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어이없는 인권외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어이없는 인권외면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9.18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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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가족 식당출입 제지 진정에 기각 결정
진정인 주장 외면하고 되레 업소 홍보 앞장(?)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전동휠체어 탑승을 이유로 음식점의 출입을 거부당한 장애인이 제기한 차별시정요구 진정(사건번호 23진정 제0235200호)에 대해서 기각결정을 내렸다. 그 이후 장애계의 분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인 양지원씨(34·서울)의 가족은 지난 3월 19일 자신의 거주지 근처의 한 음식점에 식사를 하러 갔다.

그러나 음식점에서는 전동휠체어가 들어오면 종업원의 서빙과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했다. 지난 4월 3일 KBS 9시 뉴스에 보도된 영상에 따르면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음식점에서 업소의 구조상 어쩔수 없다고 출입을 막자 양씨의 가족은 점잖은 목소리로 “이보다 더한 데서도 먹어요~” 하면서 출입을 간청했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음식점 관계자의 거친 목소리가 들린다. “나가라고 지금~ 장사하는데~”

양씨는 이런 일을 당하고 너무 억울해서 3월 23일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행위를 시정케 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KBS 뉴스 화면에서도 출입을 거칠게 거부하는 내용이 보도까지 되었고 하여 억울함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결정통지는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진정서를 접수한 지 무려 5개월이나 지나서 받은 결정이었는데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조사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더 나아가 인권위가 가해업소의 홍보기관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내용은 편파적이었다.

우선 기각의 첫 번째 사유로 피진정인 식당은 매뉴를 신속·안전하게 서빙하기 위해 전국 지점이 카트를 이용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렇다면 카트를 사용하는 식당은 장애인 출입을 거부해도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사실 전국의 많은 식당들이 서빙하는데 카트를 이용하고 있지만 카트이용을 이유로 휠체어 출입을 거부하는 식당은 없을 것이다.

신속·안전이라는 말도 거슬린다. 이는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카트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점은 모두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말인가? 

신속·안전이라는 식당 입장에서의 홍보성 표현을 인권위가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식당에서 카트사용의 일반적인 이유는 종업원의 서빙편의를 위한 것이지 꼭 신속·안전을 위한 것은 아니다. 물론 부수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인권위가 굳이 본질과 관계없는 이러한 표현까지 해가면서 식당의 입장을 홍보해줄 필요는 없다.

이러한 기각사유를 통지받은 양씨는 국가로부터 제2의 가해를 당한 느낌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결정통지서에는 이외에도 식당을 두둔하는 7가지 기각 사유를 들었는데 모두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리고 진정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내용이나 현장확인에 관한 내용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차분히 다뤄볼 예정이다.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이런 어이없는 기각으로 인해 장애계의 분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12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9월 14일에는 한국근육장애인협회(회장 정태근)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  명  서

조사유기, 일상적 장애인차별 등한시하는 인권위는 각성하라

  • 식당에서 쫓겨난 당사자, 인권위 23진정0235200 진정 기각결정
  • 유명무실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 차별 장려하는 인권위 각성하라
  • 일 안하는 인권위, 사실 조사 없이 가해자 의견만 반영

지난 4월 KBS 보도로 나간 ‘전동휠체어 거부 뉴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반년 만에 차별 가해자의 말만을 토대로 기각 결정(23진정0235200)을 진행함에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식당 입구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쫒겨 나는 증거가 있음에도 가해자가 자리를 안내했다는 주장만을 기반으로 조사하여 기각 결정을 한 것은 인권위의 직무유기라고 보아도 마땅하다.

본 사건은 논란의 핵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기각한 인권위가 피해 당사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을 자행한 것 이다. 식당에 진입하기도 전에 '전동휠체어는 들어올 수 없다.' 라고하며 자리를 안내받지 못한 사건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본 사안은 KBS 뉴스만 보아도 휠체어가 식당 내부로 진입조차 못한 채 입구에서 실랑이가 일어난 장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말을 바꾼 가해자 입장에서 일상적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고 논점을 흐리는 식당에서 카트를 사용하는 점, 식당에서 전선이 있는 식탁을 사용하는 점, 전동휠체어가 앉으면 뒤로 카트가 지나가기 어렵다는점, 직접 운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카트도 좁은 통로도 전기선이 달린 식탁도 아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인권위에 제출한 증거 영상에는 식당 관계자가 전동휠체어는 들어 올 수 없으며 수동휠체어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관과 상급 책임자는 조사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직무를 유기하였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판이하게 상이하다면 현장조사를 통해서 문제점을 해결했어야 한다. 그러나 인권위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가해자의 주장만을 반영하였다. 이는 앞으로 수 만 가지의 이유로 일상적 차별을 받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하는 2차 피해의 시발점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인권위에서 기각한 사유는 어떠한 법리적 근거를 두지 못 할뿐 더러, 근거 없이 스스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졸속행정 처리는 반드시 지탄받아야 마땅하며, 한국근육장애인협회(회장 정태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되새기고 차별받는 자들의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보루임을 잊지 않고 인권기관으로써의 면모를 회복하길 바란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국가인권위원회 누리집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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