는 하루 중 버스가 정차하는 시간은 다 합해도 10분이나 될까? 순천에서 운행하는 시티투어는 단 2대이다. 2대 합해서 그곳을 지나는 횟수는 고작 5회에다 평균 2시간 간격이다. 승강대 안내판엔 경유시각이 표시되어 있다.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동시 정차할 일은 전혀 없다. 그 곳을 지나는 광역버스도 330번과 960번 2대인데 5번씩 경유하기 때문에 평균 1시간 간격이나 될까?

그 정도라면 광역버스와 시티버스가 한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시티투어 공간은 장콜존으로 지정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다만 위치는 이동약자 최단거리 원칙에 따라 역사와 가까운 현재의 광역버스 승강대를 장콜이 사용하는 등 승강대 재배치가 필요하다.

단 2대의 버스가 하루 10분 정도 사용하는 공간은 마련해주면서 22대의 장콜이 수시로 경유하는 전용 승강장 마련을 거부하고 교통약자를 위험과 불편으로 내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시설주(순천시)가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으로 공공시설을 이용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한다면 이는 정당한 사유없이 장애를 사유로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사례가 바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속한다.

순천시의 거부 회신을 받고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로 시티투어 승강장 문제를 거론하며 재고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10월 말까지 정원박람회 기간에 그 장소를 200번 버스 승강대로 활용하고 있어서 박람회가 끝나면 관련 부서와 협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수용을 거부했던 회신보다 진전된 것은 기대할만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좀 찜찜하다.  

관광수요가 많은 기간이 끝나면 검토해보겠다는 말인데 관광객 방문이 줄어들면 장애인의 이동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굳이 그때를 기다려서 대책을 세워보겠다는 것은  또 무슨 발상인가? 그리고 시내버스 승강장은 따로 있지 않는가?

지금도 그곳의 시티투어 정차공간(2시간 간격으로 1대씩 정차)은 버스 2대가 정차할 만큼 여유가 있는 공간이다.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버스 정차공간 재배치를 통해서 얼마든지 장콜존을 마련할 수 있다.

아니면 다른 대안들도 얼마든지 있다. 이는 다음 편에 제시할 예정이다.

순천시 공무원들의 교통약자에 대한 인식개선을 촉구하며, 교통약자들의 숙원이 이제는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60분 중 58분 정도는 비어 있는 순천역 광역버스 승강장, 그래도 장콜존 설치는 철저히 외면한다. ⓒ소셜포커스
2시간 간격으로 1대 경유하는 시티투어버스 승강장, 그러나 교통약자용 장콜이 수시로 정차해야 할 공간은 순천역 어디에도 없다. ⓒ소셜포커스
다른 도시 철도역의 장콜전용 승강장(동대구역, 광주송정역, 천안아산역), 이 외에도 많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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