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질공원… 자생식물의 보고, 한라수목원
세계지질공원… 자생식물의 보고, 한라수목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5.24 1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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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지질학적 중요성과 경관미, 유네스코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한라수목원은 제주자생식물 유전자원의 수집·관리 및 학술·산업적 연구기관
희귀식물 등 1,300여 종 12만여 본 서식, 풍광이 아름다운 국민휴식공원
휠체어 통행 불가한 숲속 관찰로, 필자의 민원제기에 무장애 공간으로 바뀌어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지질공원이다. 지질공원(Geopark)은 지구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경관의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 현장으로서 생태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원이다. 세계지질공원(Global Geopark)과 국가지질공원(National Geopark)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는 10개의 지질공원이 있다. 이중 제주도와 청송, 두 곳은 세계지질공원이며, 울릉도와 독도, 무등산, 경북 동해안 등 나머지는 국가지질공원이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약 180만 년 전부터 1천 년 전까지 발생한 화산활동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유네스코는 이런 가치를 인정하여 2010년 섬 전체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그중에서 한라수목원은 제주시 중심부에서 한라산으로 오르는 기슭에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수목원은 제주자생식물 유전자원의 수집과 증식, 보존 관리 및 전시, 자원화를 위한 학술적 산업적 연구를 목적으로 1993년 개원했다. 수목원은 이와 함께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며, 관광지인 제주에 소재한 수목원은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국민휴식공간이다.

인터넷에서 한라수목원을 검색하면 수목원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되고,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어 정보접근성이 좋다. 이 사이트에서는 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는 각종 식물들에 대한 명칭과 특성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하며, 수목원 위로 광이오름* 및 남조순오름과 이어져 수려한 삼림이 함께 보존된 곳이다. 여기에는 제주의 자생 수종과 아열대 식물 등 1천300여 종 12만여 본이 식재 전시되고 있다.

*오름 : 제주도 한라산 기슭에 분포하는 기생화산(큰 화산에 붙어서 생긴 소화산)을 일컫는 말인데, 화산으로 비롯된 제주지역 특유의 산과 봉우리를 제주도에서는 오름이라 한다.

한라수목원 입구와 내부의 표지석 ⓒ소셜포커스
한라수목원 입구와 내부의 표지석 ⓒ소셜포커스
한라수목원 입구와 내부의 표지석 ⓒ소셜포커스
한라수목원 입구와 내부의 표지석 ⓒ소셜포커스
수목원의 내부 안내도 ⓒ소셜포커스
수목원의 내부 안내도 ⓒ소셜포커스
수목원의 내부 안내도 ⓒ소셜포커스
수목원의 중심탐방로에서 방문객이 이동약자의 휠체어를 밀며 가고 있다. ⓒ소셜포커스

한라수목원은 식물의 종류를 11개로 분류하여 각각 전문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교목원, 관목원, 약용·식용원, 죽림원, 양치식물원, 희귀특산수종원, 도외수종원, 수생식물원, 만목원, 화목원, 야생화원으로 구성하고 있다. 실내전시관으로는 제주희귀식물전시실, 난전시실, 자연생태체험학습관이 있다.

필자는 재작년 가을에도 한라수목원을 방문했었다. 수목원의 주탐방로는 널찍하고 요철구간도 거의 없어 휠체어나 유아차 등이 다니기에 무난한 편이다. 다만 산지에 조성된 시설인 만큼 일부 경사 구간은 가파른 곳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숲속 산책로를 거닐면서 대자연을 음미하고 산림욕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재작년에 왔을 때는 주탐방로에서 숲속으로 연결된 산책로는 대부분 진입로까지 경계턱으로 막혀 있어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숲속 내 산책로도 대부분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휠체어가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구조였는데 진입로의 턱이 문제였다. 수목원 안에는 운동시설과 함께 정자 등 휴게시설을 갖춘 평평하고 넓은 공간(야생화원 위)이 있다. 여기에도 진입로 단차가 휠체어 접근을 막았다. 대부분 출입구의 한 뼘도 안 되는 턱 하나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시멘트 포장의 중심 탐방로만 뱅뱅 돌다 나와야 했다.

이에 필자는 곧바로 제주도지사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수목원을 관리하는 세계유산본부는 2019년 10월 10일자 답변에서 “내년도(2020년도를 말함) 탐방로 정비공사에 건의 내용을 모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다시 그곳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각 숲속 산책로 입구의 경계 턱이 모두 제거되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휴게공간 입구의 단차도 모두 제거되었다. 약속을 지켜 준 관계자들께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야생화원에서 희귀특산보존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새로운 보도블록으로 단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반 보도블록과 달리 요철이 발생하는 구조라서 휠체어가 이동하는데 털털거림이 심하게 일어났다. 이런 도로는 유아차가 이동하기에도 불편하다. 공사비를 더 많이 들여서까지 불편을 주는 이유는 뭘까? 공원 탐방로를 시공할 때 가장 먼저 퇴출해야 할 공법이다.

필자가 문제점을 지적하기 이전의 산책길 및 진입로의 상태 ⓒ소셜포커스
필자가 문제점을 지적하기 이전의 산책길 및 진입로의 상태 ⓒ소셜포커스
필자가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 개선된 산책길 및 진입로의 상태 ⓒ소셜포커스
새로 포장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탐방로의 요철 구조 ⓒ소셜포커스
새로 포장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탐방로의 요철 구조 ⓒ소셜포커스

정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야생화원이 펼쳐진다. 야생화원은 산이나 들에 자생하며 꽃을 피우는 식물을 식재한 곳이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관찰할 수 있다. 백작약, 돌단풍, 해국, 산마늘 등이 식재되어 있다.

야생화원 입구와 통로 양쪽은 제주지방 특유의 돌담으로 꾸며져 있다. 화원 내부의 각종 들꽃 조경물 사이의 관찰로는 이리저리 다양한 모양의 판석이 징검다리처럼 깔려 있다. 제 발로 걷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산책하면서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을 근접하여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휠체어나 유모차는 통행이 불가능한 구조다.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최근 새롭게 단장한 것으로 보인다.

제발 공원 등 공공장소에 새로운 시설을 할 때는 이동약자의 입장도 고려가 되었으면 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시설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수준의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 차별행위로 본다.

야생화원 옆으로는 교목원이다. 교목(喬木)은 줄기가 곧고 굵으며 위쪽에서 가지가 퍼지며, 키가 4~5m 이상인 나무를 일컫는다. 제주도의 상징인 녹나무와 개가시나무, 왕벚나무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화목원이 이어진다. 꽃이 피는 나무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참꽃나무를 비롯하여 황근, 백서향, 수국, 정금나무, 병아리꽃나무 등을 볼 수 있다.

계속 이어지는 약·식용원은 열매와 잎, 줄기 등을 먹거나 민간에서 약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식물이 자라는 곳이다. 후박나무, 골담초, 모과나무, 매실나무, 고추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다.

식용원 아래 도외수종원(道外樹種園)에는 외국 원산의 수종과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을 위한 전시공간이다. 태산목, 통탈목, 메타쉐콰이어, 양버즘나무 등이 있다.

돌담이 정겨운 야생화원의 입구와 휠체어 통행이 어려운 내부 관찰로 ⓒ소셜포커스
돌담이 정겨운 야생화원의 입구와 휠체어 통행이 어려운 내부 관찰로 ⓒ소셜포커스
교목원 ⓒ소셜포커스
약·식용원 ⓒ소셜포커스
화목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도외수종원 ⓒ소셜포커스
도외수종원 ⓒ소셜포커스

탐방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유리하우스를 만나게 된다. 난 전시관으로 난초과에 속하는 각종 식물을 볼 수 있다. 갖가지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는 제주용암석과 제주괴목 사이로 천연기념물인 제주한란을 비롯해 춘란과 석곡, 풍란 등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유리하우스 옆으로는 만목원과 무궁화 전시원이 있다. 만목원(蔓木園)은 땅바닥을 기거나 줄기로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싸거나 달라붙어 자라는 덩굴식물들을 식재한 곳이다. 섬다래, 송악, 등, 멀꿀, 바위수국 등을 볼 수 있다.

그 위로는 희귀특산수종원(稀貴特産樹種園)이다. 제주도에서만 자라거나 멸종이 우려되는 희귀한 식물과 특산식물을 전시한 곳이다. 빌레나무, 섬오갈피, 붓순나무, 소귀나무, 황근, 채진목 등이 자라고 있다.

거기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관목원(灌木園)이다. 관목은 키가 작고 중심 줄기가 분명하지 않으며 여러 개의 가지를 가진 나무를 말한다. 눈향나무, 가막살나무, 작살나무, 백량금, 길마가지 등이 식재되어 있다.

관목원 아래에 유리온실이 또 있는데 여기는 제주희귀식물전시실이다. 수생 및 습지 식물, 희귀 특산 식물, 곶자왈* 식물 등 3개 테마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희귀 특산식물 전시공간은 제주도 모형을 축소하여 해안, 중산간 등 지대별로 분포하는 식물을 주제로 만들었다. 곶자왈에는 제주 생태계의 보고인 곶자왈의 식물 등을 전시했다

* 곶자왈 : 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 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말하는 제주 합성어이다. 곶자왈지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이다.

기묘한 모습의 용암석과 괴목이 어우러진 난 전시실 ⓒ소셜포커스
기묘한 모습의 용암석과 괴목이 어우러진 난 전시실 ⓒ소셜포커스
관목원 ⓒ소셜포커스
관목원 ⓒ소셜포커스

 

제주희귀식물전시실의 외부와 내부의 모습 ⓒ소셜포커스
제주희귀식물전시실의 외부와 내부의 모습 ⓒ소셜포커스

관목원 아래로는 죽림원과 이끼원도 있다. 죽림원은 대나무가 우거진 곳이다. 왕대, 제주조릿대, 신이대 등이 있다. 대나무 사이에는 산책로가 있어 가까이에서 대나무를 관찰할 수 있다.

이끼원은 이끼를 테마로 조성한 곳이다. 이끼는 청정지역을 나타내주는 환경지표식물이다. 습윤성과 내한성을 갖고 있으며, 사람에게 신비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표적인 선태식물(蘚苔植物)이다. 이끼는 다른 식물에 비해 탄소고정능력이 현저하게 높아 공기 중의 탄소함량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끼에서 추출된 수많은 유기화합물은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생약재로서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시 관목원 옆으로 잔디광장을 지나 수생식물원이 이어지고 그 다음에는 양치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수생식물원에는 수련, 순채, 어리연꽃, 노랑꽃창포 등이 자라고 있다. 양치식물은 꽃과 종자 없이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양치식물이 고사리다.

수목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한쪽에 자연생태체험학습관이 자리 잡고 있다. 방문자들에 대한 환경교육 및 환경정보 수요충족, 자연체험학습의 기회제공 등 종합적인 환경교육과 홍보를 위한 시설이다. 자연의 세계, 자연자료실,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관 안에 전시물 중 제주의 독특한 화산석이 돋보인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 전역에는 화산석이 많다. 특히 오름 주변에는 기묘한 모양의 화산탄을 볼 수 있다. 이는 화산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바람의 방향과 회전속도, 용암의 점성 등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한라수목원은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불편시설을 점점 개선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새로운 불편시설들이 생겨나고 있어 안타깝다. 무장애시설에 대한 관계자들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 공원 등 공중시설 담당 공무원이나 시공회사에 대한 관련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죽림원 ⓒ소셜포커스
죽림원 ⓒ소셜포커스
이끼원 (사진=한라수목원)
이끼원 (사진=한라수목원)
수생식물원 ⓒ소셜포커스
수생식물원 ⓒ소셜포커스
수변의 아름다운 조경 ⓒ소셜포커스
수변의 아름다운 조경 ⓒ소셜포커스
자연생태체험학습관의 외부와 내부의 전시물 ⓒ소셜포커스
자연생태체험학습관의 외부와 내부의 전시물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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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2021-05-25 09:21:44
원내에 경계석 턱낮춤을 시정, 보완한 것은 감사하네요. 하지만 일부 바닥을 요철구조로 하는것은 멋스러움때문일까요? 특히 공원등에서 그런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그런 바닥이 장애인들에게는 불편시설이라는 인식이 언제쯤 개선될지 안타깝네요. 언젠가는 그런부분까지도 개선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