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서비스, 현장에 답 있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현장에 답 있다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4.03.25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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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장애인 복지 현장을 찾아서 ⑰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가치키움 프로그램에 참가한 발달장애 청소년이
가치키움 프로그램에 참가한 발달장애 청소년이 키를 돌리며 선박 조정 체험을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직접 발로 뛰는 복지만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김영근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장의 사회복지서비스 접근법이다. 긴 호흡으로 장애인 복지서비스 발전을 꾀하는 미래비전이기도 하다. 이는 국내 굴지의 장애인단체에서 쌓은 오랜 실무경험에서 비롯됐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에서 요직을 거치며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협회 중앙회·산하 시설을 오가며 조직운영과 현장감각을 차례로 익혔다.

우선 그는 ’영업사원 마인드’ 기반의 복지서비스 발굴 노력을 강조했다. 지역 곳곳을 돌며 감춰진 복지수요의 서비스 갈증을 해소하는 차원이다. 이 때 당장 바꿀 수 없는 주변환경이 아닌 현재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이제 시설입지, 임금수준 등 물리적 제약이 핑계거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사회복지 철학으로 시설을 운영한 지 벌써 6년째다. 지난 2018년 10월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장에 취임했다. 지역적으로 보면, 전체 장애인 인구 비중은 17.4% 정도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전광역시 등록장애인은 7만1천440명이며, 이 가운데 1만2천426명이 유성구에 산다.

복지관이 처음 들어선 건 2005년 4월이다. 당시 대전 유성구 죽동 일원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천398㎡ 규모로 세워졌다. 지하에 장애인보호작업장, 사우나를, 지상에는 각종 치료실과 체육관, 사무실을 각각 뒀다. 2009년엔 유아풀장과 체온관리탕을 갖춘 수영장까지 만들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이며, 25미터 레인 4개를 갖췄다. 주요 시설로 지하 식당, 스킨스쿠버 장비실, 탈의실, 샤워실, 체력단련실, 에어로빅실 등이 있다.

현재는 복지관과 수영장 중심의 2개 동으로 운영 중이다. 복지관동엔 상담실, 치료실, 직업평가실, 직업훈련실이 있다. 정보화·특수교육, 심리·언어치료, 운동치료, 방과후교실 등 분야를 망라했다. 이밖에 목욕탕, 이·미용실, 다목적 체육관 등도 함께 갖췄다.

다양한 편의시설로 이용자 호응도 꽤 높다. 10명 중 3명꼴로 복지관 서비스를 이용한다. 복지관 등록장애인 4만1천56명 중 연간 이용자는 1만1천26명으로 집계됐다. 연인원으로 치면 14만6천512명이며, 하루평균 이용자는 676명 정도다.

장애아동 방과후교실 참가자들이 자신이 만든 수공예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애아동 방과후교실 참가자들이 자신이 만든 수공예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복지관 프로그램으로는 가치키움, 방과후 교실, 웹튠 아카데미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장애아동 상담 프로그램인 ‘가치키움’을 꼽을 수 있다. 치료·교육 전문가가 주도하는 일종의 장애아 맞춤 컨설팅이다. 여기엔 작업·심리·언어치료사, 특수교사, 운동지도사가 투입된다. 장애아동 당사자는 물론 보호(양육)자까지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우선 치료사, 교사, 장애아동, 보호자가 모여 컨설팅 방향을 정한다. 이후 구체적으로 장애아동 각자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 제공한다. 전문가 사례회의, 서비스 진행 회의, 사회적응훈련 순으로 이뤄진다. 이런 식으로 6개월간 주 5회(영역별 1회)씩 전문가 상담이 진행된다.

또, 예·체능 중심의 장애아동 방과후교실도 있다. 관내 만 6~13세 지적·장애아동 대상 프로그램이다. 개별 맞춤형 예·체능 수업에 주목한 점이 눈에 띈다. 학교 정규수업보다 문화·예술, 사회적응훈련에 방점을 뒀다. 지난해엔 전국 장애인예술축제 무대에도 선정돼 실력을 뽐냈다. 당시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주관의 제6회 예울림페스티벌에서 무용을 공연했다.  동·하계방학 때도 운영돼 학부모 만족도도 꽤 높은 모습이다.

방과후교실 이용 자녀를 둔 A씨는 “학교수업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복지관이 해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 스스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니 방과후교실에 참여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웹튠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교육 수료 후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웹튠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교육 수료 후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소셜포커스

청년 장애인 대상의 웹튠 아카데미도 빼 놓을 수 없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지원을 받아 5년째 진행하고 있다. 애초 2020년 청년 장애인 자립지원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게임, 영화, 드라마 등에서 주목받는 문화컨텐츠 교육을 통해 직업 선택을 넓히는 차원이다. 실제, 웹튠은 단순히 만화가 아닌 독립 컨텐츠로 정착했다. 수업도 이 취지에 맞게 교육-피교육생 협업으로 이뤄진다. 강사와 청년 장애인들이 드로잉·캐릭터 설정에 참여한다. 특히, 현장 수업 외에 방문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장체험이 어려운 청년 장애인을 위해 ‘찾아가는 웹튠 케릭터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와 호응 속에 부수효과도 나온다. 1년간 수업하면서 만든 작품으로 다양한 굿즈를 제작한다. 특히, 유관기관 등에 전달돼 장애인식개선에 효과적이란 게 복지관 측 설명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수업 작품을 굿즈로 제작하고, 그걸 관련기관 또는 이용자들에게 배포하면서 청년 장애인들은 성취감을 만끽하고 지역사회 스스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수업 수료 후 관련업계에 취업한 B씨도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직접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며 “저희 어머니도 제가 그림을 그려서 월급을 받아오는 게 신기하신지 볼 때마다 뿌듯해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밖에도 합창단, 골프단, 노인대학, 아쿠아로빅 등을 운영한다. 하모니합창단은 지난 2015년 발달장애청소년 40명으로 창단했다. 이후 이듬해 전국발달장애인합창대회에서 입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금도 크고 작은 행사에 초청돼 고운 선율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같은 해 만든 청·장년 장애인의 이글스골프단도 있다. 청·장년 장애인으로 꾸려졌으며, 각종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현재 주 3회(회당 1시간) 3명을 대상으로 기술교육과 라운딩 훈련을 한다.

 
 

김영근 관장.
김영근 관장. ⓒ소셜포커스

다음은 김영근 관장과의 일문일답. 

관장 취임 6년차를 맞는 소회는

“협회 중앙회와 산하 복지관의 국장, 사무국장을 거쳐 막상 시설장이 되고나선 복지관 운영을 위한 기본설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있겠다는 생각에 큰 기대를 품고 시작했다. 실제, 관장 취임 이후 지역사회와 장애인을 잇는 가교역할을 위해 다양한 고민과 실천적 노력을 해 왔다. 아직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만, 복지관 본연의 기능인 장애인 재활, 자립, 자활을 위한 종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가족간 결속력과 유대감을 높이고 문화여가, 평생교육, 생활체육 등 문화체험을 통해 장애인 전반의 삶의 질 향상에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
 

복지관 기본운영 방침 및 철학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장애인복지 흐름에 발맞춰 생애주기별 맞춤 서비스를 제 때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걸 복지관 운영 모토로 삼고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들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항상 강조한다. 사회복지사들이 지금 당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언제든 자신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복지관 이용자들을 대하고 케어하면서 지역문화로 확산시켜나가야 하는 게 사회복지사 역할이다. ”
 
올해 역점사업과 현재 추진경과는

“무엇보다 중증장애인 취업연계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2019년 4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에 선정돼 직업전문인력 4명, 훈련지원인 1명을 배치해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연인원만 지난해 기준 1만3천397명이다. 전체 발달장애인의 85%가 직업재활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효과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우리 복지관은 이용자 특성에 맞춰 개별화된 맞춤 고용계획을 세워 다양한 지원을 한 결과, 현재까지 최중증발달장애인 380여명을 취업시켰다. ”
 

코로나19 이후 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지원 분야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장애인 복지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대응은

“중증장애인 실업률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증장애인의 높은 실업률과 낮은 고용의 질을 감안할 때 장애인 직업재활 서비스 확대는 더욱 더 필요하다. 그동안 기존 복지관에서 해 오던 천편일률적이고 획일하된 집단서비스는 버려야 한다. 개별 맞춤서비스를 통한 이용자의 통합형 고용이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선제적 지원이 절실히다. 이를 위해 직업상담, 직업적응훈련, 현장중심 직업훈련, 취업알선, 취업 후 적응 지원 등 전방위적이고 종합적인 직업재활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존 복지관 직업재활사업과 장애인 일자리사업 등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간 긴밀한 협력도 필수요소다. 그간 우수 협력사례가 있다면

“가파른 인구 고령화에 따라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상한 독거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푸릇푸릇’ 사업을 하고 있다. 생활형편상 자주 먹기 어려운 과일과 야채를 매달 해당 가정에 직접 전달하고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웃간 정을 나누고 1인 가구 고독사 등 사회 부작용도 해소하는 차원이다. 또,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 가정에 영양(보양)식을 지원하는 맛있는 돌봄사업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8가구에 삼계탕, 과일키트, 열무김치 등을 제공했다. 이밖에도 올해로 창단 9년째를 맞는 하모니합창단도 이제 지역행사에 초청공연이 아니라 어엿하게 출연료를 받고 활동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합창단원은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져 사회성이 향상됐으며, 주민들도 장애·비장애인 구분없이 모두 지역공동체 일원으로 보는 인식변화가 느껴진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과 관련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최근 들어 장애인 복지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복지 정책이 바뀌고 있다. 이제 돌봄 위주로 주변 환경이 이미 변화했다. 국내 복지정책의 의제이자 주요 이슈가 됐다. 하지만, 아이 돌봄부터 어르신 돌봄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바우처 위주로 복지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민간과 협의해 충분히 소통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복지관 등 서비스 제공기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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