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원에 “진심”이었던 정부... 뒤에서는 “나몰라라”
사회서비스원에 “진심”이었던 정부... 뒤에서는 “나몰라라”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0.28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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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노동자 정규직, 월급제 말했던 정부 약속 어디로..?
경기, 대구, 경남 "정원 외 채용, 시급제, 호출근무" 만연
정부 "추가 재정 지원 어렵다" 노동자 처우개선 꿈도 못 꿔
금일(28일) 오전 공공운수노조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정부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에 휴유증을 토로하는 이들이 국회 앞으로 나왔다. 금일(28일) 오전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없이 현장 노동자들이 끌고 가야하는 '사회서비스원'의 실상에 대해 울분을 터트렸다.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에 국회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10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를 초대해 노고에 대해 치하하며 강조한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돌봄노동은 필수노동으로 국가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국회에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정부 또한 10월 6일 '코로나19 사회의 필수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으로 사회서비스원을 △2022년까지 전국 광역시도에 설치할 것과 △공공부문 돌봄노동자 채용 확대 및 정규직 채용과 처우개선을 약속하고, △「사회서비스원법」을 2020년 내 입법과제로 세웠다.

그러나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로 밝혀졌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들은 돌봄노동자를 시급제로, 심지어 정원 외 인력으로 채용해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채용을 다시 반복하는 실정에 머물러 있다.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인천, 강원, 대전, 충남, 광주의 경우 진행상황 또한 명확하지않다.

게다가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인천, 강원, 대전, 충남, 광주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전일제, 월급제를 시행하는 선례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경기ㆍ대구ㆍ경남과 같이 시급제, 계약직 채용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요양지부 본부장 H씨 ⓒ소셜포커스

김태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정부가 사회서비스원의 모든 돌봄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우수사례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부터 사회서비스원을 시작하는 광주와 인천도 경영수지 핑계를 대며 시급제를 시행하려고 한다. 시급도 민간기관과 크게 차이없는 11,500원정도로 처우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지방에서 정원 외 인력, 시급제 도입을 계속 반복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현재 시설 설립 외에는 추가 재정투입은 어렵다며 방관하고 있다. 정부의 의욕적인 공식발표와는 다르게 실제 사회서비스원이 출범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당했다. 

요양지부 본부장 H씨는 "아침, 오후, 밤샘 교대를 번갈아가며 어르신들 하루 세 끼, 목욕, 옷 갈아입기, 기저귀 가는 것 등 생활 전반을 돕고 있다. 그러나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서 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요양원은 코로나뿐만 아니라 집단 감염 우려도 굉장히 높다. 그럼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 바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갈 대비만 하라고 한다. 감염 방지를 위해 보호도구도 직원수만큼 지원해야하지만 예산 핑계로 구경도 못한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인력배치도 큰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요양보호사 한 명이 입소자 2.5명을 돌보도록 되어있지만, 1 대 2.5명의 비율은 요양보호사 대비 요양원 전체 입소자 비율이다. 즉, 대다수의 요양원이 야간, 주말 근무 때 인건비를 아끼려고 보호사 수를 더 줄이니, 심야 근무에는 요양보호사 2명이 25명을 돌보는 상황도 생긴다. 정신없이 어르신 여러명을 휙휙 지나가듯 볼 수밖에 없고, 당연히 사고위험도 높아진다. 보호사들은 몸도 못 가누는 어르신들 부축하느라 허리와 등, 어깨가 남아나지를 않아 근골격계질환을 달고 산다"고 토로했다.

전덕규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 ⓒ소셜포커스

사회서비스원에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포함되기까지도 많은 난관이 있었다. 전덕규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활동지원사 인력을 확대했다는 대구 사회서비스원도 월 30시간 이상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타지역 사회서비스원이 대구 모델을 참고하겠다고 한다. 이런 상태로는 코로나19 대비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 근무하는 라정미 지부장도 발언에 나섰다. 라 지부장은 "서울시에서 처음에 생활임금에 맞춘 급여를 약속했지만 내가 사용해야할 교통비와 식대를 포함해서 줬고, 실상 생활임금보다 28만원이나 부족한 금액을 받게 됐다"며, "10월 20일부터 노조가 임금 교섭에 돌입했지만, 기관의 개선을 위해 정말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만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않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같이 작년에 설립된 경기, 대구, 경남의 노동자들은 정원 외 채용으로 시급 받아가며 기관사정 따라 호출 근무를 나가고 있다. 또한 이 세 지역의 종합재가센터는 서울처럼 확장도 안되고 극소수 이용자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자 사례관리를 하겠다는 것도 흐지부지되면서 서비스 질도 떨어지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라정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 ⓒ소셜포커스

현재 사회서비스원은 "민간과 차이가 없는 영세시설을 국가에서 설립한 꼴"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간 기관의 격한 반발로 인해 사회서비스원은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이용자나 기피 이용자를 주로 서비스하게 된다는 점과 정작 이용자들은 민간 기관과의 차이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또한 사회서비스원 설립 목적이 통합 돌봄 모델을 마련하고 민간에 견인 역할을 하게다는 것인데, 민간과 다를 바 없는 사회서비스원으로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공공운수노조는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었던 「사회서비스원법」을 연내에 반드시 제정해야한다고 요구하며,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과 인증샷 촬영 등 비대면 활동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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