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복지사업소 첫 월급
누나의 복지사업소 첫 월급
  • 김윤교 기자
  • 승인 2019.12.27 17: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카 슈조 저/ '우리 누나' / 웅진주니어
장애인근로장려금 지원 제도 활성화 기대
오카 슈조 '우리 누나' / 웅진주니어
오카 슈조 '우리 누나' / 웅진주니어

[소셜포커스 김윤교 기자] = ‘우리 누나’라는 단편 동화를 읽고 뭉클했던 적이 있다. 작가 오카 슈조는 도쿄의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그는 큰 병을 앓고 난 후 장애아에 관한 동화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그가 쓴 작품들을 읽다보면 장애에 대한 현실적인 작품들이 많아 공감이 간다. 그 중에서도 한 권을 고르라면 단연코 ‘우리 누나’라는 작품을 권하고 싶다.

스토리는 간단하지만 생각할 지점이 많은 책이다. 주인공 ‘쇼이치’는 학교에서 형제에 대한 글짓기 숙제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누나에 관한 기억은 글로 쓰기 싫은 추억들이 대부분이다.

누나 때문에 엄마에게 혼났던 기억, 친구들에게 놀림 받거나 난처했던 기억만 가득하다고 쇼이치는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는 ‘에또앙’을 가자며 떼를 쓴다. 가족들은 대체 ‘에또앙’이 뭔지 몰라 난처해한다. 알고 보니, 누나의 에또앙은 레스토랑을 말하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누나는 가족들 앞에 ‘급여(4월분)-복지사업소’라고 찍혀 있는 봉투를 내민다.

한 달 전부터 누나는 복지사업소에서 종이 상자 접는 일을 했다. 거기서 받은 첫 월급으로 가족을 레스토랑에 데려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었던 것이다. 누나의 마음을 알게 된 가족들은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월급은 삼천 엔. 우리나라 돈으로 삼만 원 남짓한 금액이다. 그런데 음식 값은 오천이백 엔이 나왔다.

물론 아빠는 이런 상황을 짐작해 천 엔을 만 엔으로 바꿔 넣어 두었다. 아빠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복지사업소에서 받은 월급으로 식사 값을 치르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다수의 근로장애인들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 7조를 보면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정신 또는 신체의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주가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최저임금 적용이 1년간 제외된다”라는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과 같은 일을 하고 실적도 비슷한데 임금의 격차가 있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의 경우 ‘임금’이 아니라 ‘훈련 장애인’으로 보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작업의 능력이 우수하고, 비장애인과 비슷한 성과를 거두는 경우라면 우리 사회의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 최저임금적용제외에 해당하는 장애인이 아님에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면 이건 명백한 차별이 아닌가.

대부분의 보호작업장들은 영세한 경우가 많다. 어떤 사유로 최저임금적용제외 신청을 못하고 있는지 조사해서 까다로운 절차가 문제라면 완화시킬 필요도 있다.

지난 10월, 고양시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근로장려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고용된 지 3개월이 경과한 이용장애인 중에서 월 급여 20만 원 이하를 받는 이용 장애인들에게 월 3만 원에서 최고 15만 원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이재준 시장은 “비록 작은 금액이지만 장애인 스스로 노동으로 얻은 결실로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한 끼 식사 대접을 통해 성취감과 희망을 갖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었다. 소감을 읽고 잠시나마 온기가 느껴졌다.

가장 급한 것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에 관한 불합리한 임금법 자체가 개선되는 것이겠지만, 고양시를 비롯해 다른 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런 근로장려금 지원 제도가 여러 시·도에서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달 일한 월급으로, 가족과 함께 식사 한 번 마음 편히 할 수 없을 정도라면 슬픈 일 아닌가. 장애인에 대한 구분 없이, 일한 것에 대한 기쁨과 보람을 모두가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필 2019-12-30 09:45:24
김운교 기자님 좋은 글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는데 사서 봐야 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거듭 감사드립니다. 좋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