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대비 온기텐트에서 내쫓긴 장애인
한파대비 온기텐트에서 내쫓긴 장애인
  • 임보희 기자
  • 승인 2024.01.16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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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비좁고, 미끄럼방지 안전판 없어 사고우려
서울 영등포구-동 주민센터 관리감독 책임공방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의 한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온기텐트.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임보희 기자] = 한파에 대비한 온기텐트가 '반쪽짜리'로 논란이다.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터무니없이 좁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지적이다. 여기에 관리감독 주체마저 불투명해 안전사고 위험만 키우고 있다. 반면, 관할 지자체는 정부 지침 탓을하며 한발 빼고 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올해 3월 10일까지 겨울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온기 텐트를 운영 중이다. 취약계층을 비롯한 시민들이 겨울철에도 안전하고 따뜻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목적이다. 온기텐트는 총 24개로 버스정류장, 병원 앞, 아파트 등에 설치됐다. 규모는 길이 3m, 폭 1.5m, 높이 2.3m다. 한 텐트당 430만원 정도 들고, 설치기간은 3주다.

그러나, 내부 공간이 협소해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평소 휠체어로 이동하는 A씨는 "온기텐트 안으로 겨우 들어갈 수는 있지만 회전할때 벽에 부딛쳐 위험한 상황에서 다시 나오기가 어려웠다. 휠체어가 공간도 많이 차지해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 결국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애초 설계 당시부터 휠체어 장애인을 고려해서 만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휠체어 이용장애인 B씨는 안전사고를 우려했다. B씨는 "휠체어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치는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 눈이라도 오는 날엔 타이어 접지력을 높여 주는 발판 같은 걸 온기텐트 입구에 설치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구는 정부 지침대로 규모를 정하느라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고려하진 못했다는 입장이다. 구 홍보미디어과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가이드라인이 내려왔고 규모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도 크기 고려'와 '점자블럭 주변 범위 제한' 등의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침을 지키려면 버스정류장 근처에 휠체어가 원활하게 이동할 만큼의 큰 규모를 설치할 장소를 찾기 극히 드물었다. 또, 겨울철 가설시설물이다보니 장애인 편의시설까지 고려하기 어려웠다"며 "불편사항들을 말씀해주시면 향후 대책 방안을 상급기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온기텐트 이용대상에 장애인은 애초 없었던 셈이다.   

또, 온기텐트의 관리감독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구와 동은 청소관리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앞선 구 관계자는 "현재 동 주민센터와 협력해 1일 2회 청소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순찰을 돌고 민원사항을 수시로 접수받아 바로 청소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동에서는 시설물 그늘청소만 진행 중이며, 온기텐트는 도시안전과에서 관리 및 운영 중이다"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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