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위한 위기대응체계 필요하다!"
"정신장애인 위한 위기대응체계 필요하다!"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05.02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건강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 좌담회 개최
정신장애인 단체 및 정신보건 전문가 “진주 사건은 예고된 사건” 성토 이어져
정신질환 치료개입 활성화, 인력 및 예산 확충, 지역사회 연계 활성화 등 개선방안 논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은 4월 26일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은 4월 26일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정신장애인 단체와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위기대응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정신건강서비스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은 지난 4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최근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창원, 칠곡 등에서도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정신질환자가 또다시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상황을 돌아봤다. 참석자들은 문제 상황을 통해 ‘정신건강복지법 제12조 국가와 지자체의 응급 대응 체계, 44조의 행정입원, 50조 응급입원’의 허점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경찰 측의 주장과 달리 현행법에 근거해 응급 대응 체계로 행정입원, 응급입원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진주사건 피해의 1차적 책임은 범인에게 있지만, 예방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응급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라면서 “가장 큰 책임은 응급입원 조치 책임을 다하지 못해 피해를 막지 못한 경찰이다”라며 진주사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또한 제 교수는 응급대응체계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자체는 응급대응체계를 통해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에 연계할 책임이 있는데 자해나 타해 위험을 현장에서 판단할만한 매뉴얼이 없고 응급정신건강서비스 전달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발제에서 제 교수는 “진주 사건을 계기로 정신건강복지법에 자세히 명시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서비스 질을 관리하기 위해 자세한 매뉴얼을 마련하여 전문적인 위기개입훈련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위기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형사처벌과 별도로 국가와 지자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전국 정신병원의 정신질환자를 전수 조사하여 치료 환경, 환자의 자기결정권, 인권존중 실태, 신체 자유 박탈의 적법성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다학제적 전문가와 장애인당사자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 또는 국회의장 직속의 TF팀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 단체ㆍ 정신보건 전문가 “진주 사건은 예고된 사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은 4월 26일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은 4월 26일 ‘진주 사건은 막을 수 없었는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발제에 대해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정신보건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 목소리로 “진주 사건은 예고된 사건”이라고 밝혔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정신질환과 범죄는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호소하며 “정신질환자에게 자살시도나 타해 등 문제가 나타나기 전에는 반드시 외면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위기대응이 작동해야 하는 때에 우리는 제대로 된 위기대응체제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부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전준희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 회장은 “진주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한 명의 인력이 185명을 담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현실적으로 센터 인력이 사례관리만 하는 게 아니므로 애당초 업무 수행이 불가능했다”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인력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왔으나 국가와 지자체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고 현재 사건은 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터무니없이 낮은 정신보건 예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장창현 원진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16년까지 3년간 인구 1인당 지역사회 정신건강 예산을 살펴보면 경남은 1,958원으로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면서 “정신건강복지예산이 전체 보건 예산의 1.5%에 불과한데 OECD 선진국 예산 수준으로 가려면 5%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리원진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창현 전문의는 탈원화 정책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장 전문의는 “정신질환 범죄의 유무에 따라 탈원화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탈원화를 기본으로 사회에서 포용하고 통합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평생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은 4명 중 1명이고, 100명 중 1명은 조현병에 노출될 수 있지만 조현병 환자 4명 가운데 1명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며 국가의 정신질환 치료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심리사협회 조성민 회장은 “피의자에 대해서 ‘치료가 중단됐다’고 보도가 있는데 오보이다”라며 “병원 입원을 안 하거나 투약을 안 한다고 치료가 중단된 것이 아니라, 병원 치료에서 지역사회로 원활히 연계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올바른 표현이다”라며 지역사회 지원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긴급좌담회를 후원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대표 장진순)의 정중규 수석부회장은 “정신장애인의 탈원화 운동은 장애인의 사회통합 차원에서 펼쳐지는 장애인자립생활(IL)운동에서의 탈시설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장애계에서 정신장애인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