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주도단체 사업이익 독점 우려도 커져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 자립지원(탈시설) 부작용이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무분별한 시설폐지와 자립강요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도 탈시설 주도 단체의 사업이익 독점을 크게 우려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시설 돌봄과 지역사회 자립 양립을 강조했다.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이용시설인 경기 안성의 ‘다비타의 집’ 입소자 가족 20여 명은 지난 18일 안성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괴사성 근막염 사건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의 공통 특성인 특이행동에 의한 돌출사건으로서 수녀님들이나 직원들이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건”이라며 “하지만, ‘현대판 도가니 같은 천인공노할 행위’ 운운 등 일부 언론들의 무책임한 보도는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어둠의 세력이 조종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역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며 마땅히 돌볼 보호자도 없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며, 수녀님들과 직원들에 대한 책임도 묻고 싶지 않다. 전체 29명 이용인 부모들 가운데 단지 2명의 부모만이 일부 일탈적인 직원들이 제공하는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과장되게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아이들의 가정을 파괴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나머지 27명의 부모들은 모두 다비타의집이 존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현재 경기 안성경찰서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등 혐의로 다비타의 집 원장 A(63)씨 등 관리자 8명을, 상해 등 혐의로 자폐스팩트럼 장애인 B(19)씨를 각각 수사 중이다. A씨 등 관리자들은 B씨가 동료 입소자들을 바늘 등으로 찔러 다치게 했는데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괴사성 근막염 등에 걸리게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씨는 동료 입소자들을 폭행해 피부 질환을 일으키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전날 제주에서도 장애인 탈시설 반발 움직임이 거셌다. 이들 역시 시설 폐쇄가 아닌 시설 운영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중증장애인시설 ‘사랑의 집’ 입소자 부모와 종사자 등은 제주도청 앞 기자회견에서 “이 곳이 문 닫으면 입소자 37명이 옮겨갈 다른 시설이 없다는 걸 시도 잘 알고 있는만큼 시는 시설 폐쇄에 중점을 두기보다 입소자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종사자를 늘리는 등 시설 운영이 정상화한다면, 장애인 입소자에 대한 신체·정서적 학대 등 인권문제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이 시설 운영법인은 지난 4월 시에 자진폐쇄 신청서를 냈다. 장애인 인권침해, 경영악화 등 문제로 이제 문을 닫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시 시는 입소자 전원계획 미비 등을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다 지난 12일 3년 유예조건으로 해당시설의 행정폐쇄를 결정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자진 폐쇄 시 해당 시설은 1년간 관련업 운영이 제한되지만, 행정 폐쇄는 자격제한이 3년으로 늘어난다.
장애인 탈시설을 둘러싼 이권 챙기기도 논란거리다. 주로 탈시설 주도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거론된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지하철 출근시위에서 버스 탑승시위로 전선을 확장한 전장연의 행보는 중증장애인권리보장형 일자리 사업 등 자신들의 사업영역과 장애계에서의 영향력 축소, 자신들이 주장하며 목적 지향적으로 무분별하게 추진한 탈시설 사업의 부작용이 드러난데 따른 불안감의 발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 이용자의 다양한 거주 선택권을 강조했다. 그는 “탈시설의 취지는 자립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이 본인 의사에 기반한 다양한 거주 선택권을 행사해 자립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시 자체조사 결과 이와 부합하지 않는 객관적 사실들이 많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전체 장애인들의 복리증진을 최우선으로 모든 장애인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균형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월 17~20일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운영하는 장애인시설 향유의집 출신 38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 전체 38명 중 29명(76%)은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시설돌봄이 아닌 지역사회 자립을 강요한 셈이다.
시 장애인탈시설팀 관계자도 “당시 탈시설 조사대상 38명 중 20명은 어떻게 의사표시를 하고, 자립생활을 하게 됐는 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의사소통이 도저히 불가능해 지역사회 자립보다 당장 요양과 돌봄을 받아야 할 사례로 파악됐다”고 했다.
그러자 시설폐쇄의 사전 모의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일단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킨 뒤 무력시위로 시설폐쇄 요구 수순을 밟는다는 주장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관계자는 “전장연 등이 일단 중증장애인이용시설의 인권침해 논란을 부추겨 폭로하고, 언론공개 등을 통해 지자체를 압박한 뒤 산하조직인 420 공투단(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투입해 시설폐쇄를 요구하는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며 “시설에서 장애인 학대행위가 발견되면 무턱대고 처벌부터 강화하고 행정폐쇄할 게 아니라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하는 한편, 시설 인력을 증원하고 기능을 보완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전장연은 탈시설을 여전히 자립생활 보장의 선결조건으로 봤다. 전장연 관계자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장애인 시설을 개조 또는 신설한다고 해서 분리정책의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은 물론, 장애인이 집단생활로 인해 자기 결정권이 박탈되고, 개인 삶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등을 통한 탈시설 및 지역사회 자립생활 권리 보장이 시급한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