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장애유형 눈물의 외침 "행동없는 행복은 없다"
소수 장애유형 눈물의 외침 "행동없는 행복은 없다"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1.26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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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21일부터 22일까지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 개최
전국 장애인 단체 및 실무책임자 등 300여명 참여
신장장애, 호흡기장애, 정신장애 등 소수 장애유형의 문제... '눈물의 호소' 이어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가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개최한 ’제21회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은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충북 제천시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에서 ’제21회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는 장애유형이나 목적, 지역 등을 초월한 전국 장애인 단체 회장, 실무책임자 등의 지도자 300명이 통합적 차원으로 모이는 유일한 대회이다.

올해로 21회를 맞이한 이번 대회에서는 ’행동 없는 행복은 없다‘라는 영국의 정치가 벤저민 디즈데일리의 명언을 주제로 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장애인 단체의 역할을 모색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올해 장애계가 함께 추진해 온 5대 정책과제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에 따른 장애계 공동대응, ▲고령장애인 지원 정책 및 서비스 마련 정책 활동,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 정책 활동, ▲장애인 재난 및 안전관리 대책 마련 활동,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모니터링 및 이행 촉구 활동에 대한 성과를 결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내년도 장애계 핵심 정책과제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이와 함께 동북아 장애 컨퍼런스 추진에 따른 동북아 국가간의 교류 협력 방안과 ’비례대표가 공약이다‘ 토크콘서트도 함께 진행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둘째 날 ‘포용사회를 위한 소수의 외침’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사례발표였다. 장총은 그동안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어 있으나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신장장애, 장루·요루장애, 호흡기장애, 심장장애, 정신장애인의 현황과 어려움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등록장애인 258만5천876명 중 장애 인구가 가장 많은 유형은 지체장애 123만8천532명, 청각장애 34만2천582명, 시각장애 25만2천957명 순으로 매년 그 순위가 고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신장장애 등록인구는 8만7천892명, 장루·요루장애 1만5천027명, 호흡기장애 1만1천761명, 심장장애 5천304명으로 내부장애에 해당하는 4개 장애유형의 인구가 총 11만9천98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신장애 10만2천140명을 합치면 지난해 12월 기준 5개 장애유형의 인원이 22만2천124명에 불과하다.

5개 장애유형을 합쳐도 한 개의 장애유형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수이다 보니 정책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것.

‘포용사회를 위한 소수의 외침’에 참여한 발표자들 모습. 좌측부터 박상역 회장, 전봉규 이사장, 송형규 사무국장, 김성득 회장, 이병범 수석부회장 순. ⓒ 소셜포커스

가장 먼저 사례발표를 맡은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충북협회 박상역 회장은 소수 장애유형에 대한 절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눈물의 호소를 이어갔다.

박 회장은 “신장장애는 신장의 기능 부전으로 평생 주 3회 4~5시간 투석을 진행하며 수분 섭취를 제한하는 등의 제한적인 식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투석을 받으면 몸에 힘이 없고 어지러움 등이 발생해 대중교통 이용 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장애인콜택시 이용이 어려워 병원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박상역 회장은 “독거, 저소득 신장장애인은 의료비 외에 교통비가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받는 조혈제 적용 수가 상향 조정 등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열악한 사정은 다른 소수 장애유형에도 확인됐다. 주로 70세 이후 직장암 등이 원인이 되는 장루·요루장애는 배변이나 배뇨를 위하여 복부에 인위적인 구멍을 내어, 당사자는 수치감 때문에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을 기피하고 장애인임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루장애인 문제에 대해 한국장루장애인협회 전봉규 이사장은 “노년기가 와서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가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장루장애인 등록 시기가 고령화된 이후인데 비해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 정책이 65세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장애인활동지원 등 대부분의 장애인 정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봉규 이사장은 “장루 전문 간호사가 상주하는 장루장애인 전용 요양원 건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호흡기 장애인의 경우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호흡기장애인은 폐나 기관지 등의 호흡기관에 만성적인 기능 부전으로 호흡기능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들로, 호흡이 끊기면 바로 죽음에 이른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한다.

특히 눈에띄는 부분은 호흡기장애인의 자살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14.3%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한국호흡기장애인협회 송형규 사무국장은 “낮은 직업율에 따른 금전 지원, 호흡기장애 판정기준 개선, 장애인콜택시 이용 대상 포함, 내부장애인 뱃지 제작 등을 통한 장애인식 개선 등을 정책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심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장기이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심장질환은 우리나라 3대 성인병 중의 하나로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의료적 관점의 장애 판정기준으로 심장장애인구는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심장장애인협회 김성득 회장은 “심장장애 판정기준 완화와 소수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중앙단체가 없는 실정이므로 보건복지부에서 전국심장장애인협회 법인 설립 인가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정신장애 사례도 발표됐다. 정신장애는 소수장애인이라기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건강문제인데 정신건강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이중으로 되어있어 양쪽 모두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타났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병범 수석부회장은 “정신질환이 만성화되지 않고 당사자 중심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17개 시·도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지역사회에서 편견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신장애 판정 기준이 증상 기준 보다 기능상의 문제나 사회적응 등을 고려하여 판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소수 장애유형의 호소에 대해 장총 관계자를 비롯한 대회 참가자들은 장애인정책에서 사각지대로 배제되어 온 장애유형에 대한 관심과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을 다짐했다. 또 앞으로 정책과제를 수립하여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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