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고려산…가슴 펄떡이는 붉은빛 4월을 기다리며
강화 고려산…가슴 펄떡이는 붉은빛 4월을 기다리며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4.03.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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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중요한 관광지
4월이면 핏빛 장관 펼쳐내는 진달래 군락지
고인돌 등 다양한 역사 유적…자연사박물관도

[소셜포커스 양우일 객원기자] = 꽃샘추위가 불쑥 찾아온 3월 초 강화도 여행을 나섰다. 준비물은 김밥 두 줄에 사과 한 개, 그리고 오렌지 한 개와 집에서 정성 들여서 내린 커피 한 병을 손에 들었다. 강화에 4월이 오면 이곳에 한정판 붉은 그림이 펼쳐진다. 이곳은 1년에 단 한 번, 고려인의 붉은 핏빛으로 물드는 장소가 있다. 바로 고려산이다.

가는 날은 3월이라 온 산을 붉게 물들인 장관은 만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뭇가지마다 맺힌 꽃망울은 땅 기운을 꽉 움켜잡고 4월에 펼쳐놓을 절경을 준비 중이다.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개화사진사(인천광역시)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개화사진(인천광역시)

강화도 고려산은 강화도 6대 명산에 들어있고 강화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중요한 관광지다. 해발 436m로 강화도 북부에 있는 규모가 큰 산이다. 북쪽 산등성이를 따라 400m가 넘는 고지대에 진달래 군락이 형성되었다. 원래 이름은 오련산(五蓮山)이었다. 고려왕조가 몽골 침공 때 강화도로 수도를 이전하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 출생과 오련지에 관한 전설이 담겨있다. 진달래 군락은 4월 개화기에 화려하게 산을 뒤덮는다. 이때가 되면 상춘객으로 차고 넘쳐 난다.

강화도 고려산 정상부근
강화도 고려산 정상부근은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되었다. ⓒ소셜포커스

고려산에 오르는 등산 코스는 모두 5개다. 1코스는 고인돌광장, 2코스는 국화리 마을회관, 3코스는 고비고개, 4코스는 고천리 마을회관, 5코스는 미꾸지고개에서 출발한다. 각각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등을 거쳐 정상까지 이어진다.

이번 산행은 급경사인 다른 등산코스를 피해 5코스를 택했다. 3월 중순이라서 널리 알려진 진달래 명소가 무색할 정도로 한적하다. 미꾸지고개 언덕길에 있는 슈퍼 주인에게 주차 허락을 받고 차를 세웠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지나 봄내음 가득 머금은 흙을 밟는다.

강화도 고려산 등산코스(강화문화관광)
강화도 고려산 등산코스(강화문화관광)

5코스는 딱딱하고 메마른 암산이 아니다. 부드럽고 푹신한 솜이불 같은 흙 산인지라 발이 편안하다고 뇌에 신호를 보내온다. 완만하게 경사진 등산로는 메마른 가을과 추운 겨울을 지나왔다. 꽃망울이나 새 이파리가 크게 맺히지는 않았지만, 앙상한 가지마다 그 숨결이 움트는 중이다.

강화도 고려산
강화도 고려산에 있는 고인돌군 ⓒ소셜포커스

고인돌군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명당은 힘과 권력을 쥔 인간들의 욕심과 욕망을 한껏 드러낸다. 세상을 삼켜 먹을 듯한 영욕의 세월이 지금은 공허한 양지바른 한 구석에 덩그러니 모습을 드러낸다. 흔적이란 돌 세 덩어리와 흙먼지만 남았다. 주인이 누구인지, 이름이 누구인지 모르는 인생사 허무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강화도 고려산
강화도 고려산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소셜포커스

고려산 진달래는 아직 피지 않았다. 그렇지만 몰려드는 상춘객으로 번잡한 상황 피하려고 미리 다녀오기로 한 산행이다.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산에 오를 때 스쳐 지나간 사람은 산행 중 세 사람, 정상에서 또 세 명 모두 여섯이 전부다.

꽃망울은 꽉 닫혀있다. 진달래 군락지는 마치 입을 굳게 다문 것처럼 조용하다. 외침의 격랑 속에서 고려시대가 당한 역사적 회한을 후손들이 풀어주기만 고대하는 것일까? 휴화산처럼 곧 내뿜을 4월의 붉은 분출을 준비하는 것일까? 정상에는 4월 어느 날 펼쳐지는 장관을 지켜볼 레이다 기지가 우리 하늘을 지키고 있다.

강화도 고려산
산행에 편안함을 주는 흙길 등산로 ⓒ소셜포커스

정상에서 백련사를 거쳐 미꾸지고개 반대편을 따라 하산한다. 해병부대를 지나 삼거리에서 우측길로 걸어 젓소 목장 앞 도로로 내려왔다. 도심에서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생각에 젖어 있던 환상은 유리 파편같이 깨졌다. 버스는 하루에 몇 번 밖에 다니지 않는다. 버스 타기를 포기하고 7km정도 떨어진 출발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강화도 고려산
 4월을 기다리는 진달래 꽃망울  ⓒ소셜포커스

2.5km 넘게 걷고서 무거운 몸을 지탱해 준 고마운 발을 잠시 쉬게 하려고 근처 버스정류장에 앉았다. 꽤 오랫동안 쉬다 보니 모퉁이를 돌아오는 버스가 보인다. 꿀맛 같은 휴식을 깨운 것은 아쉬웠지만 달려오는 버스가 백마를 탄 기사보다 더 반갑다.

강한 태양이 내리쬐는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미꾸지고개 가나요?”

“예!”

강화도 인심 넉넉한 버스 기사의 온풍을 느끼며 버스가 달린다. 미꾸지고개에서 내렸다. 아침에 주차해 놓은 차량은 무표정하다. 마치 하루 종일 무념무상으로 기다렸다는 느낌이다. 보닛을 한 번 쓱 쓰다듬어 주었다. 슈퍼에 들어가 주인에게 온종일 주차를 허락해 준 고마운 마음의 표시로 강화 인삼 막걸리를 샀다.

강화도 고려산
산행로에 감탄할 정도로 멋지게 서있는 소나무 ⓒ소셜포커스

진달래꽃 없는 3월은 꽃구경보단 가벼운 나들이 산행이다. 강화 고려산은 진달래 축제 기간에 이용하면 더 좋을 것이다. 여행이 훨씬 풍성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4월 중순 고인돌 광장과 고려산 일대에서는 축제가 열린다. 진달래 화전, 떡 만들기 등 체험행사와 진달래 포토 존 등을 비롯해 소규모 장터까지 많은 계획이 걸려있다. 벌써 농특산물 홍보 판매, 향토 먹거리장터 등 다양하고 볼거리 많은 행사를 예고한다.

강화도 고려산
강화도 고려산 기슭에 핀 버들강아지 ⓒ소셜포커스

어린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강화역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두 박물관 모두 고인돌 광장에서 가깝다. 강화역사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강화의 역사를 알기 쉽게 전시해 놓았다. 강화자연사박물관은 지구와 자연을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강화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골격, 반짝반짝 빛나는 자수정 원석, 지구에 생존하는 갖가지 동식물은 자연의 신비를 깨우쳐 준다.

강화도 고려산
강화도 고려산 하산로에 있는 고목 ⓒ소셜포커스

바로 옆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 137호)가 있다. 이곳 지석묘는 기둥 돌을 세우고 넓적한 상판을 얹은 탁자식(북방식)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고인돌이라 불리는 지석묘는 청동기시대 지배층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강화도 곳곳에 분포되었다.

강화도 낙조
강화도 낙조 ⓒ소셜포커스

4월을 꿈꾸며 다녀온 3월의 강화도 여행이었다. 해마다 몇 번씩 찾아오지만, 올 때마다 항상 새로운 느낌을 안겨 준다. 고려를 회상하며 종일 걸었던 피로는 초지대교 앞 뜨거운 해수탕 물에 담가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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