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메뉴얼 없이 민원에만 의존…사고위험 가중 지적
[소셜포커스 서국현 기자] = 서울교통공사의 ‘엘리베이터 AI 시스템’이 무용지물 논란이다. 시범사업 전체 4구간 중 3곳이 먹통이다. 하지만, 공사는 관리 메뉴얼 없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히, 오는 8월부턴 적용대상까지 대폭 늘어 주변 우려가 크다. 무턱대고 사업확대에 나서 안전사고 위험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23일 서울교통공사(공사)에 따르면, 2022년 8월~2023년 12월 서울지하철 3호선 약수역, 4호선 이촌역에 ‘AI 영상분석을 통한 자동호출 시스템’(AI 시스템)을 시범설치했다. 대상은 이촌역 내부1호기와 약수역 외부1호기 상·하행 총 4구간이다. AI 시스템은 CCTV 카메라에 휠체어 이용자가 인식되면 실시간으로 승강기를 호출한다. 직접 호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승강기를 탈 수 있게 해주는 구조다.
하지만, AI 시스템 승강기 4구간 중 3곳은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이촌역 내부1호기 상·하행구간은 5회 중 2회 작동했다. 또, 약수역 상행구간은 2회 중 2회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정상 작동한 곳은 약수역 외부1호기 하행구간 뿐이었다.
반면, 공사는 이 사실을 몰랐고 관리 메뉴얼도 갖추지 않았다. 다만, 이용자 불편신고가 접수되거나 주변 공사 때 살펴본다고 했다. 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에는 정해진 점검 매뉴얼은 없고, 상시 점검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승강기 점검은 월 1회 주기로 하지만, AI 시스템은 시범사업이라 불편 신고나 공사 등 이벤트가 있을 때 한번씩 들여다 본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교통약자 안전사고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지적한다. 당장 오는 8월 해당 시스템 적용 확대를 앞두고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얘기다. 공사는 이 때부터 서울 1호선 시청역 등 8개 역 11개소 승강기에 AI 시스템을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현장감독자나 안전담당자가 CCTV 모니터링 등 육안 점검만으로도 파악될 문제점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관리 소홀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시스템 특성상, 휠체어 이용 당사자가 인식률을 높이려 이리저리 움직이다 승강기 문을 들이받는 등 되려 2차 사고를 부추길 수도 있다. 교통약자는 스스로 구호 활동이나 사고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해당 편의시설에 대한 점검은 더욱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 2020년 11월 24일 대구 지하철역에선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A(81)씨가 승강기 출입문을 들이받은 뒤 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승강기 앞에서 멈춰 서지 못했고, 출입문 역시 200㎏ 상당의 전동휠체어 무게에 그대로 밀려났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B(63·청소년지도사)씨도 “무턱대고 숫자만 늘리기에 앞서 시스템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철저한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며 “확장을 전제로 하는 시범사업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특히 기술적 시스템을 공공부문에 도입할 때는 더욱 세심한 관리를 기반으로 한 진짜 매뉴얼을 만들어야 사고가 없다”고 했다.
이에 공사는 CCTV 주변 환경을 탓하며, 관리점검에 대해선 직접 언급을 피했다. 앞선 공사 관계자는 “약수역은 환경적 요인으로 CCTV 각도가 틀어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기술 업체와 협의해 이 달 중 CCTV 각도를 조정하기로 했다”며 “추후 인식률 저하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 8월부터 도입하는 CCTV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