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뇌병변장애인 인감증명 발급 거부는 차별"
인권위 "뇌병변장애인 인감증명 발급 거부는 차별"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2.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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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장관에게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 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이하 인권위)는 장애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하므로 행정안정부장관에게 ‘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이하 사무편람)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뇌병변 장애인 A씨는 지난 6월 활동지원사와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인감증명서 발급을 신청했으나 주민센터 담당자는 장애를 이유로 발급을 거부했다.

사무편람에 따라 ‘뇌병변장애인 등은 통상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므로 법원에서 피성년후견제도 판결을 받아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또 주민센터에 함께 동행한 활동지원사가 A씨는 ‘몸짓과 손동작’으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직접 의사소통을 해보라고 권했으나, 주민센터 담당자는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발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인권위에 차별에 따른 진정을 넣었다.

현행 사무편람에는 인감증명 발급의 기준을 ‘본인의사 표현 여부는 다른 방법으로 담당자가 본인의 의사를 판단할 수 있다면 무방하고 의사능력은 개별적인 기준에 맞게 상황에 따라 판단’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정상적인 사고’에 대한 기준을 ‘구술 또는 필기로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줄 것을 말하거나 쓸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뇌병변장애로 인해 필기나 말로는 의사소통이 어려우나 주먹을 쥐고 손을 세우는 손짓으로 ‘맞다’, ‘아니다’를 표현할 수 있었으며, 힘이 둘긴 하지만 ‘예’, ‘아니오’로 짧게 대답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구술 또는 필기는 사고를 외부로 표현하는 수단 중에 하나이고, 구술과 필기를 못한다고 하여 정상적인 사고가 어렵다고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장애인의 의사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A씨와 같이 말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은 수화언어, 필담, 손짓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사표현이 가능하도록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장애 정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의사소통의 노력이 없었던 점을 비춰볼 때 차별에 해당한다”며 “이번 결정이 사법·행정절차에서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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