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 4개월째 생사 오가는데… 교육당국, '묵묵부답' 일관
피해학생 4개월째 생사 오가는데… 교육당국, '묵묵부답' 일관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3.17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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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교사가 억울할 것"… 혜당학교장, 용의자 옹호하기도
사태해결비대위, 17일 구미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진상 규명ㆍ재발방지대책 요구
특수학교에서 중증지적장애 학생이 폭행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지 4개월이 지났으나 학교와 교육당국은 여전히 책임과 진상규명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사태 해결을 위해 조직된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후 구미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와 교육당국을 규탄했다. (사진=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특수학교 재학생이 학교에서 폭행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지 4달이 흘렀으나 학교와 교육당국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조직된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후 구미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미 혜당학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사태를 규탄했다.

용의자인 담임교사는 과실치상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학교법인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2월 16일 각각 검찰에 송치됐다.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학교와 교육당국은 아직도 혐의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2020년 11월 구미 소재의 특수학교인 혜당학교에서 발생했다. 담임교사는 학부모에게 "하교 시간에 신발을 신기려는데 갑자기 앞으로 쓰려저 숨을 쉬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피해학생의 몸 곳곳에서 학대 정황이 발견됐다.

끈으로 장시간 묶인 것으로 보이는 상처, 뒤통수에는 5cm 가량의 살점이 짓이겨진 상처 등이 있었고, 담당 의사도 최소 35분 이상 심정지 상태가 지속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피해학생의 쌍둥이 동생의 증언, 학생들 간의 통화 녹취 내용상에서도 피해학생의 몸을 체육용 매트로 몸을 둘둘 말고 그 위에 올라타는 등 가혹행위가 벌어졌던 정황이 포착됐다.

심지어 체육매트로 학생의 몸을 말고 폭행하는 행위는 '돌돌말이'라는 은어로 불리고 있었다. 의사소통이 불분명한 정도의 중증지적장애 학생을 일상적으로 학대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건은 피해학생 부모의 고소로 세간에 알려졌다. 피해학생의 아버지는 지난 12월, 사건을 공론화하고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자 국민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회견 주최 측에 따르면, 혜당학교장은 '담당 교사가 억울한 일을 겪을 것'이라며 용의자인 담임교사를 옹호하고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를 무력화했다.

경북교육청 역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을 취소하려고 시도했다. 학교와 교육당국의 은폐 시도에도 논란이 커지자 구미교육지원청은 형식적인 학교폭력위원회만 개회했을 뿐이다. 

회견 참여자 일동은 사건의 진상 규명, 가해자의 엄중 처벌과 함께 교육당국에 대해 ▲피해자 회복 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특수학교 인권유린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학대가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정황 속에 재학생이 혼수상태로 4개월을 병원에 누워있는데도 학교와 교육당국, 어느 하나 책임 있게 나서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이 학교에 다니는 어떤 학생들에게도 다시는 이런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회견에서 발언했다.

이어 "이 사태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끈질기게 싸워갈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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