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기더기, 누가 만드나
기레기·기더기, 누가 만드나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11.14 13: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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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윤현민 기자

바야흐로 기자(記者) 입지도 백척간두 위기다. 이제 사진보도 영역에서까지 조롱받기 시작했다. 기자를 사칭한 상업 사진작가가 온통 판치면서다. 급기야 이들이 보도사진을 가장해 돈벌이에 나섰다.  제 멋대로 찍은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강매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수 십배 이득을 챙긴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시민활동가 A씨는 "인터넷으로 앨범 제작을 주문할 경우 아무리 비싸도 10만원을 넘지않는데, 구매 의사도 없는 행사 수상자들에게 30만~150만원의 말도 안되는 가격에 억지로 떠맡기듯이 파는 경우도 봤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활동가도 "4천원 남짓 하는 A3 크기의 대형사진도 액자를 씌워 1점당 10만원 이상 받는 등 이들의 직업윤리와 상도의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했다.

가짜 기자 행세로 파렴치한 돈벌이에 혈안인 모습이다. 구질구질하고 너절한 '비루함'에 다름 아니다. 이런 행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장애인단체 행사에서도 여지 없었다. 이날 유공자 표창이 시작되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수상자 주변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여들었다. 이 중 언론인은 2명으로 전체 20여 명 중 손에 꼽을 정도다. 나머지는 당초 언론보도가 아닌 개인 목적의 촬영이란 얘기다.

이들이 가짜 신분을 대는 것도 가지각색이다. 기자, 공무원, 행사 지원업체 직원 등으로 둘러댄다. 자신을 중앙부처 사진담당 직원으로 소개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행사 주최측이 신분 확인을 요구하자 이내 꽁무니를 뺐다. 그는 주최측 직원에 되레 화를 내고는 행사 현장을 급히 빠져나갔다.

그러자 상업 사진작가 사진·앨범 강매 주의보까지 등장했다. 행사 주최측은 안내문을 통해 "해마다 주최측 허락도 없이 행사장에 들어와 사진을 찍고 액자 사진 및 앨범을 먼저 제작한 뒤 수상자를 찾아다니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구매해 줄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협회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수상자에게도 심각한 재산피해를 입히는 악덕 상행위입니다"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기자에겐 모두 치욕스런 대목들이다. 잘못도 없이 엉뚱하게 비웃음거리가 돼서다. 그렇다고 이제 와 사이비 기자들 책임을 따져묻고 싶진 않다. 어찌됐든 추락한 기자 위상은 온전히 함량미달 기자들 탓이다. 기자를 쓰레기와 구더기에 빗대어 부르는 멸칭도 새삼스럽지 않다. 기레기와 탈출을 합성해 탈기자를 뜻하는 '기렉시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자 모두 싸잡아 멸시하는 풍조는 삼가야 한다. 언론 본령인 권력감시와 사회발전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아직 일선엔 이런 본령에 충실하려는 '참 기자'들이 있다. 이들에겐 무분별한 비하보다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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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ㅇ 2023-11-30 21:26:43
어디서 기덕기덕 소리가 나나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