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내 장애계 5대 뉴스
2023년 국내 장애계 5대 뉴스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12.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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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전자 폐업, 개방직 파행인사, IL센터 법제화 등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2023년 계묘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 해도 장애계는 다사다난했다. 우선 사회복지시설을 두고 파열음이 잇따랐다. 그새 국내 첫 장애인이용시설 위상도 무너졌다. 각 단체간 정치·경제적 이해로 충돌하기도 했다. 또, 장애인 개방형 직위  파행인사 논란이 있었다. 여기에 사회 각 분야 장애인차별 사례는 여전했다. 반면, 많은 기대 속에 개인예산제가 첫 선을 보였다. 전체 장애계 변혁을 위한 격동의 흐름이라 할 만하다. 올해 우리 사회를 관통한 주요 이슈 5가지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월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월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개인예산제 ‘밑그림’

정부는 지난 3월 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24회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개인예산제는 장애계 숙원으로 국정과제에도 채택됐다. 획일적인 서비스 지원을 장애인 각자 선택에 맡기는 게 골자다. 지금까진 개인 건강상태, 소득 등에 따라 서비스와 급여가 정해졌다. 반면, 장애계는 이용자 욕구를 반영한 서비스 선택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주어진 액수 안에서 개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선택해 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스웨덴, 영국, 호주 등에선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개인예산제 도입 추진단을 꾸렸다. 이후 시범사업 기초모델을 개발해 모의적용을 앞두고 있다. 올해 4개 지자체별 30명씩 총 120명에게 우선 적용키로 했다.

적용모델은 ‘급여 유연화’와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두 가지다. 모두 활동지원 급여 일부에서 각자 필요한 서비스를 사는 방식이다. 금액으로 치면 월 최대 20만2천~40만4천원 수준이다. 올해 기준 활동지원 서비스 급여는 월 평균 202만원이다. ‘급여 유연화’는 활동지원 급여의 10%로 민간·공공 서비스를 살 수 있다. 구매 대상은 장애아동 발달재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의료비, 보조기기(이상 공공서비스), 장애인 자가용 개조, 주택개조, 주거환경 개선(이상 민간서비스) 등 10여 종이다. 또,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은 활동지원 급여의 20%로 인력을 구매할 수 있다.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을 선택해 활동지원을 받는 구조다.

 

코레일 사옥 ⓒ소셜포커스
코레일 사옥 ⓒ소셜포커스

코레일, 휠체어 장애인 탑승거부 논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4월 19일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승차 거부 관련 사과문에서 “해당 무궁화호 열차는 3량으로 편성된 열차에 입석 승객 188명 포함, 약 400명이 승차해 차내 혼잡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으며, 전동휠체어 이용 고객과 입석 고객의 안전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자 혼잡이 덜한 14분 후 도착하는 다음 열차에 승차토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속 열차 승차에 대한 동의를 사전에 구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앞으로 입석 고객을 분산 유도 안내하고, 출·퇴근 시간, 주말 등 일부 이용객이 많은 무궁화호에 대해서는 입석발매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열차 내 혼잡도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는 사실 왜곡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D씨는 “열차는 예정시각(11시38분)보다 14분이 아닌 23분 늦게 도착했으며, 내가 열차를 타려고 할 때 여객전무라는 승무원과 역무원 모두 열차 내 혼잡을 이유로 분명히 승차를 막았고 이후 기차는 그대로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코레일은 국민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그 원인을 교묘하게 호도해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했다”며 “코레일로부터 배신당하고 2차 가해를 당한 느낌이라 더 참담한 심정”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런 뒤 코레일의 후속조치가 다시 문제로 불거졌다. 이들은 4월 24~26일 자체조사 후 해당 직원을 인사전보 했다. 승무원 E씨는 강원도 정선의 태백선 사북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레일 대전충청본부 충북지역관리단 민둥산역 관할이다. 종전 근무지 수원역에서 213㎞ 떨어진 곳이다. 반면, 역무원 F씨는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수색역으로 가게 됐다. 이 곳은 그의 자택까지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28일 서울 광진구 정립회관 정문에 현 시설 운영 법인(한국소아마비협회)이사진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소셜포커스
8월 28일 서울 광진구 정립회관 정문에 현 시설 운영 법인(한국소아마비협회)이사진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소셜포커스

정립회관 파행운영 사태

국내 최초 장애인기업 정립전자가 지난 9월 경영악화로 문 닫았다. 사업투자 실패로 수십억 빚만 남기고 폐업했다. 정립전자는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시설로 1989년 개소했다.

앞서 이들은 2020년 5월 중국으로부터 마스크 제조기계 3대를 구입했다. 대당 6억4천만원으로 총 19억2천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정작 기계는 작동 불량으로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그러자, 한소협은 사태 해결을 위해 A 은행으로부터 30억원을 빌리고 B 제약사와도 10억원 규모의 마스크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법인에 남겨진 채무는 총 43억원 정도다. 이후 B 제약사와 손해배상 소송까지 벌였지만 패소했다. 이 재판결과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압류·추심이 시작됐다. 정립전자 채권자들은 한소협을 상대로 소송을 내 산하시설 계좌를 비롯해 운영자금 23억원을 압류하고 13억원을 추심했다. 현재 법인 산하시설 보조금과 후원금 계좌까지 묶인 상태다. 그 결과, 산하시설 운영 프로그램이 대부분 멈춰섰다.

폐업 후엔 암병환 전환 추진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한소협과 산하시설이 설전을 벌이며 갈등이 확산 중이다. 법인은 근거 없는 낭설로 혼란을 부추긴다며 산하시설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산하시설은 불통 구조를 깨고 구체적인 수습 방안 제시를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장애인 개방직위 파행 인사

고용노동부는 11월 30일자로 훈령인 인사혁신규정을 고쳤다. 개방형 직위 지정 범위를 줄이는 게 골자다. 이 때 기존 4급 개방직 2개 자리를 없앴다. 장애인고용과장과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사무국장 직위를 뺐다. 인사혁신규정 개정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첫 개정은 지난 8월30일 있었다.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제 시행규칙이 아닌 훈령이나 예규에 개방직위를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시행규칙의 개방직 특례 조항을 인사혁신규정에 넣었다.

이 때까지만해도 노동부의 개방직위는 손 대지 않았다. 고위공무원단(2·3급)과 4급을 합친 14개 개방직 그대로였다. 그러다 한 달도 채 안돼 또 뜯어고쳤다. 9월29일 개정을 통해 화학사고예방과장을 개방직에서 제외했다. 이후 앞선 세 번째 개정에서 장애인고용과장과 경북지노위 사무국장까지 뺐다. 3개월간 2차례로 나눠 4급 개방직 9개 중 3개를 없앴다는 얘기다. 결국, 2017년 9월 개방직 전환 후 7년 만에 내부인사로 회귀했다.

지난 3월 복지부 개방직위 파문 사태를 재현한 모양새다. 당시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C씨는 임용 7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3월13일 부임해 같은 달 20일 스스로 물러났다. 장애계 등으로부터 쏟아진 직무 부적격 지적 탓이다. 주로 정치 편향과 장애인 당사자 원칙 파괴에 크게 반발했다. 그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 이력이 논란이었다. C씨는 전장연 연대기구에서 8년 일했다. 2010~2017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이 기간 전장연 시위·집회에 동참하며 같은 행보를 보였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CG) ⓒ연합뉴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CG) ⓒ연합뉴스

IL(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도권 진입

국회는 지난 12월 8일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168명 중 133명이 찬성해 의결정족수 과반을 넘겼다. 나머지 7명은 반대표를 던졌으며, 28명은 기권했다. 이 법은 IL센터의 법적 지위에 맞는 역할과 재정지원을 담았다. 현재 IL센터를 장애인자립생활 지원시설로 규정해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장애인복지시설처럼 전반적인 국고 보조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IL센터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이 목적이며, 센터장과 직원 대부분 장애인 당사자다. 권익옹호, 동료상담, 개별 자립지원, 자립생활 전환 등 4가지가 기본사업(목적사업)이다. 올 초 기준 전국에 254개가 있으며, 정부 예산지원 규모는 총 525억4천500만원 정도다.

그간 IL센터는 사회복지사업 수행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여러 불이익을 받았다. 관련법이 비용보조 규모를 제한해서다. 운영·사업비 전체가 아닌 일부 지원으로 못 박았다. 또, 현행법은 경상보조금 지원에도 차별을 뒀다. 복지관은 지역사회 재활시설로 규정돼 인건비, 운영비, 여비, 용역비 등을 받는다. 반면, IL센터는 이 범주에서 빠져 경상보조금 지원대상이 아니다.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있는 공모사업 참여가 고작이다.

장애계 일각에선 이번 법 개정을 IL센터 변화와 도약의 계기로 봤다. IL센터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할 주춧돌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되레 IL센터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엄격한 운영기준으로 IL센터가 자연도태될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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