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함량 미달 정치인 또 뽑나?
선거철, 함량 미달 정치인 또 뽑나?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24.03.27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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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잡한 구태 반복하는 정치인부터 걸러내야

그레셤 법칙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라는 의미다. 이 법칙에 우리의 정치 현실을 대입해 질문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보나 마나 존경받거나 존경할 만한 정치지도자가 거의 없다거나, 정치인은 당연히 저품질이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얼마 전,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왔다. 이미 암 투병 중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그날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고인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는 대학 출신이다. 졸업 후 어느 대그룹에 입사해 그룹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일했다. 사내 극비 문서 가운데 자신의 회사 생활을 결정하는 문서도 자기 손으로 기안했다. 일명 86세대 즉, 1980년대 대학 졸업자는 이사 승진 등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하게 하고, 되도록 40대 이전에 퇴사하게 하는 지침이었다고 했다.

그 역시 40대 초반에 퇴직할 수밖에 없었는데, 수도권 어느 도시에서 작은 사업체를 경영했다. 그러나 현상 유지에 그칠 뿐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듯 보였다. 그렇게 십수 년을 지내며 평범하게 보이는 일상을 살다가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언젠가 왜 대기업에서 86세대를 그렇게 대우했을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86세대는 데모를 많이 했고 휴강하는 기간도 길었기에 학습량이 매우 부족했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였는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지 못했으리라 판단했다. 특히 해당 세대가 저항 의식이나 반항적 기질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현대사의 격변기였던 1980년대는 수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였다. 거의 모든 86세대가 암울한 청년기를 살았다. 크게 성공하지도 못했으면서도 부정적 평가를 가장 많이 받는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86세대 중 유독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현재 정치권력을 쥔 소수 정치인이다. 특히 성공한 86세대 정치인 가운데 대다수는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리더였다. 이들은 함께 호흡했던 86세대의 희생을 밟고 이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성공한 86세대 정치인 가운데는…. 지난날 크고 작은 기업에라도 들어갔었거나, 제대로 된 급여 봉투를 몇 번이나 받아봤을까 싶은 사람도 많이 보인다. 심지어 이들이 자영업이라도 경영하면서 현실 경제에 대한 감각이나 익혀봤을까 의심스럽다. 처음부터 정치인에게 줄을 대고 살았거나, 위장취업으로 노동조합에 들어가 투쟁 일변도의 삶을 살았거나다. 그렇게 영역을 확보하면서 마침내 정치인으로서의 자리를 꿰찼다.

또는 좋은 머리를 타고난 까닭에 대학교에서 교수 자리를 얻었거나, 고등고시를 통과해 고소득을 올리는 변호사로 살았다. 이들 모두 고상한 직업군이라 어렵지 않게 정치인으로 입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온갖 인맥 동원하면서 편법과 꼼수로 살아 온 삶이었다. 어떤 정치인은 이런 게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에 적잖은 물의를 일으켰다. 물론 이렇게 살지 않은 정치인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는 인물을 공정하게 저울에 달아보는 시스템이 없다. 얼마만큼 가치를 지닌 인재인가를 판단하지 않는다. 누가 정치하라고 일부러 등 떠밀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로라’ 먼저 설치는 게 바로 정치인이다. 이들이 일으키는 흙탕물 때문에도 인물됨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혼탁한 정치판일수록 함량이 낮은 정치인이 계속 기득권을 누릴 수 있다.

정치판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늠하는 것도 힘들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치는 수구세력이 벌이는 각축장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권력 정점을 향해 흙탕물 싸움 마다하지 않는 세력이 계속 정치권력을 누린다.

화염병과 점거 농성,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고 여기던 세대가 주도권을 쥐고 흔든다. 이들은 합리성보다는 임기응변과 변칙에 강하다. 지금도 과장하고 확대 포장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마치 1980년대에 갇혀있는 듯 패거리를 지어 움직인다. 그 습성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상대편 약점을 잡으면 확대 재생산하며 집요하게 공격한다.

이런 정치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가 사람 마음을 어둡게 하고, 근심거리가 된 지 오래됐다. 정치 기득권에 취해 있는 정치인이 보여주는 불편부당함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합리적이거나 정의로움을 실천해야 한다는 원칙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올바른 이상향의 가치관을 지닌 올곧은 인물은 없는 것일까? 오는 총선에서 마음 줄 수 있는 인물을 한 사람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부디 ‘내 편’ ‘우리 편’ 찾아 표 몰아주지 말고, 바르게 일할 사람 선별해서 투표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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