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마음으로 일구는 복지공동체“
“함께 하는 마음으로 일구는 복지공동체“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7.12 1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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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장애인 복지 현장을 찾아서 ⑭영동군장애인복지관
복지관 이용자들이 점심시간 자율노래방에서 웃음체조 강사와 함께 노래와 율동을 함께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짝! 짝! 짝!’

15일 영동군장애인복지관(영동장복)이 노래와 박수갈채로 들썩였다. 점심시간 자율노래방을 찾은 복지관 이용자들이 주인공이다. 이날 웃음체조 강사와 복지관 직원도 흥겨워 덩달아 신났다. 복지관 관훈 ‘함께하는 마음으로’처럼 혼연일체된 모습이다. 그 속에서 존중과 평등을 꽃피워 공동체를 일구는 게 취지다.

영동장복은 지난 2009년 12월 처음 문을 열었다. 영동군이 사업비 27억5천만원을 들여 같은 해 8월 착공, 9월 준공했다. 영동읍 매천리 460번지 부지 2천486㎡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1천300㎡) 규모다. 1층엔 자립생활정보센터, 작업훈련실, 통합사무실, 다목적실 등을 뒀다. 2층에도 주간보호실, 능력개발실, 심리발달실, 언어발달실, 사회통합실, 자립생활지원네트워크센터, 자원봉사실 등을 갖췄다. 또, 3층엔 관장실, 회의실, 사무실, 야외 활동 및 치료실 등이 마련돼 있다.

개관 후 14년째 이어온 핵심가치는 서비스 접근성 강화다. 직접 수요자 일상으로 파고들어 이용편의를 높이는 게 골자다.

‘찾아가는 이동복지관’이 대표적이다. 매주 금요일 상촌면민회관에서 운영 중이다. 이용대상은 상촌면과 매곡면 등록 장애인이다. 지난 달 말 기준 누적 이용자만 총 335명 규모다. 이 때 복지관 직원들과 건강체조·노래강좌 강사가 나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3월엔 1~6월 생일자 19명의 생신잔치를 준비했다. 각 가정이나 복지관에서 생일상을 차려 기쁨을 함께 나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평이 쏟아졌다는 게 복지관 측 설명이다.

복지관 지역사회지원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총 38명을 대상으로 각 가정 또는 복지관으로 모셔 생신잔치를 열어 드렸는데, 모두 뜻 밖의 생일상에 반색하며 즐거워하셨다”며 “특히, 11월엔 뉴영동라이온스클럽으로부터 100만원을 후원받아 생일자 5명에게 전기매트, 겨울이불 등 10만원 상당의 선물과 생일상을 차려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상촌면에서 운영하는 이동복지관이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앞으로 다른 지역에도 대상자를 모집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복지관 직업훈련 모습. ⓒ소셜포커스

교통여건이 열악한 이용자를 위해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18·25·45인승 리프트 버스 등 총 9대로 매일 실어 나른다. 고령화의 인구구조와 농·산촌의 지역특성상 어쩔 수 없다. 실제, 영동군 내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35.7%다. 전체 4만4천657명 중 1만5천962명이 65세 이상이다. 장애인구도 10.5%(4천708명)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복지관 평생교육 및 운동 프로그램 이용자의 43.3%는 고령 장애인이다. 전체 800명 중 346명 정도다. 마을버스 정류장도 주택가에서 꽤 떨어져 있다. 집에서 400~500미터 걸어 나와야 버스를 탈 수 있다. 고령 및 지체·뇌병변 장애인으로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용자들이 복지관 차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체 11개 읍·면 중 영동읍과 양강면을 빼면 사정은 비슷하다. 모두 복지관까지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 이용이 제한적이다. 이런 이유로 모두 5천여 명이 복지관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이들은 평생교육, 스포츠, 여가·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스마트복지관 구축도 눈에 띈다. 대면접촉이 제한되자 온라인 교육으로 발 빠르게 바꿨다. 유튜브 채널로 평생교육 등 강의를 제공하는 식이다. 정부의 긴급행정명령으로 휴관이 불가피한데 따른 조치다. 2020년 1월 정부의 집합금지명령 발동 후 4개월여 만이다. 이후 충북도 내 12개 장애인복지관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사업에 지원했다. 그 결과, ‘스마트복지관 구축사업’에 선정돼 지금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현재 387개 동영상 콘텐츠가 있으며, 가입회원은 총 1천16명이다.

이색적인 ‘남성장애인 요리교실’도 빼 놓을 수 없다. 혼자 사는 이들에게 제격인 쿠킹 프로그램이란 평가다. 다양한 메뉴를 직접 요리하며 스스로 조리법을 익힌다. 자신이 만든 걸 포장해 가 집에서 반찬으로 먹기도 한다.

참가자들도 자존감이 높아져 만족도가 꽤 높은 모습이다. 한 참가자는 “최근 집에 온 딸과 손자에게 복지관 요리교실에서 배운 능이삼계탕을 만들어 줬더니 깜짝 놀라며 너무 맛있다고 했다”며 “그런 칭찬을 듣고 뿌듯한 마음에 딸에게 이젠 혼자 요리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말라고 했다”고 했다. 

이 때 참가자들은 생활정보를 공유하며 친목을 다진다. 주로 농사 정보나 프로그램 이용소감이 화제거리가 된다. 또, 직접 재배한 상추, 호박, 감자 등을 여럿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복지관 이용자들이 만든 수공예 및 목공예 작품들이 복도에 전시돼 있다.
복지관 이용자들이 만든 수공예 및 목공예 작품들이 복도에 전시돼 있다. ⓒ소셜포커스

모두 각자 일상에 활력이 돼 삶이 더 윤택해진 경우다. 이런 사례는 복지관 이용자들을 통해 손쉽게 발견된다. 한 복지관 이용자는 “평소 손가락에 힘이 없어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다가 복지관의 꽹과리 수업을 듣고부턴 점점 손에 힘이 들어가 이젠 젓가락질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참에 꽹과리를 사서 집에서도 맹연습 중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복지관 문해교실에서 한글과 숫자를 배우고 나선 글자를 읽을 수 있고, 버스 번호도 구분할 수 있어 타고 내리는데 전혀 문제없다.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하루 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이밖에 동네한바퀴, 이·미용 및 목욕 서비스, 레인보우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동네한바퀴는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의 일환이다. 이미 5월 18일 영동천변 일원에서 관련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장애인, 비장애인, 자원봉사자 등 250명이 참가했다. 이·미용서비스는 월 1~3회, 목욕서비스는 월 1회 각각 이뤄진다. 아름다운 미용학원 원장과 강사, 단체 등이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모두 무료이며, 올해에만 벌써 225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다. 또, 레인보우카페는 영동군청 민원실에 자리잡았다. 현재 이 곳에서 바리스타 장애인 5명이 일하고 있다. 주로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등 커피와 음료를 판매한다.
 

다음은 박병규 관장과의 일문일답.

박병규 관장.
박병규 관장. ⓒ소셜포커스

관장 취임 5년째다. 그간 소회는

“처음 이곳에 부임해 모든 것에 욕심 부리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자고 했는데 동료들과 이용하시는 당사자 분들과 잘 지내왔는 지 다시 되돌아 보게된다. 또, 우리가 먼저 즐겁고 행복하면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 분들과 지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공동체의 화합과 화목을 위해 열심히 함께 한 시간이 그려진다. 우리 복지관에 오면 주는 것 없어도 기분이 좋다라는 말씀을 들을 때 정말 뿌듯하다. 이것만으로도 복지관과 직원 동료들의 위상은 물론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장애인 당사자 분들의 위상까지 함께 높아진 것 같아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복지관 기본운영 방침 및 철학은 

“복지관 공동체의 화합과 화목을 바탕으로 중용을 지키며 현실 복지에 충실하는 일이다. 그리고, 운영법인인 지장협의 당사자 중심, 상식과 윤리, 배려와 존중, 신뢰와 원칙을 지켜려고 무던히 노력하며 실천 중이다. 복지관은 다양한 방향성이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동료들과의 관계, 장애인 당자자 분들과의 관계,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 어떠한 사안이 발생하면 차별 없이 똑같은 잣대로 공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서로 신뢰를 갖고 발전 방향을 잡아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역점사업과 현재 추진경과는

“우선 장애인식개선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장애 및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지역사회와 함께 장애인복지를 실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장애인식개선교육 사업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엔 영동군 관내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11곳 515명의 사업을 수행했다. 올해도 총 5회에 걸쳐 영동군청 전체 공무원들에게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마쳤고 각 학교 교직원 등 성인 대상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누적 교육인원은 1천785명이며, 하반기에도 육군종합학교 군인 등 1천여명의 신청이 접수돼 있다. 또, 이동복지관 활성화도 주력사업이다. 영동군은 11개 읍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간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의 경우 복지 접근성이 취약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1회 복지 접근성이 가장 취약한 면 단위를 찾아가 지역 면민회관과 연계하여 숟가락 난타, 노래교실, 건강체조, 공예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복지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지역도 모두 똑같이 복지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여가문화생활의 기회를 제공하여 우울증 감소 등 정서적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각 읍·면별 장애등록, 복지 접근성 등의 분석을 통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지원 분야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장애인 복지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대응은

“장애인복지의 최종 목표는 취업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며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일이 우리 사회복지 전문가로써의 역할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장애인 취업 환경과 취업 영역이 부족하고 사회인식이 저조해서다. 이에 우리 복지관은 중증장애인 일감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장애인회원들에게 맞춤형 및 반복 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취업에 성공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영동군만 보더라도 장애인 당사자가 자유롭게 근로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장애인보호작업장 1곳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 당사자가 입사 지원 후 일단 대기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근로할 수 있는 영역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자체에도 장애인이 근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장애인 근로사업장이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할 것 같다.”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간 긴밀한 협력도 필수요소다. 그간 우수 협력사례가 있다면

“지역사회 단체 및 주민 모두가 협조적이고 우호적이다. 영동병원은 영동에 하나밖에 없는 종합병원으로 우리복지관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매년 후원금으로 500만원과 장애인 당사자의 진료에 감면 혜택을 주며 실질적 서비스를 장애인에게 제공한다. 또, 장애인 당사자가 가능한 업무를 제공하여 취업시켜 사회생활과 자립에 도움을 준다. 영동군과도 우호적 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장애인 당사자의 권익 및 장애인 복지발전과 복지관의 재정적 지원등 적극 도움을 받는다. 지난해에도 노후 장애인 리프트 차량 신규 교체 지원을 받아 장애인의 이동 편의와 안전성을 확보했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과 관련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직업재활을 통한 취업이 필수다. 그러나, 현재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장애인복지관의 직업재활서비스 이용을 통하여 충분히 자립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임에도 주간활동서비스로 유입되어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발달장애인 취업의지나 자립의지를 저하시키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직업재활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발달장애인도 직업훈련을 포기하고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의 기초상담 조사 및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자 선정 조사표를 개선해 직업재활을 통해 충분히 자립가능한 발달 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의 직업재활서비스를 이용하게 해 자립을 도와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주간활동서비스 수급자격 심의위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정기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또, 지자체 특히 인구가 적은 지자체에 장애인 스스로가 자유롭게 근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장애인 근로사업장이 의무 설치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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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 2023-07-13 11:11:39
윤차장님!
감사합니다.
시골까지 오셨는데 식사도 대접 못해드리고 고생 만 많이하시고 가셨습니다.
우리복지관 잘 홍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동에 방문하실 기회 있으시면 꼭 연락 주세요.
날마다 좋은날 멋진날 되십시요.
영동장복 박병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