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때문에 잠 많나?" 편견 가득 면접에 장애인 또 탈락
"정신과 약 때문에 잠 많나?" 편견 가득 면접에 장애인 또 탈락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2.16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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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장애인 9명 채용한다더니… 유일한 면접자 탈락시켜
"일상생활 무리 없이 수행 가능하다" 전문의 소견 있는데도...
2018년 여주시 청각장애인 탈락 이은 '직접 차별' 사례
화성시는 2020 지방공무원 공개채용 면접시험에서 장애인 구분 응시자 중 유일한 필기 합격자인 정신장애인 A씨를 탈락시켰다. 이에 당사자 A씨는 결과에 불복해 지난 15일 수원지방법원에 불합격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장애인이 차별로 인해 공무원 면접 시험에서 탈락한 사례가 또 발생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차별 피해 당사자 A씨와 수원지방법원에 불합격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지난 15일 제기하고, 16일 오전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2년 Ⅱ형 양극성 정동장애를 진단 받고 3급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한 A씨는 지난 6월 치른 화성시 지방공무원 필기시험에서 합격했다. 장애인 구분 응시자 중 유일하게 면접 자격을 얻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이었으나 정작 면접에서는 '미흡' 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역시나 A씨는 면접 중 '장애가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편견을 바탕으로 한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면접위원들은 '정신질환 약을 먹어서 잠이 많지는 않은지', '장애 유형과 정도', '장애등록이 되는 장애인지' 등에 대해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정기적인 진료와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잘 관리해왔다. A씨를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역시 "성실하게 치료받고 있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이미 학원 강사, 건설회사 지적편집 등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정신장애 증상으로 인해 업무상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으며 동료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원 동기, 화성시의 문제점 등 직무 관련 질문에는 막힘 없이 답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 정신장애에 대한 차별 때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정황이다. 

현행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면접위원은 차별금지, 기회균등의 원칙 하에 질문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질문의 목적은 면접자의 직무적합성을 검정하기 위해서여야 한다.

그러나 A씨가 받았던 질문들은 법률상 명시된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편견에 기반한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직접 차별'에 해당한다.

이 사례와 비슷한 사건은 지난 2018년에도 일어났다. 2018년 여주시 지방공무원 면접위원들은 청각장애인 면접자에게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나 민원인과 의사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집·학교에서의 의사소통 방법' 등에 대해 질문했다. 해당 면접자는 2018년을 포함한 4개년 전체 응시자 중 유일하게 '미흡' 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추가 면접시험을 치렀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 사건에 대해 수원고등법원은 지난 11월 18일 여주시의 차별행위를 인정했다. 청각장애인 면접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할 것 등을 선고했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채용 불이익을 법이 인정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조항이 많다. 면접에서 정신 장애가 있다고 밝히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복지 제도 그 외곽지대에 소외되어 왔다. 장애인이어도 장애인이 아니고, 환자임에도 환자가 아닌 것처럼 살아왔다. 적어도 공무원 채용을 놓고는 공정하게 경쟁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발간한 「2019년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가 1인 이상인 기업체에서 고용한 장애인 근로자 중 정신장애인 비율은 1.4%(2,854명)에 불과하다. 비장애인과의 경쟁은 물론 장애인 간의 경쟁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회견에는 불참한 당사자 A씨는 발언문을 통해 결과에 불복할 수 밖에 없다며 호소했다. A씨는 "장애인 구분 채용정원은 9명인데 유일한 필기 합격자를 탈락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직렬의 저소득층 필기 합격자 16명 중 면접에서 탈락한 것은 단 1명 뿐이다. 제 총점은 저소득층 필기 합격선보다 80점이나 높다"고 불합리한 평가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법정으로 가는 것은 망설여진다. 차라리 내년에 다시 시험을 치는 게 속 편할 수도 있다. 다만 싸움에 나선 것은 적어도 공무원 임용만큼은 헌법과 법률이 선언한 그대로 차별과 편견없이 공정하게 채용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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