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전국기능경기대회서 메달 잔치
지체장애인, 전국기능경기대회서 메달 잔치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9.25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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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전남) 입문 2년 만에 지방 ·전국대회 제패
박용삼(경북) 최고령자 6회 연속 대회 참가 진기록
이번 대회 종합우승한 대구시 선두단.
이번 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한 대구시 선수단.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지난 22일 폐막했다. 경력과 나이를 잊은 지체장애인 참가자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전남의 박혜경 선수는 화훼종목 입문 2년 만에 연거푸 우승했다. 취미로 뒤늦게 꽃꽃이를 시작해 지역과 전국대회 모두 제패했다. 또, 최고령 참가자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도 주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역시 입상엔 실패했지만, 식지않는 도전정신으로 화제가 됐다.

25일 전국 17개 시·도협회 지체장애인협회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폐막식이 열렸다. 19~22일 전국 17개 시·도 대표선수 447명이 39개 직종에서 각자 실력을 겨뤘다. 경기결과, 금메달 38명, 은메달 37명, 동메달 34명 등 총 109명의 입상자가 나왔다.

종합우승은 대구시 선수단에게 돌아갔다. 금상 7명, 은상 4명, 동상 2명, 장려 1명 등 모두 14명이 시상대에 올랐다. ▲이종섭(컴퓨터프로그래밍) ▲이종윤(나전칠기) 전경한(양장)▲김창옥(CNC밀링) ▲김용수(3D 프린팅) ▲오태헌(안마) ▲최광정(바리스타) 선수가 금상을 받았다. 또, 김정표(CAD)·류태진(컴퓨터 수리)·엄성수(컴퓨터활용능력)·김영숙(한지공예)(이상 은상)과 하동우(3D 프린팅)·김하진(워드프로세서, 이상 동상)이 수상했으며, 대전의 김영희 선수도 양복 직종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전라남도 선수단 활약도 주목을 받았다. 24개 직종에 28명이 참가해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3명, 장려상 1명을 배출했다. 박혜경(화훼장식·금상), 임관묵(3D프린팅)·도철용(건축제도CAD, 이상 은상), 최은숙(한복)·안화영(기기조립)·정기원(데이터입력, 이상 동상), 정은주(점역교정·장려상)이 각각 수상했다.

박혜경 선수.
박혜경 선수. ⓒ소셜포커스

이 중 박혜경 선수의 괄목할 성장이 주목 받았다. 이 대회 화훼장식 직종에 참가해 금상을 차지했다. 애초 그가 꽃꽂이를 배운 건 지난 2021년이다. 이 때 전남지장협 영광군지회에서 처음 시작했다. 그러다 이듬해 6월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첫 출전이며, 당시 거둔 성적은 4위였다.

이후 절치부심해 올해 같은 대회에서 금상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 금상 수상까지 더하면 두 대회 연속 우승의 쾌거다. 그는 "뒤늦게 취미로 시작했지만, 흥미가 생겼고 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남다른 재능을 알게 돼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대한 도전과 희망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더 실력을 연마해 국제대회에서도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변에서도 그의 남 다른 노력과 열정을 치켜세웠다. 전남지장협 영광군지회 관계자는 "박헤경 선수는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연습벌레였다. 대회를 앞두고선 인대까지 다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불굴의 집념으로 실력을 가다듬어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했다.

또, 도철용 선수는 3개 대회 연속 은상의 진기록을 냈다. 앞선 두 대회(제38·39회)에서 CNC밀링과 3D프린팅 직종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이어 올해 건축제도CAD 직종에서 다시 은상을 받았다.

경북 선수단의 박용삼 선수도 화제거리였다. 올해 80세로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자다. 이 대회만 6번째로 최다 참가 기록까지 갖고 있다. 매번 입상하지 못했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6.25 전쟁 당시 내가 6살 때 친구와 길을 건너는 중 군용트럭에 치어 한쪽 다리를 잃어 지금까지 목발을 의지해 지내고 있다. 이후 19살 때부터 문경의 한 양복점에서 청소부터 시작해 미싱을 배우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 양복점을 그만둔 이후엔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폐지 줍는 일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 배운 양복 기술 덕분에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고, 입상을 향한 도전은 지금까지도 내게 즐거움을 새롭게 일깨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대전선수단도 금 2, 동 1, 장려상 3의 성적을 냈다. 천인수(웹마스터)·오명은(모바일앱개발)이 금메달, 송은서(제과·제빵)가 동메달, 김영희(양복)·김학석(전자출판)·천민수(컴퓨터활용능력)가 장려상을 각각 받았다.

서산장애인복지관도 금상 수상자를 냈다. 박재민(워드프로세서)·오혜선(바리스타)·유태광(컴퓨터활용능력) 등 3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박재민 선수가 금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상 소식에 주변 모두 기쁨의 환호를 보냈다. 이상복 관장은 "선수분들이 노력해 실력을 쌓고 발휘하는 모습이 서산지역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귀감이 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를 위해 노력하셨을 수상자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장애인의 잠재 능력 개발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날 폐회식에서 이성희 노동부 차관도 "이번 대회에서 여러분이 보여준 뛰어난 기술과 뜨거운 열정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도 여러분과 같이 기술과 실력을 갖춘 장애인 인재들이 일자리에서 존중받고 성공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일자리 확대를 가로막는 규제장벽을 허물고 각종 지원과 예산투자를 늘려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입상자에겐 상장과 메달, 상금이 주어지며,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필기·실기시험이 면제된다. 또, 제11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자격도 얻는다. 내년 제41회 대회는 충북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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