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형·부모형편 무시한 야만정책 지적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최근 장애자녀 가정의 패륜범죄가 잇따른다. 불과 한달 새 셋이 부모 손에 목숨을 잃었다. 모두 극심한 생활고와 양육부담에서 비롯됐다. 반면 정부는 여전히 획일된 탈시설에 혈안이다. 그러자 탈시설 경고음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진다. 결국 탈시설이 예비살인의 온상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충남경찰청은 6살 배기 지적장애 아들을 굶겨 죽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A씨(32)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원 부검결과, 사망한 A씨 자녀는 음식을 제 때 먹지 못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1년 전 남편과 별거해 충남 아산시 원룸에서 홀로 아들을 키워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혼자 지적장애 아이를 키우느라 경제·심리적으로 힘들어 밖으로 나도는 일이 많았다”며 “지난 달 아들만 남기고 집을 떠난 뒤 20여일 만에 지인과 함께 집에 돌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주민들에 따르면 사망한 지적장애 아들은 혼자 밖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음식도 스스로 먹지 못할 정도였다”며 “출동 당시 집 안은 난장판이었고, 냉장고 등에 음식이 좀 있었지만 모두 부패해 있었다”라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살해의도와 지적장애 아들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과 한달 여 만에 일어난 발달장애 자녀 살해사건이다. 앞서 지난 달에도 경기도 일원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
지난달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40대 미혼모 B씨 집에서 그의 아들 C(8·지적장애1급) 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께 ‘B씨와 연락이 안 된다’는 B씨 오빠의 신고를 받고 집으로 출동해 숨진 C군과 함께 있던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경제적으로 힘들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4년 출산 후 홀로 아이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고 있었다. 이날 C군은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못 간 채 참변을 당했다. 당초 A씨는 장애 등을 이유로 아들의 입학을 1년 미뤘다.
같은 날 경기 시흥시에서도 발달장애 자녀 시신이 나왔다. 시흥경찰서는 3일 살인 혐의로 D(54·여) 씨를 긴급 체포했다. D씨는 전날 오전 3시께 신천동 자택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질식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딸을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뒤따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하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튿날 경찰에 자수했다. 집 안엔 ‘다음 생에 좋은 부모를 만나라’는 내용의 D씨 유서가 있었다. 그는 말기 갑상선 암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남편과 이혼 후 딸과 단 둘이 살며 힘들게 생계를 유지했다. 기초수급비와 딸의 장애인수당, 간헐적인 알바비가 수입의 전부였다.
이들 모두 극심한 생활고와 양육부담을 호소했다. 하나같이 장애인거주시설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정부는 탈시설 강행 의지가 확고하다. 오는 2024년까지 관련 제도·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우선, 기존 장애인거주시설은 공동형 주거지원으로 바뀐다. 장애인 3~4명과 배치 전담직원이 함께 사는 구조다. 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공공임대주택도 공급한다. 이밖에 금전관리 등 주거유지 서비스도 개발키로 했다.
당초 장애인 부모 당사자의 의견 따윈 아랑곳 없는 모습이다. 이들은 일방적인 탈시설 우려와 위험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내쫓듯이 시설을 비우는 묻지마식 탈시설에 대한 위험성이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관계자는 “정부는 탈시설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이용자들의 신규 입소를 제한하고 정원을 축소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인을 해체해 시설을 통째로 폐쇄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다양한 장애 유형은 고려하지 않고 탈시설만 하면 마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무책임하고 야만적인 탈시설 정책이 지금도 어렵고 힘든 장애인 가족을 위기가정으로 만들고 그 부모를 예비살인자로 만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