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주먹구구식 선거사무 ‘말썽’
중앙선관위 주먹구구식 선거사무 ‘말썽’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3.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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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참정권 제한 피해사례 잇따라
관련 투표보조 개정지침·법원 강제조정 외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셜포커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중앙선관위의 주먹구구식 선거사무가 다시 말썽이다. 지난 선거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가 또 막히면서다. 스스로 관련지침까지 고쳤지만, 현장에선 소용 없었다. 최근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도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다. 내부지침과 법원판단마저 무시하는 자가당착이란 지적이다.

14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A(56) 씨는 자신의 아들(27·발달장애 1급)과 함께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위해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투표소를 찾았다. A씨는 아들의 기표를 돕기 위해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현장 선거사무원이 기표소 앞을 가로막으며 제지했다. 현행 선거관리지침상 기표소 안내까지만 허용된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아들은 투표지에 적힌 번호와 이름을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투표도장을 어디에 찍어야 할 지 몰라 도와주려고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려는데 제지당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장 찍는 것만 연습하도록 종이를 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고 했다.

같은 날 경기 하남시에서도 비슷한 피해사례가 나왔다. B(51·여) 씨는 “발달장애 1급인 딸의 투표를 도우려고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려는데 선관위 직원이 별 다른 설명도 없이 함께 입장할 수 없다고 앞을 막아섰다”며 “투표소 어디에도 이와 관련한 안내문은 찾아 볼 수 없었다”라고 했다.

이번 선거 직전 개정한 선관위 선거사무지침과는 딴 판이다. 지난 달 중앙선관위는 관련 지침에서 투표보조 제한을 없앴다. 투표보조 대상을 ‘시각 또는 신체 장애인 선거인’에서 ‘장애등록 여부 및 장애유형과 무관하게’로 고쳤다. 앞선 법원의 투표보조 등 선거지침 개정협의 강제조정 결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채무자(중앙선관위)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안내 사항 중 별지 기재 문구를 향후 개정함에 있어 채권자(발달장애인 권익 옹호단체 등)와 신의 성실에 따라 협의하라”라고 판시했다. 양 측 모두 이의 제기 없어 이 강제조정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됐다.

당장 장애계에선 선관위의 자가당착을 지적하고 나섰다. 개정지침과 법원판단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주장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선관위가 새 매뉴얼을 만들었을 때도 발달장애인 스스로 장애 여부를 현장에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우려 등이 제기됐다”며 “투표현장에서 선거사무원 해석에 따라 투표보조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반면, 선거당국은 상위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며 입법미비 탓으로 돌렸다. 중앙선관위 선거1과 관계자는 “개정된 선거사무관리 지침은 단순히 투표 보조인력을 폭 넓게 허용하는 취지”라며 “공직선거법에서 발달장애인 등의 투표보조 조항을 규정하지 않아 법 개정에 앞서 지침만 바꾸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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