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죽음으로 내몬 '탈시설 정책'
장애인 죽음으로 내몬 '탈시설 정책'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4.02.20 15:30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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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지체장애인, 지원주택 이주 3개월 뒤 사망
장애계, 거주시설 선도모델 개발·지원 필요성 제기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와 지자체의 탈시설 시범사업 부작용이 잇따른다. 장애인 자립을 돕는 지원주택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다. 일부는 시설에서 지원주택으로 옮긴 지 석달 만에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무분별한 정책이 장애인을 사지로 몰았다는 원성이 나온다. 자립 가능 여부를 정책 필요에 따라 획일적으로 재단한다는 지적이다.

20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해 오고 있다.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에게 지역 내 주거, 일자리, 건강 등 서비스를 연계하는 내용이다. 각 지자체를 통해 대상자를 발굴·선정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대상은 거주시설 장애인과 시설입소 적격 판정을 받고 대기 중인 장애인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25개 시·도에서 163명을 선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체 거주시설 장애인의 0.6% 수준이다. 현재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1천532곳엔 2만7천946명이 입소해 있다. 이 중 103명이 지원주택으로 이주해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받는다. 지적장애인이 59명(57%)으로 가장 많으며, 중복장애 16명, 지체 15명, 뇌병변 9명, 시각 3명, 자폐 1명 등의 순이다.

지원주택은 정부 또는 지자체의 공공임대 및 매입 주택을 활용한다. 임대료, 보증금 등은 본인 부담이며, 시세 30% 정도다. 수도권 기준 평균치는 보증금 300만원, 월세 26만원이다. 이 곳에서 활동지원, 일자리 참여, 보건·의료, 문화·여가활동, 권익지원 서비스를 받는다.

정부 시범사업에 앞서 지자체 차원의 시도도 있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2019년 12월부터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을 운영 중이다. 공급·비공급·자립생활형의 총 3개 유형으로, 모두 254호다. 공급형은 공공임대주택 입주 후 가사, 금전·투약관리 등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비공급형은 본인 거주 주택에서 앞선 내용의 주거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다. 자립생활형은 2년간 자립생활을 체험하고, 사회적응과 경험을 쌓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지원주택 폐해가 불거졌다. 지난해에만 장애인지원주택 사망사고가 2건 있었다.

지체장애인 A(64)씨는 지난해 8월 21일 자신이 10년간 살던 장애인거주시설을 나와 전북 전주의 장애인지원주택으로 이사했다. 이후 입주 3개월여 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같은 해 10월 뇌경색 증상이 확인돼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 중 폐렴까지 겹쳐 집중치료를 받다 11월 27일 숨졌다. 유족으로 남동생이 있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해 화장 처리됐다.

또, 지적장애인 B(44)씨는 2019년 8월께 서울 강동구의 한 장애인복지시설 퇴소 후, 2022년 7월 관내 장애인지원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지원주택에 입주한 뒤 잦은 변비와 설사가 반복됐다. 이후 병원에서 대장폐색 판정을 받아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결국 이듬해 5월 대장 90%를 잘라내고, 다음 달 장루관까지 달았다. 장루관은 장의 일부를 배 밖으로 꺼내 항문 역할을 하게 한다. 그러다 같은 해 7월 인근 요양병원에 입원 중 사망했다.

이를 두고 지원주택의 지역기반 서비스 부실 주장이 나온다. 입주자에게 장애인거주시설만큼 안정감을 못 준다는 얘기다. B씨와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함께 생활한 C씨는 “시설에 있을 땐 동료들을 따라 화장실을 자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원주택에선 그런 도움을 제 때 받지못해 배변에 소홀해져 대장폐색까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되레 사망자가 나온 지자체는 사업 우수사례로 꼽혔다. 지난해 말 해당 시범사업 성과 공유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당시 전주시는 자립주택 마련, 대상자 관리·지원, 지역 내 네트워크 구축, 자립대상자 만족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관계당국은 시범사업 연장과 로드맵 보완 카드를 내놨다. 준비기간을 늘려 미비점을 점차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시범사업 결과와 학계, 이해당사자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로드맵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당초 시범사업기간 3년(2022~2024년)에서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반면, 이런 보건당국 대책에 정작 장애계 반응은 싸늘하다. 적당히 시간만 끌며 부작용을 뭉개려는 미봉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관계자는 “탈시설 로드맵의 주 대상은 스스로 의사표현조차 못하는 발달장애인과 무연고 발달장애인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이제 의료지원이 필수인 65세 이상 최중증 고령장애인까지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무리한 사업 확장은 결국 장애인 집단학대로 이어지고 사망사고까지 속출하고 있는데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신속히 덮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단편적인 기준으로 일방적 거주시설 폐쇄를 통한 장애인 자립만 고집할 게 아니라 거주시설도 지역사회 자립처럼 모범사례로 활용할 선도모델을 개발해 양성화시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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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균 2024-03-06 08:22:45
20년 이상 시설에 입소하였고 지냈고
현재는 탈시설 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찬국 님께서 얼마나 자립을 희망하셨고, 행복해하셨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엉터리 기사를 올리는지 현장에서 탐문을 하시고 글을 쓰세요.
그리고 시설에서 나와서 살고 싶지만, 보호자의 반대에 가로막혀 의미 없는 시간을 시설에서 보내야만 하는 장애인이 제가 지내던 시설에서만 서너 분이 계십니다.
그럼, 왜 보호자나 시설에서 탈시설을 반대할가요.. 1년에 겨우 1번 방문하거나 평생 시설에 방치는 보호자가 많습니다.
이권을 위한 단체는 진정 어느 집단 일가요?
정말 중요한 것은 장애인 본인의 행복입니다.
자기 삶의 결정권을 타인이 판단하거나 결정하지 말아 주세요.

r******s 2024-02-21 06:21:39
중증장애인들을 묻지마 자립으로 내몰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전장연 단체를 국민의 이름으로 해체하라!

r******s 2024-02-20 18:39:16
지체장애인 A(64)씨는 지난해 8월 21일 자신이 10년간 살던 장애인거주시설을 나와 전북 전주의 장애인지원주택으로 이사했다. 이후 입주 3개월여 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장애인들의 죽음으로 내모는 게 자립입니까?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전장연 단체를 장혜영 의원이 노벨평화상 추천을 했다고 합니다. 인권이 뭔지도 모르는 장혜영은 국회의원 직을 박탈해야합니다.

r******s 2024-02-20 18:33:58
정부가 거주의 선택을 장애인 본인과 부모, 형제자매도 아닌 자립정책만 주장하는 전장연 단체 손을 들어주는 건 전 세계를 통틀어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다.

r******s 2024-02-20 18:32:53
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