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걸어다니는 복지카드" 재활복지 우수대학의 민낯...
"넌 걸어다니는 복지카드" 재활복지 우수대학의 민낯...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8.31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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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병명으로 불러 "넌 ADHD, 넌 자폐증", 연구실 성폭행 정황도 드러나
조사위원들 "공정한 조사위해 피해자 면담 안해, 가해자 교수 2명만 조사"
신고한 교수는 학부장에서 면직... 가해교수 중 한 명 재단 전 이사장 사위
가해자 교수 2학기 '인권' 수업 배정까지... 피해 학생 배려 찾아볼 수 없어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나사렛대학교 브리지학부 교수 2명이 발달장애인 학생에게 "걸어다니는 복지카드"라고 지칭하는 등 인권침해를 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이면 끝난다는 조사기간은 90일이나 소요됐고, 10분 가량의 전화 한 통이 피해자 조사의 전부였다.

이번 사건은 '재활복지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손꼽혔던 나사렛대학교에서 발생하면서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본 대학 브리지학부(전 재활자립학부)는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을 위한 4년제 정식 인가 학부로, 재학생 전원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난 12월 학교 측에 처음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당시 고발장에는 가해자로 지목되는 A교수가 강의 중 학생들에게 "걸어다니는 복지카드"라고 지칭한 것과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되는 B교수가 "너는 ADHD, 너는 자폐증"이라며 병명으로 학생 개개인을 호명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성폭행 정황도 발견됐다. 지난 해 12월, B교수는 지적장애 여학생을 연구실로 불러 "성관계를 해보았느냐", "연구실을 비워줄테니 내 연구실에서 해라" 등의 발언을 했고, A교수는 여성조교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팔뚝을 주무르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는 신고도 함께 접수됐다. 

뿐만 아니다. A교수는 마시던 컵의 물을 끼얹거나 보드마카를 던지는 등 폭언과 폭력을 수시로 행사해왔고, 여학생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아침 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갈취 행위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건은 학생들이 학부장과의 상담에서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알려졌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당시 학부장이었던 브리지학부 특수교육과 류ㅇㅇ 교수가 가해자 교수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글을 올렸고, 현재 1만4천여명의 서명을 받고 있다.  

류 교수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에게 신고를 받고 유ㅇㅇ 교무처장에게 이를 신고했지만, 교무처장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교무처장을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3개월이 지나서야 다른 교무처장에 의해 교내 교수 3명, 교외위원 1인으로 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애초 60일이면 끝날 것이라 했던 조사는 아무런 설명없이 90일로 늘어나게 됐다. 

류 교수는 "90일동안 진행된 피해 조사 중 교내 조사위원 교수 3인은 단 한 번도 피해학생을 만난 적이 없고, 교외 위원이 피해 학생에게 단 한 번 10여분 가량의 전화를 한 것이 전부였다"며 조사방식을 비난했다. 교내 조사위원들은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피해학생을 만나지 않았다"며 가해 교수 2명만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가 진행되던 5월에 학교 측은 본 사건의 신고자인 류 교수를 학부장에서 면직시키기도 했다. 류 교수가 동료 교수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기사를 공유하는 등 공정한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8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나사렛대학교 브리지학부 특수교육과 류ㅇㅇ 교수의 청원글 ⓒ소셜포커스(출처=청와대)  

한편 해당 사건을 최초 취재한 '일요신문'에 따르면 "걸어다니는 복지카드" 발언은 처음이 아니었다. A교수는 최소 2014년부터 자신의 수업시간에 해당 표현을 사용해왔고, 2017년에는 전 학부장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A교수의 언행에 불편함을 표하며 '시위를 하겠다'고 나서자 전 학부장이 A교수를 개인적으로 불러 주의해달라고 조치를 취했음에도, A교수는 이듬해인 2018년 강의에서도 동일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장애학생 성범죄의 경우 대학교는 신고 의무가 있지만, 나사렛대학교는 현재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않고 있다. 오히려 '그루밍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교수에게 2020년 2학기 '인권과 장애인' 등의 강의를 배정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 양성 교육' 강사로 참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2학기가 시작되면 피해학생은 가해교수에게 수업을 받아야하는 상황에 처해있지만, 학교 측은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 중 한 명은 학교 재단 전 이사장의 사위인 것으로 밝혀지며 학교가 사건을 은폐하려한다는 비난을 면치못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는 "현재 나사렛대학교 김ㅇㅇ 총장은 이 사안을 신고하고 문제제기하는 교수들의 보직과 직책 등을 해임하고 있으며, 총장면담을 요청한 피해 학생 학부모들을 만나지 않겠다며 총장실 문을 잠그는 등 책임을 회피ㆍ은폐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자연은 △해당 가해교수와 총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가해교수의 2020년 2학기 수업 배정을 즉각 철회할 것 △장애인활동지원사 양성 교육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가해교수를 즉각 배제하고 즉시 처벌할 것 △가해 교수들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와 응당한 법적 처벌을 시행하라며 강력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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