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개인예산제 시작부터 ‘삐걱‘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작부터 ‘삐걱‘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6.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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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방정부, 관련 사업모델 도출 제한적
모의적용 참가자 미달, 기본예산 미확보 등
올해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서 각각 추진 중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안 비교
올해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서 각각 추진 중인 장애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계획안 비교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새 복지서비스 모델인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시작부터 삐걱댄다. 당장 내주 모의적용 등을 앞두고 준비 부족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주로 서비스 이용·활용범위, 지급방식의 제약이 크다는 우려가 많다. 지방정부도 관련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모의 시행을 내년으로 미뤘다. 그러자, 2026년 시행 목표도 장담할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까지 나온다.

22일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6년 정식 서비스화에 앞서 올 하반기부터 개인예산제 정착화를 위한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개인예산제는 사회서비스 이용자 주권 강화를 목표로 개별평가된 이용자 욕구를 바탕으로 예산을 할당하고 스스로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스웨덴·영국·독일 등 해외 국가에서 시행하는 새로운 복지 서비스 모델이다. 이전까지 장애계를 중심으로 국내 도입 논의를 이어 오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급격한 정책화가 진행 중이다.

첫해인 올해는 모의 적용이다. 대도시(서울), 중소도시(경기·세종), 농어촌(충남) 등으로 지역을 한정한 채 이곳에 거주하는 소수 장애인만을 참여시켜, 활동지원급여 10~20% 일부를 개인예산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활동지원서비스 영역을 간호사, 언어·물리치료사 등 특수자격 인력으로 확장시킨 ‘활동지원유연화’ 모델, 주거환경 개선, 긴급돌봄 등 상대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 ‘급여유연화’ 모델 등 2가지 방식이 적용된다.

사업 참가자들은 개개인 활동지원 급여액 범위에 맞춰 자체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국민연금공단, 지자체 등과 합의하는 단계를 밟는 중이다. 이르면 다음주 각자 계획에 맞게 사회서비스를 선택하고 이용하게 된다.

서울시도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자체 개인예산제 정책화를 준비하고 있다. 개인예산제에 쓸 수 있는 금액을 선지급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장애인 한명당 최대 100만원까지 먼저 지급한 후 체크카드만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문화·여가와 여행, 취업·창업 등 정부 사업보다 보다 넓은 영역에서 쓸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자체 원칙상 이용자 신체 구조와 기능 손상과 관련이 있고 개인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이고 합당해야만 한다. 

오는 2026년 본사업화를 목표로 올 연말까지 모의적용 연구를 실시한다. 특정 수행기관을 선정한 다음 장애인 120명을 대상으로 개인예산제 적정 사업 범위 등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이 때 실제 예산은 지급되지 않는다. 올해 시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서울시의회 심사 중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예산 규모는 1억5천600만원가량이다. 

하지만, 장애계에선 우려의 시선이 크다. 개인예산제를 통한 사회서비스 패러다임 변화를 바라보는 관점과는 별개로 모의 적용 모델의 한계 탓이다. 

최선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은 “활동지원 급여를 쓰는 개인예산제 (모의 적용) 모델이 시각장애인 욕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우려가 있다”며 “(이미 시행 중인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로도 한계를 느끼는 상황에서) 자기결정권이라는 취지를 해당 제도가 살릴 수 있을지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당장 복지부 개인예산제는 모의 적용 참가자 수가 절반도 차지 않았다. 이날 기준 서울 마포구·경기 김포시·세종시·충남 예산군 등 4개 지자체에 거주하면서 복지부 개인예산제 모의 적용 연구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장애인 수는 50여명이다. 당초 예정한 120명의 절반 미만이다.

활동지원 급여를 활용하다 보니 수급 자격이 있는 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데다 기존 사회서비스를 대신해 사용하는 부담도 있다. 이용자가 선지출하고 사후 환급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활동지원등급별로 다르나 적게는 매달 9만3천420원씩 6개월간 6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쓸 수 있으나, 서비스 계약이나 구매가 장애인 당사자의 몫이라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와 국민연금공단의 영수증 등 증빙서류 확인 절차를 거쳐 이용자에게 환급이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활동지원 급여에만 국한되지 않는 서울시는 올해 모의적용 사업 예산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개인예산제를 활용하는 사회서비스 실 적용은 아예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반면,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아직 시범 사업 전 단계인 만큼 올해 연구 사업을 통해 보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개인예산제 세부 계획을 수립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은 연구 수준으로, 현재 확정된 건 하나도 없다. 올해 모의 적용을 수행함으로써 내년도 시범사업에 적용할 세부 모델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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