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권리보장법' 발의는 했는데...
'장애인 권리보장법' 발의는 했는데...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0.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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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
장애인단체 실무자 및 당사자 100여명 참석해 뜨거운 관심 나타나
20대 국회 입법 처리여부... 장애계 '어려울 것' 전망
장애인권리보장법연대는 3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단체 관계자 및 당사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지난 36년간 장애인을 대표했던 ‘장애인복지법’를 대체하는 새로운 장애인권리보장법(이하 권리보장법)은 어떤 모습일까?

장애인권리보장법연대는 3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단체 관계자 및 당사자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새로운 법령 제정을 위해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오제세 의원과 김승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권리보장법에 대한 의미와 특징을 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 살펴보고 향후 법령 개정에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다.

그동안 ‘장애인복지법’은 지난 1981년 제정된 ‘심신장애자 복지법’에서 출발하여 36년간 40여 차례 개정을 통해 국내 장애인복지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감당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연대는 3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단체 관계자 및 당사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그러나 최근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롯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장애에 대한 정의 재정립, 최소한의 소득보장,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및 권리 옹호 등 장애인 권리에 기반한 새로운 장애인 지원체계를 담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와 함께 시혜와 동정의 관점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삶의 질 보장을 위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분출됐었다.

이러한 장애계의 목소리에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2012년 박근혜 전대통령과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인 정책공약으로 권리보장법 제정을 약속했다. 또 20대 총선 공약에도 자리를 차지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3년 토론회를 통해 “2016년까지 관련 법령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해당 법령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권리보장법의 8개 주요 이슈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며 법령 제정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난 7월 발의된 권리보장법에는 ▲사회적 모델에 입각한 새로운 장애정의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체계 구축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을 통한 맞춤형 복지서비스 지원체계 구축 ▲장애인의 권리에 기반한 각종 서비스 지원의 규정 ▲중앙 및 지역 장애인센터의 설치·운영 ▲장애인 권리침해 방지 및 권리옹호 체계 구축 ▲대통령산하 국가장애인위원회 및 지역장애인위원회 설치 및 역할 강화 ▲장애인지예산 근거 확보 등 8개 분야의 세부 내용들이 담겨있다.

특히 장애의 개념을 국제사회에서 정의하고 있는 ICF 기준에 따라 ‘사회의 문화적, 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 정신적 능력의 차이 등의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로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 탈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개념 정의와 거주전환 및 자산형성 지원, 공공시설 우선 이용, 경제적 부담 경감 등 다양한 조항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장애인 개인의 맞춤형 복지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장애판정과 복지서비스 재사정,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장애인센터 설치 및 운영 등의 대안을 세부적으로 법령에 담을 것을 주장했다.

또한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장애인 정책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대통령산하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역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아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현실적으로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문희 차장 / 이용석 실장 /조현수 실장/ 조태흥 실장 /  이연주 실장 / 권병기 과장 
이문희 차장 / 이용석 실장 /조현수 실장/ 이연주 실장 / 조태흥 실장 / 권병기 과장 

이 밖에도 장애인 권리에 기반하여 모든 장애인에게 복지 서비스 지원 규정을 확대하고, 중앙 및 지역 장애인센터를 설치ㆍ운영하여 장애인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발제를 마치며 이문희 차장은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법령 제정과 함께 예산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장애인 예산을 OECD국가 평균 이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법령에 함께 기재하여 장애인 개인에 맞춘 다양한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리보장법 제정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서 장애인 단체의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특히 장애인권리보장법이 20대 국회에서 입법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 나타났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은 “내년 총선에 앞서 불과 2-3개월동안 장애인에 대한 권리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면서 “다만 현 정부의 대선공약인 점을 감안하여 내년도 총선 후 장애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함께 낸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번에 발의된 두 개의 법령의 조항들을 비교하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근거로 장애의 정의를 바꾸고 다양한 정책적 목표를 수립하여 구체적으로 담아낸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다만 소수 장애인 추가 조치에 대한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수정하고, 단체소송을 집단소송으로 대체하는 등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실장은 “장애아동 등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법령에 담을 수 있도록 보다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령 개정이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확인됐다. 이번 법령 제정에 함께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장애에 대한 개념과 권리보장에 대한 실제적인 조항들이 들어가 있어, 법 제정이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모호한 의미의 단어들보다 장애인 탈시설, 소득보장, 충분한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현수 실장은 “장애인 삶의 실제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 장애인 예산이 OECD 평균이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권리보장법보다 큰 개념의 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장애인연맹(DPI)의 조태흥 기획실장은 “장애인권리에 관한 법률이 법적으로 강한 구속력과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 장애인 권리, 인권 등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제시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을 바탕으로 한 국내 장애관련 근본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권리협약에 담겨져 있는 목적과 내용을 국내 상황에 맞게 그 골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국내 장애 관련 법의 방향과 내용을 유기적으로 통합 및 조정할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확인됐다. 한국시작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정책실장은 “국가 장애인 정책을 운영하는 부서들에 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나?”라고 되물으며 “결국 장애인당사자 참여가 배제된다면 어떤 정책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실장은 “행정부처 소속으로 국가장애인위원회를 만든다면 장애인정책을 일관성 있게 운영하고 서비스 체계를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법령 제정을 지지했다.

이날 정부기관의 대표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권병기 과장은 “정부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오는 2021년까지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해 입법할 예정”이라며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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