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이 청인 방해한다며 공중파 뒷짐… 장애계 "국가책임 있어"
수어통역이 청인 방해한다며 공중파 뒷짐… 장애계 "국가책임 있어"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6.10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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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벽허물기 등 "방송사의 농인 시청권 찬밥 취급, 정부가 정책 들고 움직여라"
재난상황 없어도 농인의 알 권리 보장해야
수어통역 제공 여부는 농인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느냐의 문제
장애벽허물기 등 장애인권단체가 방송통신위원회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어통역 관련 권고를 수용하라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장애벽허물기를 비롯한 장애인권단체들이 공중파 3사 저녁 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국가 차원의 언어정책으로 고려하라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종합뉴스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시정을 권고』한 이후 여러차례 각 방송사에 요구서와 공개 질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지난 2일에는 KBS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장애인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는 문화를 선도하라며 방송사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5일에는 MBC와 SBS 측에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라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어 장애벽허물기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권고 수용을 요구함과 동시에 정부를 향해서도 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대우하라며 일침을 가했다.

한국수어법이 제정된 지 3년이 지났고, 최근 '덕분에 챌린지'로 수어가 국민의 공감과 통합을 이끌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수어를 음성언어의 보조수단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수어통역 제공 여부는 농인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라고도 주장했다. 

김철환 대표, 강재희 대표. ⓒ소셜포커스

사회를 맡은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대표는 "방통위에 지침 시정을 요구하는데 방통위가 아니라 청와대 앞에 모인 이유는 수어통역을 차일피일 미루는 방송사의 태도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여러가지수어연구소 강재희 대표는 "덕분에 챌린지로 국민들이 수어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현재 상황은 행복하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농인의 모국어인 수어를 음성언어의 보조수단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벽허물기는 방통위가 수어 통역 제공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앞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핵심적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광행 이사, 권순택 활동가. ⓒ소셜포커스

서울농아인협회 영등포지회 안광행 이사는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쉽게 얻지 못해 저녁뉴스를 많이 보는데, 자막은 너무 빨라 해독이 잘 안 된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방송사들이 청각장애인들의 이해를 위해 자막을 제공한다는 주장이 당사자 입장에서는 터무니 없는 핑계라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도 방송사들의 한결같은 면피성 답변을 지적했다.

그는 "수어통역 할당의무제 현행 5% 준수한다, 수어통역 화면 삽입하면 시선 분산으로 비장애인 시청권 위협한다며 상용화되지도 않은 스마트 수어서비스를 들먹인다"며 같은 논리로 장애계의 의견을 묵살하는 방송사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문 정부가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산불, 코로나 등 재난상황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이 미디어를 통해 사회와 일상적인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들은 회견 막바지에 ▲개방형태 수어통역 제공할 것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을 통해 '황금시간대 수어통역 할당 지침' 마련 ▲수어통역 비율 단계적 상향을 통해 2023년 15% 달성 ▲수어통역 예산 확보를 위한 방송발전기금 증액 ▲스마트수어방송 등 기술적 보완책 도입 등을 요구했다. 

김철환 대표는 이번 달 말과 7월 초에 SBS, MBC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추후 방송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요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청각장애인 시청권 확보에 대한 결의를 표명했다.

장애벽허물기 측은 청와대 측에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조속한 이행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전달하며 회견을 마쳤다.

장애인권단체 측이 회견을 마치며 청와대 측에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조속한 이행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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