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연폭포, 장애인은 경치구경만 하라고?
천지연폭포, 장애인은 경치구경만 하라고?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6.21 0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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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관광지에서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면 안 되나요?
천지연폭포 구역 내 주변상가 모두 제주특별자치도 소유 시설
음식점과 편의점 및 기념품 매장,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어
시정하겠다는 2년 전 서귀포시장의 약속, 아직도 안 지켜
천지연폭포 입구에 즐비한 기념품 매장과 음식점 등, 휠체어 출입이 곤란하다.
천지연폭포 입구에 즐비한 기념품 매장과 음식점 등, 휠체어 출입이 곤란하다. ⓒ소셜포커스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으로서 한반도의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지질환경으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그중에서도 서귀포 천지연폭포는 옛날부터 수려한 주변 풍경과 편리한 접근성으로 인해 인기가 매우 높다.

제주도는 지난 수십 년간 관광시설 개발이 계속되어 오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서귀포 지역에도 관광지가 워낙 많다 보니 천지연폭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폭포 바로 주변으로도 유람선과 관광잠수함 승선장, 새섬과 그곳으로 연결된 관광다리 새연교, 칠십리공원과 해양공원, 이중섭거리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수두룩하다. 이러한 관광시설도 결국은 천지연폭포와 연계하여 개발된 면이 있다. 그만큼 천지연폭포는 서귀포 관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폭포 입구의 대형 주차장 앞에는 서귀포 종합관광안내소가 있으며, 여러 명의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상주하면서 서귀포 전역의 관광시설에 대한 안내업무 등을 하고 있다. 폭포 관광객을 위한 매표와 검토 등의 업무도 모두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하고 있다. 천지연폭포는 서귀포 관광의 1번지다.

이 폭포는 서귀포시 중심가에서 1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천지연’이란 이름은 ‘하늘(天)과 땅(地)이 만나서 이룬 연못’이라는 뜻이다. 폭포는 22m 높이의 절벽에서 여러 가닥의 폭포수가 끝없이 쏟아진다. 그리고 약 700m의 계곡을 따라 서귀포 앞바다로 흘러간다. 계곡은 아열대성ㆍ난대성의 각종 상록수와 양치식물 등이 밀생하면서 울창한 숲을 이룬다.

폭포 입구의 매표소에서 폭포까지는 들어가는 길은 널찍하고 평평해서 휠체어 이용자 등 이동약자가 통행하는데도 아주 편리하다.

천지연폭포의 풍경과 관관객 ⓒ소셜포커스
널찍하고 평평한 폭포가는 길
폭포로 가는 널찍하고 평평한 길 ⓒ소셜포커스

필자는 2년 전 그곳을 방문했고, 얼마 전에 다시 그곳을 방문했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경치였다. 폭포를 구경하고 나오면 쭈욱 늘어 선 기념품 매장과 음식점 등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간 필자에겐 모두 그림의 떡이었다.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10~20cm 정도에 불과한 단차 때문이다. 기념품을 사고 싶어도 들어갈 수가 없고, 배가 고파도 음식점에 들어갈 수 없다. 음료수 하나 사고 싶어 편의점을 이용하려고 해도 한 뼘도 안 되는 턱 하나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곳을 방문했던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원망을 삼켜야 했을까? 물론 일부의 가게는 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된 곳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는 곳이 훨씬 많다. 

그러한 턱 하나 없애는데 10만원도 안 되는 경사로 하나면 충분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택배로 받을 수도 있다. 고정식으로 시공을 하더라도 별로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곳에 있는 모든 상가의 입구에 경사로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그 비용은 몇 백만원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그 시설은 민간소유 시설이 아니라, 모두 제주도의 소유로 등기된 공공건물이다. 거기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제주도로부터 임대를 받아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곳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당연히 제주도지사가 책임지고 갖추어야 하지 않는가?

필자는 2년 전, 그곳을 방문했을 때 관광안내소를 방문하여 관계 직원에게 문제점을 말하고 시정을 건의했다. 그리고 2019년 7월 22일자로 제주도지사에게 시정을 건의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 민원은 서귀포시장에게 이첩되었다. 그리고 7월 30일자로 답변이 왔다. 장애인들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경사로 설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 그곳에 가 보니 그 답변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다. 필자는 서귀포시장과 제주도지사로부터 기만을 당한 느낌이다. 몇백만 원의 예산이 없어서 그대로 방치하는 것일까? 별도의 예산이 없이 평소의 관리유지비만으로도 충분할 것인데 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에 각 시ㆍ도지사에게 “장애인편의시설 의무대상에서 제외되는 민간 소유의 소규모 공중시설(예: 300㎡ 미만의 음식점 등)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장애인 편의시설 확대에 노력하라”는 정책권고를 한 적이 있다.

공중시설이 민간소유라도 장애인 편의시설 확대에 노력해야 할 지자체가 자체소유의 시설마저 이렇게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이 지경이니 제주도와 서귀포시 공무원들의 직무 태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지금의 도지사는 제주도를 무장애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직접 휠체어를 타고 관광시설을 둘러보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다. 도지사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런데 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마저 무관심하는지 그게 궁금하다. 그 시설의 소유주는 서귀포시가 아니라 제주도이므로 도청에서는 무작정 시청에 미루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

관광시설과 연계된 주변 공중시설에 대한 장애인 불편의 문제는 비단 천지연폭포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남의 일로 보아서는 안 될 일이다.

휠체어 출입이 어려운 천지연폭포 입구의 기념품매장, 편의점, 음식점 등, 건물은 모두 제주도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다.
휠체어 출입이 어려운 천지연폭포 입구의 기념품매장, 편의점, 음식점 등, 건물은 모두 제주도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다. ⓒ소셜포커스
일부의 시설은 경사로를 갖추고 있으나, 높이가 맞지 않아 혼자서 이동하는 전동휠체어 사용자는 이용할 수 없다.
일부의 시설은 경사로를 갖추고 있으나, 높이가 맞지 않아 혼자서 이동하는 전동휠체어 사용자는 이용할 수 없다. ⓒ소셜포커스
출입구 경사로를 갖춘 일부의 식당
출입구 경사로를 갖춘 일부의 식당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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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2021-07-02 06:53:28
필자입니다. 어제 서귀포시청 관광지관리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관련 업체에 실태조사 및 시정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며, 내년 예산에 반영해서 모든 시설에 반드시 경사로를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