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도권 진입한 IL센터 ‘앞 날’은
법 제도권 진입한 IL센터 ‘앞 날’은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12.20 11:40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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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갈등 최소화 할 운영기준 마련이 관건
기본사업 충실한 소규모 IL센터들 포용해야
ⓒ연합뉴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CG)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IL센터, Independent Living)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됐다. 우선, 장애인 서비스 전달체계 성격에 방점을 둔 모양새다. 이제 관련법 정비로 제도권에서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됐다. 직원 처우 개선, 세제혜택 등으로 안정적 운영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반면, 한편에선 장애인 권익운동 역할을 강조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센터 고유의 역할을 위해 지원은 받되 간섭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당 법령 개정 후 업무효율을 앞세운 무분별한 개편을 우려했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재편되거나 축소·폐지되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다. 결국, 기존 IL센터의 복지시설 자격 여부와 변화 의지가  관건이다.

국회는 지난 8일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168명 중 133명이 찬성해 의결정족수 과반을 넘겼다. 나머지 7명은 반대표를 던졌으며, 28명은 기권했다.

이 법은 IL센터의 법적 지위에 맞는 역할과 재정지원을 담았다. 현재 IL센터를 장애인자립생활 지원시설로 규정해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장애인복지시설처럼 전반적인 국고 보조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IL센터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이 목적이며, 센터장과 직원 대부분 장애인 당사자다. 권익옹호, 동료상담, 개별 자립지원, 자립생활 전환 등 4가지가 기본사업(목적사업)이다. 올 초 기준 전국에 254개가 있으며, 정부 예산지원 규모는 총 525억4천500만원 정도다.

그간 IL센터는 사회복지사업 수행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여러 불이익을 받았다. 관련법이 비용보조 규모를 제한해서다. 운영·사업비 전체가 아닌 일부 지원으로 못 박았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제5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에 예산 범위에서 운영비 또는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운영·사업비 전액 보조가 가능한 장애인복지시설과 영 딴 판이다. 같은 법 제81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장애인복지시설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현행법은 경상보조금 지원에도 차별을 뒀다. 복지관은 지역사회 재활시설로 규정돼 인건비, 운영비, 여비, 용역비 등을 받는다. 반면, IL센터는 이 범주에서 빠져 경상보조금 지원대상이 아니다.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있는 공모사업 참여가 고작이다. 법적 지위가 취약해 안정적인 예산지원이 어렵다는 얘기다.

IL센터는 사회복지 경력에서도 적잖이 손해 본다. IL센터에서 복지시설로 이직하면 경력 80%만 인정받는다. 정부의 사회복지시설 운영 지침을 적용한 결과다.

보건복지부의 ‘2023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에는 ‘사회복지시설 근무 이력만 100% 경력으로 본다’고 돼 있다. 해당 지침상 장애인 대상 사회복지시설은 21종이다. 구체적으론 ▲장애유형별 거주시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장애영유아 거주시설 ▲장애인단기 거주시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피해 장애인 및 장애아동 쉼터 ▲장애인복지관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장애인 체육 및 수련시설 ▲장애인생활아동지원센터 ▲수어통역센터 및 점자도서관, 점서·녹음서 출판시설 ▲장애인재활치료시설 ▲장애인의료재활시설 ▲장애인보호작업장 ▲장애인근로사업장▲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등이다.

이밖에 일부는 유사경력으로 구분해 경력의 80%만 인정한다. IL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한국장애인개발원 등 44종이 있다.

장애계 일각에선 이번 법 개정을 IL센터 변화와 도약의 계기로 봤다. IL센터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할 주춧돌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IL센터 중 일부는 목적사업은 안하고 돈 벌이가 되는 활동지원사업만 하거나, 별도 사업을 위해 자립생활센터를 하고 있다”며 “IL센터가 (사회복지)시설 기준을 갖춰 법적 지위를 가지면 투명하게 운영되고 IL센터 난립도 막아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되레 IL센터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엄격한 운영기준으로 IL센터가 자연도태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 업무능력을 중시해 장애인 당사자가 배제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관계자는 “IL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로 묶이면 중증장애인 대신 빨리빨리 사업기획안을 쓰고 사업을 진행하며 결산할 수 있는 업무처리 능력이 높은 비장애인이 필요해져 중증장애인이 배제되는 경향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까다로운 운영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IL센터는 미신고 시설이 돼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지역사회에서 풀뿌리 조직으로서 기능했던 IL센터는 사라지고 대형화된 소수 IL센터만이 실천과 운동성을 상실한 채 전달체계로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성패는 IL센터 운영기준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기본보다 수익사업에 혈안인 IL센터 퇴출을 강조했다. 한 장애인 시민활동가는“장애인에게 사회복지서비스 없는 장애인 권익운동은 맹목적이고, 장애인 권익 신장 없는 장애인복지서비스 역시 공허할 뿐“이라며 “오로지 돈벌이가 목적인 IL센터와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지어 솎아낼 수 있는 수준의 IL센터 운영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관계자도 “활동지원사업 독점 등 애먼데 한 눈 팔지않고 장애인자립생활 지원의 본래 취지에 충실한 지역기반 소규모 IL센터를 포용할 정도의 운영기준이라면 찬반 갈등을 최소화해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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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2023-12-21 22:07:30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가정에 있으며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M***e 2023-12-21 22:05:06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길 바라며
진짜힘든 장애인들을 위한 센터나 시설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r******s 2023-12-21 15:45:55
자립센터가 누군가의 사업처가 아닌 장애인들의 자립을 서포터 해주는 장애인들을 위한 자립센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D****u 2023-12-21 13:54:03
누군가의 사업처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r******s 2023-12-21 11:34:24
장애인 자립의 대한 높은 의식없이 단순 수익사업에 혈안하는 자립센터는 퇴출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