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전고투 끝 유종의 미, 인생 2막은 장애인인권운동가“
“악전고투 끝 유종의 미, 인생 2막은 장애인인권운동가“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8.22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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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서 전 구리시장애인근로복지센터 원장 인터뷰
구성서 전 구리시장애인근로복지센터 원장.
구성서 전 구리시장애인근로복지센터 원장.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둬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정년을 마친 구성서 전 구리시장애인근로복지센터 원장의 퇴임 일성이다. 시설을 맡자 느닷없이 떠안은 빚더미를 임기 만료 전 청산해 감회가 더 남달랐다. 수 억원대 부채를 5년 8개월 만에 모두 갚았다. 전 수탁법인이 남기고 내뺀 퇴직금과 원자재 값 미지급분으로, 총 2억여원 규모다.

결국, 시설장 부임 첫 해부터 동분서주하며 장애인생산품 납품계약에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지역 관공서와 기업을 찾아 읍소와 설득을 반복하며 하나 둘씩 계약을 따냈다. 특히, 지자체 상징을 그려 넣은 에코백이 호응을 얻어 지역 홍보에 톡톡히 역할을 했다. 평소 그림 등에 남다른 손 재주를 보인 구성서 전 원장 솜씨다.

또, 지역 대형마트에 장애인생산품 매장을 내고 2년여간 운영했다. 마트 입점 역시 구성서 전 원장 등의 적극적인 설득과 노력의 결과다. 해당 본부장에게 장애인생산품 판매·홍보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구한 게 주효했다. 이후 건물 3층 한켠에 자리잡고 블라인더, 에코백, 천연수제비누 등을 주문제작·판매 했다. 모두 ‘장애인 일자리가 최고 복지’라는 그의 철학이 담긴 행보다.

이제 구 전 원장은 장애인인권운동가로서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각자 무관심 속에 잠식된 장애인인권 문제의 사회적 논의가 목표다. 일단 관련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토론의 장을 여는 식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 회의실에서 구 전 원장을 만나 인생철학, 장애인 직업재활 발전방향, 향후계획 등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원장 퇴임 후 한 달이 지났다. 그간 소회는.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재직할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지인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도예(도자기)를 공부하려고 문화센터에 등록해 열심히 도자기 수업을 듣고 있다. 평소 하고 싶었던 거라 보람을 느낀다.”

지금껏 스스로를 지탱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운영 철학과 이념은.

“거창하게 특별히 철학과 이념이라고 할 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철학, 이념을 찾으라면 장애인에게 최상의 복지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함축해서 말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직업을 제공해 줌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본다. 장애인들이 일하면서 급여를 받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충족하며, 사회 일원으로서 떳떳한 삶을 영위하면 생활 만족도 역시 높아질 거라 본다. 그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원장 재임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점과 아쉬운 점은.

“6년 전 우리 법인(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 구리시로부터 구리시장애인근로복지센터를 위·수탁받아 인수인계를 받는 과정에서 보니, 시설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큰 금액의 부채가 있었다. 당시 근로 장애인 퇴직 미지급금과 원자재 미지급금을 합해 약 2억 원 정도였다. 5년 8개월 재임 마지막 달까지 그 부채를 모두 갚고 후임 센터장에게 채무 없이 인수인계해준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또, 구리시 롯데마트에 우리 센터 상설매장을 개장한 것 또한 괄목할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롯데마트에 장애인 생산품을 홍보·판매할 수 있는 매장 5평 정도의 점포를 무상임대 받아 장애인 생산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저는 재임 기간 시설 기계현대화에 주력했다. 경쟁사회에서 기계 설비의 노후화에 안주한다면 도태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구리시를 설득해 보조금 및 기능보강 예산을 받아 많은 장비의 시설 기계현대화에 힘썼다. 이 기간 지속적으로 기계 장비현대화에 계속 추진해가며 많이 노력한 점들이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 여파로 장애인 고용시장도 많이 위축됐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제시할 수 있는 타개책은.

“우리 시설에서는 다행이나마 대기업을 상대로 직접 주문 생산에 주력했기 때문인지 코로나19로 인해 큰 어려움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거래처 다각화와 적극적 마케팅으로 정면 돌파하며, 전환점의 계기로 삼아 공격적인 경영으로 어려움을 대처해 나아갈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고용과 직업교육을 저해하는 요소를 꼽는다면. 

“국내 직업재활시설은 보호작업장이나 훈련기관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규모가 있는 시설들의 현실은 중소기업 측면에서 경영 운영에 좀더 중점을 두고 생각해 봐야 한다. 직원 50인 이상 시설들은 중소기업 기준으로 봐서 노동부에서도 많은 제약을 받는가 하면, 또 보건복지부 기준의 장애인의 직업교육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50인 이상의 시설이라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분류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 및 고용지원과 관련한 정부에 대한 기대는.

“현행법상 직업재활시설도 근로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시설들이 순 수입금으로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모든 시설이 급여 날만 되면 걱정하며 힘든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 직업시설만큼이라도 최저임금을 보전해주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급여를 맞추기 위해 종사자들이 너무 많은 고생들을 하는 게 현실이며 사회복지사가 아닌 3D업종으로 내몰리는 노동자일 뿐이다. 종사자들은 일일 주문량에 떠밀리고 직업 훈련 교사 역할까지 병행해 도맡아야 하는 것이 지금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향후 계획은.

“저는 지장협 지회에서 약 5년간 사무국장과 약 5년 8개월의 시설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근로 장애인들의 삶에 대해 많은 경험을 해왔다. 퇴임 후엔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점을 찾는 ‘장애인 인권·권리 문제 연구소’를 설립해 장애인들의 대변인 역할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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