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승강기 ‘그림의 떡’
교통약자 승강기 ‘그림의 떡’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4.2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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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자전거 등이 자리 독차지
“전용 승강기 도입해 이용제한 해야”
ⓒ독자제보
휠체어 장애인이 지하철역 승강기 앞에 늘어선 줄에 밀려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독자제공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최근 장애인 이동권이 사회이슈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 승강기 완비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정작 유명무실해진 교통약자 우선 승강기는 관심 밖이다. 비장애인에 밀려 기능이 퇴색했지만, 개선은 커녕 논의조차 없다. 전용 승강기로 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또, 후진적 시민의식부터 다시 짚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부터 겁박하는 시위문화에 대한 개선요구이기도 하다.

28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 중 승강기가 없는 곳은 총 21곳이다. 이 중 지난 2020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1호선 청량리역, 2호선 용답역, 3호선 교대역, 4호선 명동역, 5호선 마천역 등 5곳은 연내 완공된다. 나머지 16곳 중 10곳은 올해 설치공사를 시작한다. 그 밖에 6곳은 공간확보 등 문제로 설계검토 중이다. 시는 오는 2024년까지 사업비 650억 원을 들여 전 역사에 승강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들 승강기 대부분은 교통약자 우선 이용시설이다. 장애인, 노약자, 임신부 등이 먼저 탈 수 있도록 했다. 승강기 전면에도 이런 내용의 안내 문구와 표시가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비장애인들이 차지하기 일쑤다. 교통약자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건 다반사다. 여행가방이나 자전거와 함께 타는 경우도 있다.

한 40대 직장인은 “공항에 갈 때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귀찮아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팔 다리 멀쩡한 사람이 자전거까지 들고 타는  경우도 심심찮게 봤다”고 했다. 또 다른 휠체어 장애인도 “전동휠체어에 사람이 다칠까봐 속도를 늦춰 가다보면 엘리베이터 앞엔 어느새 비장애인들이 이미 줄 서 있어 한참을 기다리고나서야 탈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다시 미숙한 장애인 인식 개선 요구가 제기된다. 한 시민활동가는 “엘리베이터만 놓고 보면 지하철 이동권은 이미 상당부분 보장돼 있었고, 앞으로 전 역사에 설치되더라도 비장애인들이 양보 안 하면 아무 소용없다”며 “사실 지하철 출근시위를 주도한 장애인 단체(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잘못된 시민의식에 분노했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에선 시급한 교통약자 전용기능 회복 노력을 요구한다. 무작정 시민의식 변화만 기다려선 퇴행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해 이들 이용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장애인식 선진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지금 장애인 우선 방식으론 온전한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시민의식이 바뀌길 기다릴 게 아니라 먼저 전용 승강기이라도 도입해 이들의 안전한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공사 측은 시민홍보를 강조하며 직접 언급은 피했다. 공사 관계자는 “교통약자가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 시민 홍보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도 모든 시민이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고 이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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