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번호' 빠진 지하철역 옥외 승강기
'출구번호' 빠진 지하철역 옥외 승강기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4.02.0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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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출구번호와 연계해야 쉽게 이용 가능
이동약자 유일한 통로, 접근성 제고노력 필요
출구번호가 없는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출입구. ⓒ소셜포커스

장애인이나 노인 등 이동약자들은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지하철을 이용하기 어렵다. 특히, 휠체어나 유아차 및 실버카를 동반하는 사람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요즘 거의 모든 지하철역은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다.

지하철역에는 여러 종류의 엘리베이터가 있다. 옥외에서 역사 안으로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연결하는 것도 있다. 여러 선의 지하철이 교차하는 환승역에는 호선간 연결을 위한 엘리베이터도 있다.

20~30년 전만 해도 엘리베이터 시설이 없는 지하철역이 많았다. 그 시절 지하철은 장애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가 의무사항이 된 지 오래다. 과거 장애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처절한 시위와 눈물겨운 입법투쟁 등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이후 오랜 세월을 두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점점 늘어났다. 이제 지하철은 이동약자들에게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과제가 많다. 정부나 서울시 등이 과거의 약속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진작 100%가 넘었을 것이다. 그러나, 100%가 달성되는 해는 아직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아직도 일부 장애인 단체들의 강도 높은 투쟁이 가끔 이슈가 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만큼 이동약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요즘 어느 지하철역이나 엘리베이터 문 앞에는 이를 타려는 노인들이 끝없이 줄을 잇고, 문이 열리면 노인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노약자 접근이 많은 어떤 역은 여러 개의 계단 출구보다는 하나의 엘리베이터 출구에 더 많은 승객이 몰리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에 엄청난 투자를 해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이동약자들이 어떻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지 상상만 해도 전율이 느껴진다. 아직도 이어지는 장애인 단체들의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투쟁이 때로는 고마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무튼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는 보급률 100%가 넘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제 1대씩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든 지하철역에는 여러 곳에 출입구가 있고 각 출입구마다 출구 번호가 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로 된 출입구는 그 표시가 없다. 그래서 이동약자들이 엘리베이터 출입구를 찾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때로는 지하철 이동시간보다 엘리베이터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로 된 출입구에도 꼭 출구 번호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출구 번호는 기존 출구 번호와 연계한 방식이라야 이용하기 쉽다. 기존 출구 번호와 연계성이 없는 별도 번호는 필요치 않다. 예를 들어 승강기용 출구가 7번 출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7-1’번이나 ‘7-L’, ‘7-E’ 등의 형식에서 한가지를 골라 전국으로 통일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일반 출구번호와 호환되고 구분되는 일석이조의 장점을 갖추게 된다. 가령 엘리베이터 출구인 7-L번 출구를 찾기 위해 6, 7, 8번 출구를 지날 경우 바로 근처에 엘리베이터 출구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지도를 이용한 검색에서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역에는 이미 엘리베이터별로 1호기니 2호기니 하는 번호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옥내용 여러 승강기가 포함된 내부용 관리번호이고 대부분 지하에 있어 이를 모두 지도에 표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옥외 승강기는 그 중 임의로 부여된 하나의 번호일 뿐이다. 그래서 그 번호를 출구 번호로 사용하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

혹자는 엘리베이터 출구에 EV1번 등 EV에 별도로 일련번호를 표시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부르기 불편하고 일반 출구 1번인지, 엘리베이터 출구 1번인지, 아니면 1호기 승강기인지 3개의 같은 번호가 중복될 수 있어 되레 혼란스러울 것이다.

지하철역 출구 번호는 꼭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지하철역 주변의 각종 시설물 위치를 안내하는 데도 가장 유용한 기준점이 된다. 결혼식 청첩장에서 예식장 위치를 “몇호선 지하철 무슨역 몇번 출구로부터 몇미터”하는 방식의 안내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동약자에게 엘리베이터 출입구만이 지하철역의 유일한 통로다. 그런데, 그 통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휠체어 장애인으로서 이용하면서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필자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를 찾을 때마다 미로찾기 게임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낭비와 불편을 겪는다.

출입구용 엘리베이터를 찾는데 어려움은 이용당사자만 겪는 건 아니다. 장애인이 지하철역에서 내려 장애인 콜택시로 환승할 때 장콜을 부른다. 이때 장콜이 도착할 지점을 정확히 알려줘야 하는데 엘리베이터용 출구는 지정된 출구 번호가 없어 서로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로 된 출구라도 이용 당사자는 물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방식의 출구번호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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