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보고 중 퇴소결정 권한 등 관련 문구 삭제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 거주시설 강제퇴소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정부에 이어 관할 지자체도 뒤늦게 위법성을 인정했다. 본인이나 법적 보호자 동의 없이 탈시설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해당 지자체는 이런 내용으로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 일부를 고쳤다.
19일 소셜포커스가 입수한 '서울시 퇴소장애인 자립실태 결과 보고(수정)'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월 17~24일 향유의집 퇴소 장애인 자립실태 조사를 벌였다.
해당 시설에서 나와 장애인지원주택에 사는 38명이 대상이다. 전체 55명 중 사망했거나, 다른 시설 또는 원래 가정으로 돌아간 17명은 뺐다. 당시 시와 시 복지재단 직원 1명씩 2인 1조를 이뤄 방문조사 했다. 해당 장애인 가정이나 동주민센터를 직접 찾아 면담하는 식이다. 조사 항목은 퇴소사유, 퇴소절차 적절성, 의사소통 정도, 의료·건강관리 실태 등 총 18개다.
조사결과, 퇴소과정에서 위법 요소가 다시 발견됐다. 이번에도 불완전한 퇴소동의서 효력이 문제였다. 법적 보호자 아닌 사람이 장애인 퇴소 결정에 참여했다. 전체 38명 중 6명의 경우, 형제자매가 퇴소동의서에 서명했다. 장애인 본인이나 부모 의사를 배제한 '꼼수 동의'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상 법적 대리인은 친권자, 후견인, 법원이 임명한 재산관리인 등이다. 나머지 16명은 본인, 12명은 시설관계자, 4명은 부모가 각각 퇴소에 동의했다.
결국, 시는 해당 보고서 중 퇴소과정 조사결과를 수정했다. 최초 보고엔 '조사대상 장애인 모두 본인, 보호자(형제자매 포함) 등 퇴소 결정 권한이 있는 자로부터 징구된 퇴소 동의서를 구비했다'고 썼다. 하지만, 이번 수정보고에서 '퇴소 결정 권한이 있다'는 문구를 슬쩍 뺐다. 퇴소동의서 일부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자인한 꼴이다.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는 향유의 집에 대한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사업 강제 참여 및 강제 퇴소에 대한 기각 결정 취소 청구 심판에서 중증 뇌병변 장애인 A(67·여) 씨 등 4명에 대한 청구를 인용했다.
이들은 재결서에서 “일부는 법적 대리인으로 보기 어려운 이들의 동의 의사를 구하고, 관할 지자체 장애인 전담민관협의체 퇴소 심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주택사업의 강제 참여 및 강제 퇴소에 대해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 판단한 기존 결정 중 A씨 등 4명에 대한 결정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런 조사결과 번복에 대해 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퇴소동의서 일부는 법적 대리인 아닌 가족이 작성한 게 뒤늦게 확인됐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그간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실태를 파악하고 정책수립에 반영해 탈시설 장애인과 시설 거주 장애인 모두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중증장애인들의
아픔과부모들의입장을대변해주시는
윤현민 기자님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