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 위기가구 복지시스템 ‘삐걱’
장애인 등 위기가구 복지시스템 ‘삐걱’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7.20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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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인력 놔두고 발굴대상만 3.7배 늘려
위기정보 부정확, 생활고·고독사 등 부작용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보건당국의 주먹구구식 복지시스템이 또 말썽이다. 중앙-지방정부간 위기가구 발굴·지원이 서로 삐걱대면서다. 정부는 전담인력 증원없이 무작정 발굴대상부터 늘리는 양상이다. 그러자 정확도가 떨어져 정작 도움이 필요한 가구는 빼먹기 일쑤다. 결국 서비스 전달체계만 취약해지는 악순환이란 게 전문가 진단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4차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시작했다. 올해 1·3·5월에 이어 4번째로, 격월로 연간 6회 예정이다. 9월8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조사 발굴 대상자는 15만명이다. 장애인 1인가구 중 전기·가스 공급이 끊긴 1만여명도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내놓은 후속대책의 일환이다. 당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오랜 투병과 생활고에도 복지서비스를 못 받자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부터 석 달 뒤에도 비슷한 사건이 또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역시 공공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곳에 살면서도 서로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인천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3명이 잇따라 고독사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같은 달 관련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체납, 질병 등 위기정보로 대상자를 골라 현장조사하는 게 골자다. 현장확인은 지자체별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전담팀’이 맡는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선 현장과 온도 차를 보인다. 위기정보와 전담인력이 부족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동주민센터 직원(여·7급)은 “방문해서 행정을 처리하는 업무와 밖으로 나가는 업무 두 개를 같이 갖고 있으면, 발이 묶여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래서 더 중요한 업무인 내 법적 업무를 먼저 하게 되지, 사각지대 업무는 자연적으로 뒤로 밀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의 직원(8급)도 “제가 정말 발굴해서 필요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역시나 차수가 끝나면 그냥 했던 사람, 또 기록하고 방문하고 예전 차수도 똑같이 뜨고, 정보는 다르고 이러다 보니까 점점 힘이 빠진다”라고 했다. 

앞선 수원 세 모녀 참사도 부정확한 위기정보에서 비롯됐다. 건강보험료 체납정보만 입수되고, 중증질환 정보 등은 빠졌다. 또,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도 달라 연락처조차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무턱대고 위기가구 발굴대상 규모만 크게 늘렸다. 20일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사각지대 발굴대상자 수는 2018년 36만7천 건에서 2021년 134만 건으로 3.7배 늘었다. 그새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공무원 1인당 위기가구 조사건 수도 2.5배 증가했다. 2018년 45.2건이던 것이 2021년 113.4건이 됐다.

일각에선 정책목표의 근본적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지역사회의 어떤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을 기울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다”며 “사회이슈가 되는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서비스 전달체계의 혁신과 개편에 대한 고민을 반복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발굴보다 지원 중심의 정책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현재 위기가구 발굴정책은 일선 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례관리 여력을 낮추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는만큼, 지금껏 정부가 주도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데 정책 방점을 두어 왔지만, 앞으로는 지원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지역복지과 관계자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연락처 연계 등 관련 법률(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른 대책들도 관계 부처와 기관 및 지자체와 협력해 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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